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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Jun 26. 2019

죽어가는 사람들을 6년간 지켜온 엄마

죽어가는 사람들을 6년간 지켜보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는 담담했다. 자신의 소명을 다한 사람처럼 6년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 활동을 했던 이야기를 풀어줬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이타적인 마음에서 시작했다. 오히려 6년이 지난 뒤, 지금은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삶에 대해 더 많은 감사함과 소중함을 얻었다고 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를 읽으며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요즘, 엄마에게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본 이야기를 들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저자는 완화의료팀 간호사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지켜봐 왔다. 죽음을 바로 앞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마지막 순간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지 들려준다. 죽음을 함께하는 곁에 있는 사람들부터 죽음을 맞이한 사람까지, 어떻게 하면 모두가 삶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지 실질적 조언을 이야기한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죽음 자체에, 당신의 죽음과 타인의 죽음에 좀 더 편해지고 싶으면, 
그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죽음에 대해 궁금했다. 엄마에게 봉사 활동을 하면서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이 바뀌었을까. 

"알고 보니 죽음과 삶은 떨어지지 않았더라, 바로 붙어 있었어."


죽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저자만큼이나 꽤나 깊은 답변을 해주었고,  호스피스 병동의 슬픔 속 가려진 이야기들을 들었다.


#1 왜 하필 나야? 죽음을 부정하는 사람들



- 태태태) 호스피스 병동이라고 해서 죽음을 모두가 편하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실제로는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계셔?


- 엄마)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고, 끝까지 죽음을 부정하시는 분들도 계셔. 어떤 순간에 그분도 체념하시더라도.  일반 병동에서 계속 치료받다가 마지막으로 오는 병동이 호스피스 병동이야. 대부분이 체념을 하고 오시는데, 때로는 분노를 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으셨어. 


더불어, 종종 암 병동에서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셨어. 그런 경우에는 암병동에 있으면 치료하느라 삶을 마감하는 시간을 못 갖는 거야. 삶의 애착은 이해하지만, 인생을 마무리할 기회를 놓치게 되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비탄에 빠져든다고 한다. 옛 자아가 사라지고 새로운 자아가 등장하는 것이다. "왜 나야? 왜 하필 나야?"처럼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저자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면 암울한 현실 속에서 자기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죽어가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 모두가 직면한 첫 번째 과제이자 가장 힘든 과제 중 하나가 '예전 같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2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할까?



- 태태태) 아무런 준비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이별이 가장 슬플 것 같아.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마지막을 맞이 했어?


- 엄마) 가족끼리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가족들 간의 얽힌 감정을 풀면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돌아가실 수 있는 프로그램이야. 어쩌면 이게 죽어가는 과정 중에서 하나의 행복이 아닐까 싶더라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거지. 개인뿐만이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호스피스 병동의 장점인 것 같아. 사회복지사나 수녀님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편하게 받아들여. 이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거라고 결국엔 받아들이시지. 



그렇다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죽어가는 사람을 상대할 때는 늘 솔직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환자에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말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무엇이든지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러기에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만 제안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오늘 밤엔 자고 갈 수 있어"라거나 "가는 길에 편지를 부쳐줄게"처럼 구체적으로 제안해보자. 더불어, 함부로 판단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도 힘들다



- 태태태) 죽음을 맞이한 사람도 힘들겠지만, 그 가족들도 힘들 것 같아. 가족들이 겪고 있는 실질적 어려움은 어떤 게 있을까? 


- 엄마)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는 분들이기에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으신 것 같아. 곧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니까.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활고에 시달리시는 분들이 많으셔. 아버지가 병으로 누워 있으면 어머니가 아버지 대신 생활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계시거든. 너무 힘들어하시지.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도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견디시고 계시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 같아. 



저자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한 가정이 파괴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엄청난 사건이며, 남겨진 가족들이 남보다 못한 사이로 멀어질 수도 있다. '절묘하게 세워진 탑이 균형을 잃고 와해되듯, 식구들이 균형을 잃고 헤매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거나 준비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 책임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갈 수밖에 없다. 나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부담으로 가지 않도록, 미리 죽음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를 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4 좋은 죽음 대신에 '적합한 죽음'을 고민하자



- 태태태) 엄마는 곁에서 죽음을 많이 봤었잖아. 사람들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 같아. 엄마는 그럼 어떻게 죽음을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어? 그리고 나처럼 아직은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면 좋을까?


- 엄마)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면서 유언도 써보고 관에 들어가는 임종 체험도 해봤어.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항상 준비하게 되지. 봉사 활동을 하면서 장기 기증 신청도 했고, 얼마 전에는 사전 의료 의향서도 작성하고 왔어. 나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일반 사람들보다는 더 많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돼. 죽음이란 하나의 다리를 건넌다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어. 


너처럼 젊은 친구들은 아마 와 닿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죽음을 한 번씩 떠올리면서 주어진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죽음을 생각한다고 우울하게 있을 필요는 없거든. 언젠가 우리 모두가 자연스럽게 맞이할 과정이니까. 



죽음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은 '좋은 죽음'으로 삶을 마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저자는 이런 '소위 죽음에 대한 이상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라고 한다. 죽음이라는 게 살아가는 동안 '성공'처럼 성취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혼자 가야 할 길이며,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다. 


저자는 "내 죽음은 오로지 내 소관이며, 내 죽음의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며,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을 떠올리지 말고 나에게 맞는 '적합한 죽음'을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어쩌면 우리가 죽음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택해야 하는 태도가 아닐까. 좋은 삶에 집착하지 말고 오로지 나를 위한 '적합한 삶'이 결국은 좋은 삶이 아닐까 싶다. 


#5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면 어떨까?



- 태태태) 6년 동안 봉사 활동을 하면서, 여러 환자를 만나봤을 것 같아. 그중에 어떤 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


- 엄마) 네 또래의 한 여자 아이가 있었어. 24살 때 입원했고, 병원에 석 달간 있었어. 봉사자들도 너무 마음이 아팠지. 가장 이쁠 나이였으니까. 그런데 그 친구는 우리를 너무 편안하게 대해줬어, “저 괜찮아요” 먼저 말을 걸었을 때, 오히려 더 마음이 아프더라고.


목욕을 시키다 보면 완전 살이 없었어. 뼈만 남은 모습을 접할 때마다 봉사자들은 항상 마음속으로 울었어.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났을 땐 천안까지 가서 장례식에 참여했지. “나 때문에 오래 슬퍼하지 말아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났는데, 그 말이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참 예쁜 애였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면 '애통(grief)'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고 한다. 애통은 바로 '어, 뭐지?' 하면서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상태라고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나눴던 일상까지 전부 다 사라졌다. 애통은 무척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작가의 친한 지인이었던 캐롤이 떠났을 때, 그녀는 친구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캐롤이 떠났어요."
데이비드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곧이들리지 않았다.
'캐롤이 거기 있는데 무슨 소리예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나는 본래 나이가 들 운명이다.
나는 본래 죽을 운명이다.
그런 운명에서 벗어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불교 명상법>



엄마는 오랜 시간 죽음을 지켜봤다. 죽음에 대해 많이 알아갈수록 두려울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6년간 호스피스 봉사 활동을 했던 엄마도, 완화 의료팀 간호사인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저자도 그랬다. 오히려 죽음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면서 죽음을 준비할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오히려 현재 주어진 삶을 더욱 충실하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한 번쯤은 모두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자. 삶이 답답하다면, 삶의 마지막을 떠올려 보자.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받아들이다 보면 삶에 대한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를 읽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죽음에 대해 조금 더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죽음은 허무한 것이 아니다. 언젠가 받아들여야 할 과정이고 우리는 그것을 준비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더불어,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죽음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 모두에게 '축복'이다. 


시간은 흘러간다.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


참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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