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 요인으로서 다양성
복잡성을 관리한다는 것은 복잡성을 일으키는 요인을 관리한다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구성요소들의 다양성과 수를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중에서 많은 복잡성 관련 문헌은 복잡성과 다양성을 동일시하여 다양성을 관리하는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앞서 복잡성은 나쁜 복잡성과 그것을 인지 못하는 복잡성으로 구분된다고 했는데, 다양성의 경우 좋은 다양성과 나쁜 다양성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제품의 다양성이 고객에게 좀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면서, 회사의 이익을 높일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다양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고객에게도 기업에게도 시스템 자체에 가치를 제공하지 않고, 성과를 제약하는 다양성이라면 그것은 나쁜 다양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양성을 관리한다는 것은 이 나쁜 다양성을 줄이고, 좋은 다양성을 좀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좋은 다양성과 나쁜 다양성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사실 수치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성을 줄이고 다양성을 줄인 상태에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양성을 조절하는 것이 최적의 방향이다. 그리고, 좋은 다양성과 나쁜 다양성의 수준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즉, 어떤 시스템에, 어떤 기업에는 좋은 다양성인 수준이 다른 시스템과 다른 기업에는 나쁠 수 있다. 그것은 시스템 간의, 기업 간의 동일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맥도널드에서 수십 가지의 햄버거 메뉴를 가지고 있는데, 국내 수제 버거 집은 5가지 안팎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수제 버거 집은 수십 가지로 메뉴를 가지게 되면 그것을 감당할 수 없을 수 있다. 그것은 맥도널드와 수제 버거 집의 역량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업과 시스템에서도 처음에는 몇 가지 안 되는 제품을 개발하여 운영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체계도 갖추고,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여 운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즉, 역량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성을 관리하는 방식은 크게는 두 가지가 있다. 다양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절감하는 방식과 현재 다양성에 대한 비용을 줄여서 감당할 수 있는 다양성의 수준을 높이는 방식이다. 첫 번째 방식은 3S (단순화, 표준화, 공용화)나 VRP (Variety Reduction Program)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고, 두 번째 방식은 플랫폼 전략이나 모듈화 전략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참가자에게 메뉴를 줄이는 것은 첫 번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백종원 씨가 조리법의 숙련도를 높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만능 양념장의 비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두 번째 방식과 큰 틀로 맞춰진다고 볼 수 있다. 복잡성을 설명하는 Whale Curve를 가지고 설명하면, Whale Curve 상의 위치를 조정하는 방식이 첫 번째 방식이라면, Whale Curve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두 번째 방식이다.
이후에 복잡성을 관리하는 것은 다양성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겠다.
복잡성은 선악의 개념마저도 모호한 정의할 수 없는 개념이지만, 다양성의 경우는 좋은 다양성과 나쁜 다양성을 나눌 수 있는 명확한 개념이다. 실제로 수치화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한 좋은 레버가 되기 때문에, “복잡성은 다양성이다”라고 표현한 문헌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복잡성이란 다양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복잡성이라고 한정시켜야 한다. 그렇지만 혼돈해서는 안될 것이 다양성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다양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영향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양성으로 인한 복잡성의 문제는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제품에 적용되는 다양성은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고, 프로세스에 대한 영향은 다시 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제품과 프로세스에 다시 영향을 미칩니다. 즉, 다양성으로 인한 결과를 선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다양성 자체는 수치화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치화로 인한 복잡성을 수치화할 수 없다는 것은 복잡성을 자체를 수치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연결된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그렇다면, 복잡성 자체는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불가능한 것일까? 관리한다는 것은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라서 실행을 하고, 실행의 결과와 목표를 비교하여 보완을 하는 일련의 관리의 사이클은 복잡성 자체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일까? 맞다. 그래서, 복잡성 관리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복잡성 관리는 복잡성 요인 관리, 다양성 관리로 표현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그래서, 복잡성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복잡성을 일으키는 요인을 선정하는 것, 활동의 방향성을 정의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관리한다는 것은 다양성을 최적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은 다양성의 최적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다양성의 최적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기업 환경에서는 외부 환경을 차단한 상태로 수시로 실험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의 최적 수준을 파악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적 수준이 있기 때문에 그 수준까지 도달할 때까지 철저하게 절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다양성 관리는 다양성 최적화라고 표현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다양성 절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실제로 현실에서 다양성에 대한 관리방안을 수립할 때는 겉 보이게는 무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과감하게 절감을 시킨다. 그러고 나서 절감된 불이익이나 발생하거나, 다양성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이 쌓였을 경우, 다양성을 점차 증가시키는 방법을 활용한다.
다양성을 절감하는 과정은 분석과 계획을 철저하고 꼼꼼하게 진행해야 하지만, 실행은 과감하게 수행해야 한다. 그 이유는 실행 시에는 조직적으로 상당한 저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 저항 과정에서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분석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과 근거가 합리적이라면 저항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실행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100개의 제품을 운영하고 있는데, 저 성과를 내고 있는 1~2개의 제품을 절감하는 식으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해서는 그동안 운영해왔던 프로세스와 조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면, 1~2개 절감해 놓고, 5~10개 이상이 다시 늘어나는 방식으로 원래보다 더욱 안 좋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절감 수준은 파격적으로 높이고, 앞으로 언급하겠지만 프로세스와 조직도 같이 변화를 해야 한다. 고장 난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새 차로 바꾼다고 해도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 난폭하거나, 안 좋다면 자동차는 그 전 상태로 돌아갈 위험이 크다. 기업에서도 아무리 제품, 모듈, 부품 단위로 개선을 한다고 해도, 조직과 프로세스가 그대로라면 더 원래대로 돌아갈 위험이 크다.
품질 관리에 있어서 예방이 어떠한 활동보다도 우선시해야 한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품질 사고에 일어날 경우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의 훼손 등으로 인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예방에 드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예방에도 무작정 돈을 쓸 수는 없다. 그래서, 예방, 교육, 검사 등 제품 라이프사이클 상에서 품질 활동에 대한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성 관리에서도 동일한 원리가 작동한다. 다양성 관리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다양성이 발생하기 전에 기획하고, 검토하고, 검증하는 것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활동이다. 그러나, 모든 노력을 기획 단계에 옮겼을 경우에는 예측 못한 상황으로 인한 다양성 문제나 기획한 결과대로 실행되는지 검증을 못하는 데 발생하는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다양성 관리에서도 결국은 기획~개발~운영~서비스~단종에 이르는 제품 라이프사이클 상의 다양성 관리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놓고, 제대로 구현하는지 점검하지 않는다던지, 현재 결과에 대해서 리뷰해보고, 계획을 보완, 운영하지 않는다던지, 지속적으로 기 발생된 다양성을 관리하지 않는 것이다. 기획 시점의 다양성 관리 활동이 가장 효과가 크고, 권장한다고 하여 개발 시점의, 운영 시점의 활동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활동을 생략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렇다면, 다양성 관리 포트폴리오 구성 시 어느 정도 비중으로 활동의 로드를 분배하는 것이 맞을까? 답변부터 정리하자면,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초기 활동 수준에는 기존에 발생된 다양성 수준을 극적으로 줄이는 데 리소스를 투입해야 할 것이다. 정리 정돈하기 전에 버릴 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청소를 하듯이 먼저 현재 수준의 다양성이 파악이 되었다면 과감하게 줄이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이후에는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불필요한 다양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리뷰를 해야 한다. 이 과정이 어느 정도 정착되었을 때는 다양성을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실행하는 데 집중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히 자사 조직뿐만 아니라, 시장 및 고객에 대한 정보도 같이 반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전 활동보다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초기에는 계획 자체의 적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복구하는 데도 시간과 자원이 투입이 될 것이다. 이를 감당하고 꾸준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그렇게 점차적으로 적절한 수준의 다양성 관리 포트폴리오 구성이 완성될 것이다. 앞 단계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후 단계의 활동의 비중은 줄어들겠지만, 아예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다양성 관리 포트폴리오는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성숙도에 따라서 만들어져 간다고 표현할 수 있다.
앞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다양성 관리는 철저한 기획과 분석 과정이 필요하지만, 완벽한 계획에 따른 미흡한 실행보다는 약간 부족한 계획에서 철저한 실행이 오히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분석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다양성, 다양성으로 인한 복잡성은 그 시점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따라잡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실행은 빠를수록 좋다. 그래서, 분석에 매몰되기보다는 어느 정도 방향성이 잡혔다 싶을 때, 분석 결과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철저하게 실행하면서 다시 필요에 따라서 분석을 병행하는 것이 더욱더 효과적이다.
다양성으로 인해서 복잡성이 발생한다고 하여 모든 다양성을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적절하지도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가치를 제공하는 다양성은 최대한 늘리면서, 고객에게는 드러나진 않지만,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기업 내의 다양성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양성을 기업 밖에서 발생하는 것이냐,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냐에 따라서 외부 다양성, 내부 다양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양성에 관련된 문헌에서는 시스템 외에서 발생하는 다양성, 즉 외부 다양성으로 인해서 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내부 다양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외부 다양성을 내부 다양성의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계없이 시스템 경계에서 외부에서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외부 다양성, 시스템 경계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성을 내부 다양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앞으로도 반복해서 언급하겠지만, 복잡성 관리의 핵심, 다양성 관리의 핵심은 외부 다양성을 최대한 시장의 요구에 맞춰서 또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이면서, 어떻게 하면 내부 다양성을 최적화 또는 절감하는가 이다.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역량은 한정적이고, 시장이 원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는 외부 다양성을 모든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식당에서 가서 손님이 원하는 모든 음식을 하나하나 만들어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식당이 보유하고 있는 인력, 재료, 시간, 비용 등으로 인해서 불가능하고, 어떻게 하면 방문하는 손님들이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도록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어떤 식당은 단일 메뉴를 제공하면서, 고객 스스로 양념 양이나 종류를 조절하면서 손님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갈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식당은 아예 다양한 식단을 제공하되, 빠른 속도로 조리할 수 있도록 사전에 양념이나 재료를 만들어둔다거나, 어떤 식당은 하나의 베이스로 여러 음식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세팅을 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이 모든 것은 다양성을 대응하는 메커니즘이고, 기업 별로 희망하는 또는 요구받는 외부 다양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내부 다양성을 조절하는 방법을 다양성 메커니즘이라고 지칭하며 앞으로 나오는 다양성 관리 기법은 모두 다양성 메커니즘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플랫폼 전략, 모듈러 디자인과 같은 방법론이 큰 틀로 보면, 내부 다양성을 제한하면서 외부 다양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이야기이다. 앞서 설명한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에서 백종원 씨가 소개하는 만능 간장, 만능 양념장 등도 큰 틀에서 보면 제공하는 음식을 제한된 자원으로 다양화하기 위한 다양성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