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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Apr 04. 2019

일요일 저녁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이유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일본 정리 대표주자 곤도 마리에. <Tidying Up with Marie Kondo>


곤도 마리에. 그녀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미니멀리즘'을 전파하고 있다. 책과 간간히 다큐로만 전해져 오던 미니멀리즘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타고 곤도 마리에가 전하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곤도 마리에 정리법(옷을 잘 보이게 세워서 수납하는 방법)부터 버릴 물건을 고민할 때 느껴야 할 '설렘'이 있는가 없는가까지. 그녀의 정리법을 정리한 영상과 글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걸 보고 곤도 마리에 대열에 나도 합류했다. 


사시키 후미오. 그가 맥시멀 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까진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한다 @boouk

작년 여름 사시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고 미니멀리즘의 세계로 빠졌다. 강렬히 내리쬐는 햇살에 감정과 몸이 메말라가던 여름. 매일 들고 다니던 노트북마저 무겁게 느껴졌고 몸은 자꾸 쳐져만 갔다. 무언가 비우는 게 필요했다. 방 안에 정돈 안 된 물건들부터 캐캐 묵은 감정들까지.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걸 '재정비하는 순간'을 스스로 만들어야만 했다. 


사사키 후미오의 방. 깔끔한 방에 들어오는 햇살.. 항상 꿈꾸는 방의 모습이다@boouk

저자는 물질 소비에서 경험 소비 그리고 물건이 적은 상태에서 차오르는 정신적 충만함을 이야기했다. 그 해 여름 물건과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정리로 시작됐다. 그렇게 2018년 여름은 내가 미니멀리즘을 따르고 '정리'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 '순간'이 되었다.


일요일 저녁마다 깔끔하게 치워진 방은 정말 뿌듯하다


그 결정적 순간은 일상 속 정리 습관으로 이어졌다. 요즘은 한 달에 한 번씩 모든 물건을 정리하면서 버리거나 진짜 필요한 물건만 구매한다. 더불어, 매주 일요일 저녁에 다시 한번 정리 정돈을 한다. 물건을 버린다고 모든 고민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정갈한 내 방에서 평온한 마음을 얻을 수는 있다. 청소를 할 때마다 느끼는 그 기분. 말끔한 책상에서 따뜻한 무드등을 켜고 로파이 음악을 들으며 차오르는 뿌듯함. 


일요일 저녁마다 치워진 책상의 인증샷을 찰칵찰칵 남긴다


일요일 밤마다 찾아오는 '정리 후 느끼는 황홀한 순간'은 단순히 물건을 정리한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다가오는 한 주를 제대로 살아낼 거라는 다짐이기도 하며, 기나긴 여정 속 나를 다시 되돌아보고, 나에게 주어진 모든 물건과 일상에 감사를 표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일요일 저녁마다 정리를 싸-악하면서 나름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 (우리의 휴가는 아직 멀었고 그전까지 가야 할 날이 더 많으니, 휴가만큼 좋은 전환점도 없지만 매일이 페스티벌 같을 순 없으니까). 


일요일 저녁, 정리한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는 마치 새 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들곤 한다. 새로 시작하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사실 나는 그저 평범한 월요일을 맞이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 순간이 무척이나 특별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새 해에 새롭게 시작되는 고양되는 순간을 '새 출발 효과'라고 한다. 


새해 첫날에 우리가 하는 일은 정신적인 속임수에 가깝다.
지난날의 실수는 지난날의 나에게 맡기고, 
오늘부터는 새로운 내가 탄생하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면 우리는 과거를 지우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을 '새 출발 효과'라고 하죠. 옛날에 저지른 실수나 실패는 전부 작년에 일어난 일이니까 '그건 내가 아니야. 그건 옛날의 나야. 새로운 나가 아니야. 새로운 나는 이런 실수 같은 건 저지르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 케서린 밀크먼-


그러나 이런 '새 출발 효과'의 핵심은 주 4회 운동하기, 1주일에 책 1권씩 읽기 등 '새로 결심한 무엇' 보다는 '새로 출발하는 시점'을 만드는 데에 있다.



실제로 (이미 체감적으로는 알고 있겠지만) 학생들이 헬스장에 들르는 확률은 '새로운 순간'인 매주(33%), 매달(14%) 그리고 학기 시작(47%) 첫날에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새 출발 효과'는 새해 첫날뿐만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모든 경계점 날짜에 적용되는 셈이다. 


<순간의 힘> 저자는 이런 '결정적 순간'은 많을수록 좋고,

정해져 있는 이정표인 생일, 기념일, 12월 31일 외에도 일상 속에서 많은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한다.


삶이란 우리가 경험하는 매 순간으로 구성되고, 
결정적 순간은 그중 가장 오래 살아남아 기억된다.


나에게 전환점이자 한 주를 시작하는 전환점인 '결정적 순간'은 일요일 저녁이다. 하나의 의식처럼 방을 정리하고 말끔해진 책상 앞에 앉아 다가오는 주를 계획한다. 예전에 개콘의 끝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주말이 끝나는 안타까움만 가득했던 일요일 저녁들과는 사뭇 다르다.


어제의 나에서 오늘의 새로운 나로 재탄생하는 순간-침대 정리를 하면서 만들어 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몰아서 하던 정리를 일주일로 잘게 쪼개서 일요일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뿌듯함을 느끼는 '전환점'을 의식적으로 만들고 있다. 하루의 전환점은 어떻게 만들까? 요새는 꾸준히 침대 정리를 하고 있다. 누가 보기엔 평범한 침대 정리이지만, 나에겐 이 짧은 1분 남짓한 순간이 '하루를 제대로 살아보자'라는 다짐이기도 하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구분 짓게 해주는 새로운 순간으로 재탄생한다. 


참으로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해왔다. 나의 미니멀리즘 역사보다 훨씬 길며, 내가 배낭여행을 시작했던 시점과 비슷하다. 그렇게 책과 여행은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큰 부분으로 남았다. 대학 독서모임, 홍대 독서모임, 사내 독서모임은 내가 책에 더욱 빠져들게 된 결정적 순간이 되었다. 


삼성동 뷰가 보이는 서울의 중심에서 우리의 생각을 증폭시킨다


이번 주에 우리는 또 다른 결정적 순간을 만들려고 한다. 개인의 독서 일대기에서 강렬히 기억될 '결정적 순간'이 될 독서모임 '씽큐 베이션' 1기가 토요일에 시작된다. 첫 책으로 <순간의 힘>을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모임이 모든 분들에게 결정적 순간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에.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알고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임계점을 넘는 독서 습관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순간의 힘>을 골랐다. 


12주간의 긴 여정이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각자의 이정표를 만들어 가면서 서로 성장하고 매주 사고를 넓혀가는 경험을 만들어갈 것이다. 무척 설레고 기대가 된다. 


이 서평을 시작으로 우리의 '결정적 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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