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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Mar 09. 2019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정우가 일상을 탄탄히 구축하는법 

영화배우이자 감독 그리고 미술가로 활동하는 하정우. 그가 쓴 에세이를 읽었다. 처음엔 팬심으로 읽어보려다가 생각보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길래 한 번 읽어보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읽기 잘했고. 


한 영화배우의 사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한 '탄탄한 삶'을 살아가는 나름 자기 분야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 사람의 인생 조언에 가깝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가 어떻게 오랜 시간 다작할 수 있는지, 어떻게 페이스를 잃지 않고 연기, 연출, 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꾸준히 일궈나갈 수 있는지 알게 해 주었다. 사실 생각보다 너무 기대 이상이라 많은 내용을 정리하고 싶지만, 딱 5가지만 추려보았다. 


#걷기

웬만하면 걸어 다니는 배우
하정우입니다


하정우는 하루에 3만보씩 걷고 때로는 10만보씩 걷는다고 한다.(만보도 채우기 어렵던데..). 

그가 걷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가 걷기 시작한 계기는 조금 의외였다. 무명시절 할 수 있는 일이 걷기 밖에 없던 때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내 안에 갇혀 세상을 원망하기는 싫었고,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자신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딱 자신의 몫만큼 걷는 시간,
묘하게 인생과 닮았다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보폭만큼, 물론 내 숨만큼 걷는 것. 걷기라는 게 오로지 자신의 한 몸으로 지탱하면서 하는 행동인데, 그는 자신을 더 무리하지 않고 딱 '자기가 감당하는 몫' 만큼 걷는다. 하루키도 그렇고 헤밍웨이도 비슷하게 몸을 단련하고 글을 쓴다. 꾸준히. 자기 페이스를 이어가는 것.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휴식

아,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구나

그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정작 일은 열심히 하는데 휴식 시간에는 아무런 계획도 노력도 하지 않고, 자신을 그대로 던져두는 것 같다고. 지치고 피로한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곧 휴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쉴 때는 이런 '방기'가 아니라 몸을 움직여서 여러 활력을 얻고, 바쁜 와중에도 알아서 잘 쉬어주는 것. '잘 쉬는 것'만큼 일상을 오래 꾸준히 이어가는 최선의 방법도 없겠다. 그렇다고 무작정 누워서 가만히 있는 게 때로는 멍 때리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닐 터이다. 오히려 몸을 좀 움직이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활동할 시간을 갖는 계획을 짜는 것. 


주중에는 그렇게 투두 리스트 달성에 집착하다가 주말엔 아무것도 하는 계획이 없던 나를 반성하고, 주중에도 어느 정도 휴식과 미루던 정리, 리뷰, 독서 등 영감을 주는 활동을 차근차근 하나씩 달성해 가기로 했다. 그의 일환으로 미뤄왔던 하정우 에세이 리뷰를 작성한다. 사실 이 챕터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 꼭 주말에 이 글을 쓰고 싶었다. 


#운동선수처럼 회사원처럼 

느슨하고 여유롭게 사는 보헤미안보다는
중요한 경기를 앞둔 스포츠 선수나 회사의 명운이 걸린
PT를 준비하는 직장인들과 더 닮아 있다.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좋은 작품은 예술가가 안정적이고 반듯한 길에서 벗어나서 일탈하거나 방황할 때 나오지 않나요?"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내가 아는 한 좋은 작품은 좋은 삶에서 나온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갖는 편견 혹은 인식이랄까. 번쩍, 하는 영감의 순간에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굳게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하정우는 이렇게 극적인 순간을 위해 강도를 점점 높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삶은 완전히 망가진다고 한다.


일정한 곳에 출근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언제 일이 들어오고 불쑥 스케줄이 잡힐지 모르니 늘 몸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한다. 보헤미안보다는 중요한 경기를 앞둔 스포츠 선수나 회사의 명운이 걸린 PT를 준비하는 직장인들과 더 닮아 있다고 한다. 


지금 여기서 동이 터올 때까지 매일 축배를 들기엔
아직 나는 갈 길이 한참 먼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좋아하는 배우들이나 작가들도 잘 살펴보면 영락없이 직장인이나 운동선수 같은 일과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나는 '규칙적인 생활'과 자신만의 '리츄얼'을 가진 사람들을 정말 집착하다시피 동경한다. 적어도 나만큼은 규칙적인 생활을 할 때 감정이 덜 흐트러지고 집중이 잘 되며 오히려 창작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다. 한 번 리듬이 깨지면 복구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일상이 탄탄해지는 여러 규칙을 꼭 지키려고 한다. 예를 들어, 주 4회 꼭 수영 가기, 버스 대신 걸어서 사무실까지 가기, 잠 7시간 꼭 자기 등이 있다. 


#바쁘고 지칠수록, 루틴!


위기상황에서도 매일 꾸준히 지켜온 루틴을 반복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위에 부분과 비슷한 맥락인데, 그도 역시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꼭 생활한다. 일상을 탄탄히 구축하는 데는 정신적인 다짐도 중요하지만 먼저 몸을 움직이는 노력이 정말 필요한 것 같다. 



주중이라도 주말이라도 모두 해당되지 않을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삶 속에는 즐비하다. 그러나, 이런 작은 루틴만큼은 내가 아무리 힘들고 외로워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나만의 루틴을 다시 다듬어야겠다. 


#언령

말에는 힘이 있고 혼이 있다.
나는 그것을 '언령'이라고 부른다. 


언령은 때로 우리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권력을 증명해 보이고,
우리가 무심히 내뱉은 말을 현실로 뒤바꿔놓는다.
내 주위를 맴도는 언령이 악귀 일지 천사 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말이 갖고 있는 힘. 그리고 그것이 주위를 맴도는 걸 그는 '언령'이라고 부른다. 누구를 만나던지 그 사람들에게서 얻는 특정한 '에너지'가 있다. 이는 긍정이 될 수도 부정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던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분위기와 생각이 고스란히 언어로 전달된다. 한 사람의 기운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 기운은 대부분 몸짓과 특히 '말'을 통해 다가오는 데, 그 기운에 따라 이 사람을 다음에 또 볼 건지 혹은 얼마나 자주 볼 건지 결정되곤 한다. 


지인과의 약속 끝에, '아, 이 사람 더 자주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휴, 이젠 자주 보기 힘들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척 슬픈 이야기이지만.. 오래 만났다고 그 사람에게서 항상 좋은 기운을 얻고 서로 좋은 분위기를 갖는 건 아니다. 


사람에게서 언제나 기쁜 일은 일어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낙관과 긍정을 태도를 가진 사람이 지금 갖는 시련은 언제나 응원하게 되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잘 헤쳐나갈 거라고 굳게 믿게 되고 도움을 주려고 하니깐. 어떤 말을 하던지. 나의 기분을 전염시키려 하지 말고, 말의 총량이 있다면 말은 꼭 가려서 해야지. 글도 마찬가지다. 


하정우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은 지 1달이 넘었지만, 그의 글 속에 담긴 생각들은 '언령'처럼 내 주위를 맴돌고 일 하거나 걸을 때, 떠올랐던 적이 많았기에 이렇게 짧게 리뷰를 남긴다. 


책도 '기록'으로 남겨 내 일상 속에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읽은 책이 많았지만 리뷰를 남기지 않아서 그런지.. 기억에 잘 남지 않았다. 그런데 항상 고민이었던 게 책을 읽고 글을 쓰러면 1. 잘 쓸지 걱정 2. 언제 다 쓰지 걱정으로 글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1시간 리뷰 룰을 만들어 죽이되든 밥이되든 한 시간 안에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고, 이 리뷰도 딱! 1시간에 걸쳐서 썼다. 잘 쓰지 못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거란 걱정으로 글 쓰기를 게을리하지 말자.


정말 좋은 리뷰는 탄탄한 훈련으로 나올터이니. 나도 프로 경기를 앞둔 스포츠 선수처럼 평소에도 글 쓰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1시간 리뷰 룰'을 지키면서 실험해 보자.


자, 1시간 지났으니 그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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