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책 한 권 완독 한 썰
스타벅스에 자주 간다. 주로 일하거나 공부하거나 글을 쓰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거의 모든 상황에서 제일 먼저 스벅을 찾는다. 그렇게 차곡차곡 마신 음료가 쌓여 어느새 골드회원이 되었고, 나름 자랑스럽게 카드도 주문했다.
몇 년간 스벅을 열심히 다녔다. 스벅은 나에게 카페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커피를 마시러 간다기 보단 무언가 짱짱한 인터넷 환경 속에서 '생산성'을 높이려고 가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커피도 맛있고(내 기준에서는), 음악도 나쁘지 않고 의자도 괜찮으니 무언가를 하기엔 이만한 장소가 없다.
그런데, 이 자주 가는 카페에서 그렇다고 할 무언가를 해낸 적은 없다. 그저 책 보고 작업하러 가는 공간이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이 노트북을 켜놓고 일을 하거나 공부를 했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알람과 무의식 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페이스북에 시간이 새기 일수였다. 그래서 그런 걸까? 스벅에 오래 앉아서 '어느 정도는' 일을 했지만, 무언가 '성취'하거나 '끝까지'해낸 경험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빡독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면서 말 그대로 '책 한 권을 뽀개 봤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러고선 가끔 책을 보러 가는 스벅에서는 '왜 안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왜 스타벅스에서는 책을 완독 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앉아서 책 읽는 장소만 달랐을 뿐, 크게 다를 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빡독이 스벅과 달랐던 점은 물리적인 장소 외에도 크게 2가지가 있었다.
1. 핸드폰을 쓰지 않는 환경 설정
2. 함께 읽기
일단 빡독에서는 모두가 핸드폰을 끄거나 무음으로 해놓고 책을 보기 시작하며, (그 누구도 중간에 카톡을 하지 않는 놀라운 관경 목격...) 주위에 있는 모두가(약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책만 본다. 신기하게도 책을 보는 군중 속에 있으니 나도 자연스럽게 책을 볼 수 있었고, 1페이지부터 시작한 책을 오전을 지나 오후 5시가 될 때 즈음에 완독 할 수 있었다! 한 자리에서 책을 다 읽어 본 경험을 언제 해봤을까.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주 이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혼자 하기엔 자신이 없었고, 이번에 사내 독서모임으로 읽어야 할 책도 있겠다. 친한 동료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흐흐.
주말에 스벅 가서 책 읽고 올까요?
요새 제일 친한 동료이자 동갑내기 친구에게 유혹하는 카톡을 보냈고, "너무 좋아요!"라는 답변과 함께 상콤한 기분으로 토요일 오후에 만났다. 어쩌면 이런 동료를 가진 건 정말 '운'을 넘어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주말에 책 한 권 다 읽자고 만날 수 있는 친구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그게 바로 나!)
오후 4시부터 자체 빡독이 시작됐다. 우리는 비장한 각오로 지금 빡독을 하고 있다고 인스타에 포스팅을 하고, 바로 핸드폰에서 포커스 앱을 꺼내 빡독을 시작했다. 뽀모도로 공부법처럼 '집중 시간 / 휴식 시간'을 정했다. 50분 독서 / 10분 휴식. 첫 시작을 호기로웠다. 그래도 둘 다 책 좋아하고 책을 읽은 구력(?)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첫 타임 50분은 잘 지나갔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을 생각보다 많이 읽었고, 뿌듯했다. 1~90p까지 읽음!
그렇게 10분 꿀 같았던 휴식 타임이 지나갔다.
두 번째 타임부터 벌써 고비가 오기 시작했다. 두 시간째 독서를 하고 있자니 허리가 슬슬 아파왔고, 커피도 벌써 다 마셨다. 책은 91-140p까지 50p 읽었다. 페이스가 줄었다. 그런데 여전히 10분 수다는 꿀.
세 번째 타임 140-190p까지 읽었음 그리고 밖은 어두워졌다. 페이스가 그대로 쭉 1시간당 50p로 가고 있었다. 이 때는 쉬는 시간에 머리도 식힐 겸 카페 밖을 잠시 나가서 약수터 체조하는 듯 몸을 좀 풀고 왔다. 찬 바람을 쐬니 한 결 나아졌다.
네 번째 타임 진정한 고비가 찾아왔다. 190-250p까지 읽음. 거의 마무리를 향해 나아갔지만, 아직은 멀었다. 그래도 막판 스퍼트를 낼 수 있었던 건. 방문했던 카페 마감 시간이 저녁 9시 30분이었고. 이제 마지막 타임에서 1시간밖에 딱 안 남았기 때문..!
책 중요 부분을 다 읽었기에 쉬는 시간에는 각자 인상 깊었던 구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에, 서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반성도 많이 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이 서로 같은 부분도 있었지만 달랐던 부분도 있어서 신기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게 되는구나. 이게 독서와 독서 토론의 묘미가 아닐까.
다섯 번째 타임 250-완독! 정말 아슬아슬하게 책을 다 완독 했다. 카페 마감 시간 덕분에 환경 설정 제대로 되어서 결국 완독 하고야 말았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빡독은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권을 하루 만에 다 읽는 경험은 쉽게 얻기는 어렵다. 그래도 책을 꽤나 좋아했던 나조차도 하루 만에 완독 한 경험은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빡독에서 한 번 임계점을 넘고 나니, 이렇게 스벅에서도 완독을 해냈다.
빡독은 그저 하루 종일 책을 읽는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독서에 대한 임계점을 '제대로' 돌파한다는 데에 있다.
임계점을 돌파하니 책에서도 조금 다른 시각이 생겼다. 그것은 마음만 먹으면 책 한 권쯤은 뽀갤수 있고, 그리고 생각보다 그 일이 어렵다는 점을 동시에 깨달았다. 이번 자체 빡독으로 하루에 한 권을 완독 하는 경험을 두 번이나 해냈으니, 세 번째, 네 번째는 더욱 수월해지겠지?
책 한 권을 완독 한다는 것은 특별한 독서 경험은 물론, '하나의 과제에 온전히 집중'하는데에서 얻는 효능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의 과제를 완벽히 수행하고 나서, 다른 일들도 저절로 쓰러뜨릴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책 <원씽>에서는 도미노가 쓰러지는 데에 비유해 '도미노 원리'라고 부른다.
삶은 크고 작은 수많은 문제들로 뒤덮여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세우고 줄을 맞춰 잘 세운다면
최초의 단 하나,
그것만을 제대로 움직임으로써
다른 문제들을 저절로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원씽>,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이제 마음속의 짐이었던 '책 한 권 하루에 완독 하기'를 벌써 두 번이나 해냈으니, 다른 과제로 한 번 넘어가 볼까. 물론 처음 빡독 때 책을 한 권 다 읽었던 것처럼 어렵겠지만,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해내 봤으니까.
하루면 누구나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 나도 읽어 봤고 동료도 해냈으니까. 그런 '작은 성취' 경험을 할 수 있는 빡독에서 독서 임계점을 뚫고, 여러 삶의 문제도 같이 뚫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 한 권만 들고 오세요. 간식, 점심, 저녁 모두 무료입니다. 옆에서 같이 책을 읽는 참여자들의 변화 스토리가 담긴 스피치와 강연 및 Q&A는 덤. (지난 2월 빡독에는 1700명이 신청했을 정도로.. 열기가 엄청났다.)
3/16 토요일 빡독
신청 마감 ~3/8 금요일 24시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신청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