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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Jun 20. 2019

22살, 내가 인도에서 마주친 충격적인 장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다 될 줄 알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남부럽지 않은 (어쩌면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학교에 들어갔다. 나의 19살은 치열했고, 20살이 되어 대학에 합격하자 주위 사람들은 모두 부러워했다. 20살의 나는 거만했고 당찼다. 그러나, 핏덩이 같은 청춘은 금세 날개가 꺾였다. 


# 핏덩이 같은 청춘의 날개가 꺾였다


학교 생활은 너무나 치열했고, 뒤처지지 않으려 밤새 공부했다. 어깨가 아프고 목이 아팠다. 병원에 다녔다. 공부에 뒤쳐지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모든 걸 잘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공부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배우는 걸로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나의 이상은 저 멀리 있는 것만 같았다. 나의 뜻과 의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곳은 어디인지 몰랐지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내 삶의 의미를 찾아서. 어쩌면 허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열심히 한 대가가 겨우 이런 거라니'라며 허무감이 몰려왔다.


7kg 배낭을 메고 떠났다. 내 고민을 제외한 모든 걸 가볍게 만들고 싶었다. 


내가 다녀야 할 학교는 세상의 다른 곳에 있었다.
때로 삶으로부터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명상이고 수행이었다.

<지구별 여행자> 


# 무작정 '삶의 의미'를 찾아 인도로 떠났다


갠지스 강이 있는 인도의 '바라나시'. 죽음을 앞둔 사람과 화장터를 보러 온 관광객이 뒤섞여 있다.

그러다 류시화의 문장을 접했다. 인도 여행기로 유명한 그의 책을 중학교 때 읽었고, 대학에 들어가서 또 다른 책을 읽었는데 그때는 다르게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인도 여행에서 많은 걸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수많은 질문들과 의문이 가득했지만,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무작정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 젊음의 혈기가 있다면 이런 게 아니었을까. 나는 그의 문장처럼 머리에 불이 났기에 인도로 떠났다.


"나는 인도에 갔다,
머릿속에 불이 났기에"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 삶과 죽음이 공존해 있었다.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 곁에서 웃고 울었다.


@Mail Online UK <Where funeral fires forever burn> 


조용히 나 자신과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난 여행. 대책 없이 떠났던 인도. 그곳에서 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인도 여행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갠지스 강'을 가려고 바라나시에 방문했을 때다. 갠지스 강은 인도 사람들에게 성지인 곳이다. 인도 사람들은 갠지스 강에서 화장(火葬)을 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건 가장 큰 축복이다. 힌두교에서 화장이 된 뒤, 강에 뿌려지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해 있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인도 사람들을 위한 호스피스 시설이 가득했다. 나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알고 보니 그들도 나처럼 비슷비슷한 고민을 안고 인도에 왔다) '버닝 가트(Burning Ghat, 화장터)'로 향했다. 버닝 가트로 향하던 길에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는데. 갑자기 멀리서 여러 명이 시체를 짊어지고 흥겨운 노래를 부르면서 화장터로 향하는 것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사람이 죽어서 화장터로 향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흥겨울 수 있는 거지?" 그러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 편견이 깨져버렸다. 그곳에는 죽음으로 제일 유명한 장소였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빨래를 하고 수영을 했다. 그렇다. 죽음이 가장 가까운 곳에는 각자의 삶이 있었다. 죽음과 삶은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 내가 찾아야 할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었다,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연꽃 잎에 초를 띄어서 강물어 흘려 보내는 '디아'


나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가장 배낭을 가볍게 만들어서 인도로 왔다. 그곳에서 '죽음'을 보고 깨달았던 것은 '진정한 삶의 의미는 '삶' 속에 있다'는 것이었다. 갠지스 강에는 허무와 상실이 가득한 죽음의 모습이 가득했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찾아야 할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이 세상에서 자기 소명을 다하고 떠나는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는 가족들 그리고 말이 없는 시체들이 뿜어내는 연기를 보면서 '삶'을 다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는 머뭇거릴 수 있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다.”

-벤자민 프랭클린- 


'죽음'을 목격한 뒤, 나는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아 무작정 떠나는 여정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할 수 없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죽음을 염두에 두니 내가 가진 시간이 '유한하다'라는 걸 알게 되었다. 죽음은 철학적인 고찰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오히려, 실질적으로 필요한 태도를 알려 주었다. 갠지스 강에서 죽음을 목격한 뒤 오히려 '시간'이 나에게 한정적이라는 걸 계속 인지하게 되었다. 


#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갈수록, 

나는 더욱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죽어가는 사람과 곁에 있는 사람이 직면한 첫 번째 과제
죽음을 앞둔 내가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는 나에게 끊임없이 죽음에 관한 순간들을 보여줬다. 저자의 친한 친구가 죽어가는 장면,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한 청년, 죽음을 준비하거나 혹은 맞이해버린 사람들의 모습들이 나온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건네었던 말들을 들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물었다. "나의 죽음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나의 죽음은 어떤 모습이길 원하는가?". 


세상과의 이별을 앞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더불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조언, 마지막을 준비하는 가족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내가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 등 '죽음에 대한 실질적 가이드'가 가득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읽을수록, 나는 더욱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했다. 


# '죽음'이 나에게 준 또렷한 신호를 읽었다. 

그것은 지금 '찰나'에 집중하라는 메시지였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들려주는 뜨거운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인도 갠지스 강에서 내 육안으로 죽은 사람들의 소멸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오히려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유한한 시간의 소중함을 잊지 않도록 매일 시간과 할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죽음이 나에게 준 '또렷한 신호'였다. 죽음은 오히려 삶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인도를 가지 않아도 덕분에 죽음을 떠올리며 삶에 대한 애정과 밀도를 높일 수가 있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활자 넘어 전해오는 죽음에 대한 또렷한 메시지는, 화장터에서 타오르던 장작들보다 뜨거웠다. 나의 시간과 체력은 유한하다. 그리고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삶의 유한함을 깨달은 뒤 알게 되었다. 삶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게 되며, 이 찰나의 순간들이 쌓여 삶이 되고, 그 순간들이 축적된 이후에 결국 죽는다.


#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 죽음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축복'


모든 소중한 '찰나'의 순간에 집중하자. 곧 소멸할 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찰나의 순간에 집중할 것이다. 내가 주어진 삶을 누구보다 멋지게 살아낼 것이다. 제대로 살아갈 것이다. 


모두들 한 번쯤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죽음에 대한 고찰은 삶의 유한함을 깨닫게 해 주면서, 시간과 체력의 한정적이라는 걸 깊게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가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유한한 삶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는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 죽음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축복'이다. 

 

나의 한 줄 평


"죽음을 또렷하게 응시하는 자만이
삶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이 담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참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http://bitly.kr/2rsB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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