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책방 '라이너 노트'가 직접 큐레이팅 해 드립니다
광고 회사에 2년 넘게 다니면서 같이 일했던 브랜드는 다양했다. 브랜드 이름을 언급하긴 그래서 제품과 서비스를 말하자면, 외제 차를 시작으로 초콜릿, 화장품, 핸드폰, 담배, 햄버거, 음악 페스티벌, 연예 소속사, 치즈, 음료수까지. 주로 외국계 브랜드와 협력해서 일했다. 외제 차와 화장품의 공통점은 극히 드물지만, 외제 차를 팔다가 화장품을 팔아야 했던 전환의 시기가 항상 찾아왔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광고회사에서는 한 브랜드만 담당하는 경우보다 몇 개를 걸쳐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플래너로 일했을 때는 새로운 프로젝트와 새로운 PT 그리고 새로운 분야의 브랜드와의 크고 작은 일감들이 떨어졌다. 그때마다 필요했던 자세는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댓츠 노노. 새로운 것들이 나를 확장해 줄 것이라는 자기 확신이었다.
이러한 '새로운 것'들이 나에게 다가올 때는 나는 언제나 먼저 '책'을 살폈다. 인터넷의 조각조각 난 기사들을 보다가 '책'을 보다 보면 정갈하게 핵심이 정리되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방문객>, 정종현
여러 브랜드를 통해서 마켓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면, 최근 진행하는 '인터뷰'는 지식과 취향을 증폭해줬다. 책방 사장님 인터뷰를 기획으로 사장님들의 지식과 취향을 듣고 알아보다 보니, 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세계가 이토록 넓고 깊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 조사차 서점을 방문하고 전화로 사전 인터뷰를 하고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짧게나마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책방 사장님'이라는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직업.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서점을 열었을까. 경제적으로 괜찮은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 명함. 하지만, 그들을 인터뷰하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은 '정말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사실. 더불어, 내가 모르던 이토록 매력적인 세계가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리고 나는 빠른 속도로 그들의 취향과 이야기로 빠져들었다.
홍대/연남동 근처는 크고 작은 서점들이 많다. 그중에서 연남동 햇볕이 잘 드는 음악 서점인 '라이너노트'에 찾아갔다. 서점은 차분했고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편에 피아노부터 책장에는 음악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라이너 노트'를 운영하고 계시는 박미리새 이사님을 만났다. 음악 입문자를 위한 책부터 음악을 잘 듣는 방법 그리고 음악 취향을 확장하는 노하우까지. 새로운 세계가 나에게 들어왔고, 나는 그녀가 추천해준 음악을 여전히 즐겨 듣고 있다.
취향이라는 게 이렇게 생긴다. 하나의 작은 접촉으로 파생되고 깊어진다. 나의 경우 그 매개체는 언제나 책이었다. 연애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있는 모든 재밌는 것들을 책으로 배웠다. 라이너 노트와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평소 듣던 음악에 더 귀가 쫑긋해졌고, 좀 더 좋은 음악이 어디 있나 스트리밍 사이트를 뒤적이기도 했다.
나처럼 음악을 조금 더 견고하게 듣고 싶은 책을 좋아하는 구독자들이 꽤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사님께 특별히 음악에 관련된 도서 큐레이팅을 부탁드렸다. 물론 입문하기 좋은 책으로. 답변을 기다리면서 나는 이미 ‘음악’이라는 세계에 풍덩 빠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탁월한 큐레이팅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연남동 음악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미리새 입니다.
- 홍대 인근에 라이너노트 처럼 크고 작은 독립 서점이 많은 편인데요. 그중에서도 음악 서점은 라이너노트 하나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음악 서점을 운영하게 되셨나요?
여기가 원래 회사 옆에 작은 창고였는데요. 1년 정도 창고로 쓰다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어요. 아무래도 저희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마이크로 시어터’처럼 작은 공연장을 만들어보자 생각했습니다. 저희 구성원들 모두가 책을 좋아해요. 책과 음악을 같이 이야기하는 공간이면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음악 책방을 열게 되었습니다.
- 라이너 노트만의 독특한 음악 관련 운영 방식이 있으신가요?
처음 서점을 만든 계기가 '사람들에게 많이 음악을 알려주고 싶다’였어요. 일단은 공연이 가장 먼저 열리고요. 음감회에서는 다 같이 음악을 듣고 감상도 나누기도 하고요. 서점 이름인 ‘라이너노트’는 앨범에 들어 있는 해설지라는 뜻이에요. ‘라이너노트에서 라이너 노트 쓰기’라는 강의도 진행했고요. 그 외에 기타나 작사 강의도 진행 중입니다.
- 음악 관련 좋은 책들이 책방에 많아 보이는데요. 주로 어떤 책을 가져오시나요?
책 종류는 사실 다양해서 그래픽 노블부터 음악가, 음악 역사에 관한 책들도 있고요. 또 그런 것만 가져다 놓으면 좀 어렵게 느껴질까 봐, 음악이 흐르는 소설이나 에세이도 가져다 놓고 있습니다.
- 더불어, 라이너 노트만의 큐레이팅 기준이 있나요? 아무래도 음악 서점이다 보니 큐레이팅에 신경을 많이 쓰실 것 같아요.
일단 기본은 음악이긴 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음악이 주제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음악과 어느 정도는 닿아 있는 책을 선정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꼭 소설에 음악이 등장하고 그러진 않은데요.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책이라든지, 음악을 들으면서 듣기 좋은 에세이라든지, 어느 정도는 음악과 관련 있는 책들을 가져다 놓고 있어요.
- 비중만 조금 다를 뿐, 어느 정도 음악과 닿아 있는 책들로 책방 서재가 채워져 있네요. 서점에 책들도 많고 좋은 책들도 꽤나 보이는 것 같은데요. 사실 제가 모르는 책들도 많은 것 같아요(웃음)
라이너 노트가 추천해주시는 음악 서적은 어떤 게 있을까요?
여러 가지를 추천해 드리긴 하는데요. 최근에는 제가 비트 세대에 꽂혀서 비트 세대에 관련된 책을 추천을 많이 드리고 있어요. 비트 세대는 미국의 50-60년대의 문학의 이야기들인데요. 그 당시 재즈도 태동하고 있어서, 음악과도 연관이 많았던 문화의 현상이었어요. 그래서 비트 세대 이야기를 많이 다룬 ‘하우 엘른 겐즈 버그’의 시라던지 ‘비트 제너레이션’이라는 그래픽 노블도 가져다 놨고요.
요즘 제가 잔잔한 피아노 음악들을 많이 듣는데요. 그런 미니멀리즘의 거장 ‘필립 글라스’의 자서전인 <음악 없는 말>도 추천을 많이 드리고 있어요.
- 사전에 통화하면서 요새 비트 세대에 관심이 많다고 하셔서, 저도 오기 전에 한 번 찾아봤어요. 저는 이번에 비트 세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혹시 비트 세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는 영화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 비트 세대를 다룬 <킬 유어 달링>이라는 영화를 재밌게 봤었고요. 그 뭐랄까. 그 시대만의 자유분방함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 처음에 저도 비트 세대를 접했을 때 신기하더라고요.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색채가 있잖아요. 힙스터라고도 설명하면서도 독특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어요.
네네 맞아요. 비트 세대에는 약간 보헤미안 같은 느낌도 있고요.
- 음악 입문자를 위한 추천도서가 있으실까요? (사실 인터뷰에서 가장 기다리던 큐레이션!)
첫 번째 추천 도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입니다. 제가 서점에 오신 분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해드리는 책이에요. 왜 많이 추천해 드리면은 일단 읽기가 쉬워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음악을 사랑하는 작가잖아요. 하루키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을 단편 단편 쓴 에세이로 모아져 있어요. 비치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 보사노바의 거장 스탠 게츠, 싱어송라이터 우디 거스리 등 다양한 음악가의 이야기가 등장해요.
“책과 음악은 내 인생에 있어서의 두 가지 중요한 핵심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다 보니 하루키가 여행 가서 쓴 글도 실려있고요. 이걸 따라 읽으면서 음악가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깊지는 않지만 다양한 음악가를 접할 수 있는 책이라 추천을 드리고 있어요. 특히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이 책 제목은 듀크 엘링턴은 '스윙이 없다면 의미는 없다‘(It Don’t Mean a Thing(If It Ain't Got That Swing))에서 비틀어서 지었더라고요.
두 번째 추천 도서는 문학수 작가님이 쓰신 <더 클래식>입니다. 저희 서점에 오시는 분들 중에서 클래식을 알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하시는 손님들이 꽤 계세요. 그런 분들에게 이 시리즈를 추천해드립니다. '바흐에서 베토벤까지',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 '말러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이렇게 시대별로 묶여서 있어요.
문학수 작가님과 강연도 진행해봤는데요. 작가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게 운동할 때 근육이 점점 키워져야 운동을 잘하게 되잖아요. 장 마음에 드는 음악이 나오는 챕터부터 읽으라고 저자는 추천합니다. 작가님은 음악을 듣는 것도 운동하면서 근육을 키우듯 꾸준히 '음악을 듣는 귀'를 단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일단 한 곡부터 끝까지 눈을 감고 감상해보시길 추천해요.
그리고 저는 책을 읽고 나서 연관 검색어를 찾듯 연관된 음악가 책을 더 읽어보는 편인데요, 개인적으로 슈만을 좋아해서 <슈만 내면의 풍경>과 슈만이 편집장 시절에 음악가들에 대해 직접 집필한 <음악과 음악가>라는 책도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 추천도서는 KBS 라디오 PD 정일서 작가의 책, <그 시절, 우리들의 팝송>입니다. 작가가 어린 시절에 듣던 음악과 당시의 일화 등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그때의 상황이나 내가 떠오르는 곡이 대부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일서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내 추억의 팝송들도 떠올리게 되어요. 일명 추억 소환 책. 이 분도 많은 음악가들을 이야기하는데요. 같이 추억을 따라가면서 음악을 들어보기에 좋은 책이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6Stu7h7Qup8
네 번째 추천도서는 필립 글라스의 <음악 없는 말>입니다. 책에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의 살아 있는 거장, 필립 글라스’라고 적혀있어요. 굉장히 미니멀한 피아노를 연주하는 분이신데요. 사실 아직 다 못 읽었어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미니멀한 피아노곡들인데, 미니멀리즘의 거장 필립글래스의 자서전이에요.
영화 디 아워스, 투르먼쇼, 캔디맨 등 다양한 영화 음악을 만들기도 했어서 아마 그의 곡을 들으면 "아!" 하며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음악이란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1937년에 태어나서 미국의 가장 격동의 시기였던 50-60년 대를 보낸 그는 비트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어요. 이런 배경을 알고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 아,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피아노에서 ‘미니멀리즘’이란 어떤 걸 말하나요?
보통 우리는 ‘물건이 조금 없는 상태’를 미니멀리즘이라고 하잖아요.
‘올라퍼 아르날즈’를 아시나요? 모차르트처럼 화려한 연주가 아닌 차분한 연주를 하는 군더더기 없는 연주를 해요. 조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차분해지는 음악이에요.
다음 추천 도서는 앨런 긴즈버그의 <울부짖음, 그리고 또 다른 시들>입니다. 앞서 얘기했던 <킬 유어 달링> 주연이 해리포터 역을 맡았던 ‘다니엘 래드클리프’인데요. ‘앨런 긴즈버그’를 연기했어요. 앨런 긴즈버그가 시인이었는데, 그 사람의 책이에요. 이분이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로 꼽히고 있고, 이 책을 옮긴 분도 포크 뮤지션 김목인 씨예요.
이 책은 음악 책은 아니지만, 음악과 멀리 있지 않은 한 문화의 대표 작가가 지은 대표 시라서 가져다 놓았어요. 비트 세대라는 말이 앨런 긴즈버그의 하울에서 등장하면서 언급이 되기 시작했거든요. 물론 잭 케루악의 소설에도 등장하고요.
- '촬영을 갔을 때 <울부짖음, 그리고 도 다른 시들>이 다 팔려서 서점에 없었다. 라이너노트에서 손님들이 많이 찾는 시집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신다.'
앨런 긴즈버그의 <울부짖음, 그리고 또 다른 시들> <리얼리티 샌드위치> 그리고 에드 피스커의 <비트 제너레이션>입니다. 비트 세대 대표적인 작가 엘런 긴즈버그의 시집 두 권과 비트 세대를 만화로 이해할 수 있는 비트 제너레이션 그래픽 노블 얇은 책과 만화라서 묶어봤어요.
비트 세대는 1950년대 중반 미국에서 현대의 산업사회를 부정하고 기존의 질서와 도덕을 거부한 방랑자적인 문학가 및 예술가 세대를 이르는 말인데요. 주류층은 이들에 반감을 가졌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졌었고, 지금도 이들이 남긴 문학사의 가치는 높이 평가받고 있어요. 위에 이야기한 필립글래스도 비트 세대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 지금 음악 관련 일도 하시고 이렇게 서점도 하시는데요. 음악을 좋아하시는 것만큼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계실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oQO-kGU2lA
음악을 사실 다양하게 듣는 편이긴 해요. 서태지와 아이들도 정말 좋아했고요. 오랫동안 지금까지 좋아하는 뮤지션은 데이빗 보위와 비치 보이스를 좋아해요. 관련 도서는 없지만, 아까 소개해드린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에 가장 처음으로 등장하는 음악가가 데이비드 윌슨인데요. 데이비드 윌슨이 비치 보이스의 리더이자 첫째인데. 그 사람이 비치보이스의 거의 대부분의 곡들을 만들었어요. 데이비드 보위는 특별히 책을 가져다 놓지는 않았는데요.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음악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는 편인데요. 데이비드 보위 다큐도 있더라고요. 한 번 보시면 데이비드 보위의 매력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데이비드 보위를 좋아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예전부터 퀸을 좋아했는데, 퀸이랑 데이비드 보위랑 같이 음악 작업을 자주 했잖아요. 그때 처음으로 데이비드 보위를 접했었어요.
데이비드 보위를 처음 좋아하게 된 건 어렸을 때 본 <라비린스> 영화가 계기가 됐어요. 거기서 데이비드 보위가 마왕으로 나오거든요. 잘 어울리죠?(웃음). 조금 자라서 중고등학교 이후에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고요. 제가 사실 패션 전공인데요. 그의 음악이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약간 변신의 귀재라고도 하지만 다양한 자아를 가진 뮤지션이잖아요. 다양한 매력이 있는 뮤지션이라서 좋아합니다.
- 음악과 관련된 책처럼 음악 관련 영화를 추천한다면, 어떤 영화를 추천해주시나요?
음악 관련된 영화는 사실 많고. <라라랜드>, <원스> 처럼 유명한 영화도 많고요. 요새 넷플렉스 늪에 빠져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데이비드 보위 다큐멘터리와 <하이어드 건>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어떤 밴드가 있으면 뒤에서 연주하는 세션에 관한 다큐입니다. 최고의 연주자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그걸 보고 있으면 꼭 음악뿐만이 아니라, 자기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고 최고의 위치에 올라간 사람들이라 약간 느끼는 바가 많은 것 같아요.
- 저도 오기 전에 이 영화를 찾아봤는데요.
배순탁 평론가가 인스타그램에서 꼭 봐야 할 다큐라고 추천하시더라고요.
넷플릭스 하시는 분들. '하이어드 건' 꼭 보세요. 하이어드 건은 원래 살인 청부업자를 뜻하는 용어지만 또 다른 뜻으로 'A급 세션 연주자'를 의미. 초유명 뮤지션들과 그쪽 세계에서는 최고로 평가받으나 이름은 익숙치 않은 하이어드 건들이 총출동. #넷플릭스 #netflix #hiredgun #하이어드건
@greattak
- 대중음악 대신에 재즈나 클래식 등 특정 장르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음악 교양서적이 있으신가요?
클래식 같은 경우에는 <더 클래식>을 많이 추천해 드리는 편이고요. 피아니스트 조성진 영향으로 쇼팽에 관해 알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많이 찾아오세요. 그런 경우엔 쇼팽에 관련된 책들을 소개해 드릴 때도 있고요. 아니면, 음악가의 전기를 다룬 책들을 소개해드려요.
<슈만, 내면의 풍경> 같은 경우에는 슈만의 이야기를 다룬 책인데, 약간 슈만이 자살하는 시점부터 시작하거든요. 음악과 전기를 다룬 책이긴 하나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어서 그 책도 많이 추천을 드리고요. 그렇게 입문하는 게 별것 아니라는 거죠. 어떤 하나부터 시작을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음악가를 먼저 추천해드리는 편이에요.
재즈 같은 경우에는 ‘도대체 재즈가 뭐냐?’라고 묻는 분들이 꽤 계세요.(농담) 그런 분들에게 황덕호 작가님의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과 <당신의 두 번째 재즈 음반 12장: 보컬>을 권해드립니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어떤 한 앨범을 추천하고 그 앨범의 트랙리스트가 나와있고 라이너 노트도 있어요. 그리고 작가님께서 트랙을 따라서 글을 쓰셨거든요. 한 앨범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놓고 그 트랙을 따라서 읽으시면 재즈에 대해서 조금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거예요.
이 외에도 남무성 작가가 쓴 <재즈 잇 업! Jazz It Up!>이라는 만화책을 추천드려요. 그건 시대별로 쭈욱 써져있는 만화책인데요. 굉장히 쉽게 재밌게 쓰셔서 이걸 읽으면 재즈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는 책이에요. 절판됐다가 작년 말에 다시 출간된 책이에요.
- 요새는 음악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차트별로 듣는 경우가 많고 소비도 굉장히 빠른 편인데요. 만약에 한 장르의 음악 혹은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으려고 할 때, 어떻게 입문하면 좋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저는 연관 검색에 많이 의지하는 편인데요. 유튜브로 음악을 들어도 따라붙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추천 아티스트를 연계해서 듣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어떤 한 곡이 좋았다. 하면 그 곡에 따라붙는 연관 곡이나 아티스트를 찾아 듣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리고 위키백과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요. 위키 백과 보면 이 사람에게 영향받은 뮤지션은 누구인지, 혹은 이 사람이 영향을 준 뮤지션은 누구인지 일목요연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거든요. 그런 거 앞뒤로 찾아보면서 뮤지션을 찾아들어도 좋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좋아하는 아티스트 있으면 검색을 해보고, 그 아티스트가 인터뷰에 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음악을 찾아 듣는 편이에요.
- 저는 영화는 이동진 평론가를 좋아해서, 그가 5점 추천 영화는 거의 다 봤어요. 그리고 음악은 예전에 신해철을 좋아해서 라디오를 따라 들으며 록을 섭렵하곤 했는데요. 저는 좋아하는 평론가나 DJ 취향을 주로 따라가는 편이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음악 관련 일을 하다 보니, SNS 친구들 대부분이 음악 관계자분들이 많으세요. 그런 분들이 많이 음악을 공유해주세요. CD를 선물 받기도 하고요. 요새는 필립 글래스 음악을 자주 들어요.
- 책을 좋아하셔서 이렇게 책방까지 운영하고 계신데요, 이사님의 인생 책과 인생 문장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저의 인생 책은 루리에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라는 책이고요. 좋은 문장들이 많은데요. 제가 좋아해서 적어 놓은 한 문단을 읽어드릴게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운명이 없어.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야. 그들은 운명을 가지려고 하지 않아. 커다란 단 한 번의 충격을 피하고 그 대신 수백 개의 작은 충격을 받아들이고 있어. 그러나 커다란 충격만이 우리들 앞으로 날아가는 거야. 작은 충격은 우리를 점점 비참 속에 몰아넣고. 그러나 그건 아프지 않거든. 타락은 편한 일이니까. 내 생각으로는 그건 마치 파탄 직전에 있는 상인이 파산을 감추기 위해서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고 일생 동안 이자를 갚아가는 공포에 싸인 소상인으로 그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돼. 나는 언제나 파산을 선언하고는 다시 처음부터 개시하는 편을 택하고 싶어.”
<생의 한가운데>, 루리에 린저
- 서점을 하신 지 만 3년이 됐다고 들었어요. 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이 언제였나요?
중년 여성 세 분이 서점을 구경하시다가, 여자 대학생 두 분이 들어와서 서점에 있는 피아노를 보고 “피아노 좀 쳐봐도 돼요?”라고 물어보셨어요. 학생들은 알고 보니 수준급 실력자였어요. 자연스럽게 중년 여성분들은 자리에 앉아서 피아노를 감상하게 되었어요. 앙코르 연주까지 하셨어요.
그러고 나서 대학생 두 분은 돌아가시고 나서, 중년 여성분들이 ‘나도 피아노 배우고 싶다’라고 말씀하셔서 피아노에 관한 책들을 추천해드리고 사가셨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정말 뿌듯했어요. 서점에서 즉흥적으로 연주도 이뤄지고, 중년 여성분들이 새로운 취미를 찾아서 책도 구매하시고 그래서 재밌는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라이너 노트 이야기를 들을수록 정말 음악에 대해서 넓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이사님이 앞으로 생각하시는 라이너 노트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질문으로 이사님이 그리고 계신 라이너 노트를 알고 싶어요.
- “‘라이너 노트’는 사람들에게 ____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라이너 노트’는 사람들에게 음악 사랑방이었으면 좋겠다. 처음에 이 공간을 열었던 의도와도 같고요. '음악을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주고 싶다'가 서점을 열었을 때 포부라면 포부였었어요. 이 곳이 불편한 장소가 아니라, 와서 음악도 듣고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했던 4월의 금요일 저녁. 라이너 노트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성수빈의 공연이 열렸다. 20명 남짓 초대할 수 있는 공간에 피아노 연주가 시작됐다. 무척 진지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연주는 서점을 가득 채웠다. 금요일 늦은 저녁에 피아노 연주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취향에 함께 했다.
라이너 노트와의 인터뷰는 끝났지만, 여전히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추천받은 비치 보이스, 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재즈와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하루키의 에세이인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를 읽으며 음악가들의 음악을 찾아 듣는다. 얼마 전 존 레넌 전시회를 다녀온 뒤에 내 일상은 비틀스와 존 레넌의 음악으로 가득 찼다.
매일 듣는 음악이지만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무척 달라진다. 당신의 일상을 가득 채울 음악이 되어주길. 깊이 있는 음악 감상을 위한 좋은 가이드가 되어, 많은 분들이 매일 듣지만 깊게 듣기 쉽지 않은 '음악'의 세계가 넓혀졌으면 좋겠다.
[라이너 노트가 추천하는 깊이 있는 음악 취향을 위한 음악 입문용 도서]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을 단편 단편 쓴 에세이. 비치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 보사노바의 거장 스탠 게츠, 싱어송라이터 우디 거스리 등 다양한 음악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더 클래식>, 문학수
클래식을 알고 싶은 입문자에게 추천.
'바흐에서 베토벤까지', '슈베르트에서 브람스까지', '말러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시대별로 소개.
<그 시절, 우리들의 팝송>, 정일서
작가가 어린 시절에 듣던 음악과 당시의 일화 등을 소개하는 책.
그의 추억을 따라가면서 음악을 듣기 좋다.
<음악 없는 말>, 필립 글래스
미니멀리즘의 거장 ‘필립 글래스’의 자서전.
영화 디 아워스, 투르먼쇼, 캔디맨 등 다양한 영화 음악을 만들었다.
<슈만, 내면의 풍경>, 미셸 슈나이더
슈만의 음악, 그중에서도 피아노 작품과 가곡의 분석을 담은 책.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황덕호
<당신의 두 번째 재즈 음반 12장: 보컬>, 황덕호
'도대체 재즈가 뭐냐?'라고 물어본다면, 추천해드리는 책.
한 앨범에 있는 트랙리스트와 라이너 노트가 있어, 음악을 같이 들으면서 읽기 좋다.
<재즈 잇 업! Jazz It Up!>, 남무성
재즈 시대별로 쭈욱 써져있는 만화책. 굉장히 쉽게 재밌게 쓰셔서 이걸 읽으면 재즈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다.
<비트 제너레이션>, 에드 피스커
비트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그래픽 노블.
<리얼리티 샌드위치>, 앨런 긴즈버그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 앨런 긴즈버그의 대표작.
‘비트 세대’는 2차 대전 직후 미국 사회의 보수적이고 물질주의적인 분위기에서 데뷔한 일군의 작가들로 스스로에게 ‘탈진했지만(beat) 신의 축복을 받았다(beatitude)’는 이중적 의미의 신조어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