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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Dec 09. 2022

폭스바겐 그룹 사례

(1-2) TRATON 그룹 사례

지난 글에서 이어서 폭스바겐 산하의 TRATON 그룹의 모델 운영 전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가치 증대와 미래 준비를 위해서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 있는 SCANIA, MAN, VW Trucks & Bus 등을 통합하는 TRATON 그룹을 신설했으며, 이후 Navistar 브랜드를 인수하고, 디지털 솔루션 플랫폼을 위한 RIO를 TRATON 그룹 산하에 두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TRATON 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가치 증대, 미래 준비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지를 살펴보겠습니다.


I. 모델 포트폴리오 최적화: 매출을 극대화하고 복잡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판을 짠다


폭스바겐 산하의 상용차 브랜드를 통합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모델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최적화하는 작업이었을 겁니다. 지역, 모델 기준으로 모델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브랜드 간 중첩되는 부분은 최대한 조정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취약한 부분은 보완할 계획을 세웠겠죠.


Navistar 브랜드의 인수도 그런 일환이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지역별, 모델별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타 브랜드를 인수하고, 인수하지 못하면 Hino Motors와 같이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죠.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서 전반적으로 상용차 매출을 증대시키고, 그런 과정에서 리소스를 최적화하여 종국에는 수익률을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활동 후에 한 지붕에 모여든 브랜드 간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작업을 진행합니다.


TRATON 성과 목표 및 시너지 활동

위 그림에 보면 각 브랜드별 성과와 목표 성과, TRATON 전체 성과 현황과 목표가 나와 있습니다. 타깃은 9% 수익률입니다.


II. 운영 최적화: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제품군 운영을 설계한다. 


앞서 목표로 한 9% 수익률은 단순히 모델 포트폴리오 최적화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서 TRATON 그룹은 (1) 통합 구매, (2) 모듈화, (3) 파워트레인의 조인트 개발, (4) 신 기술 적용, (5) 생산 거점, 물류 최적 운영, 총 5가지 활동을 제시했습니다.


즉, 5가지 활동을 통해서 TRATON의 이익률을 9%로 향상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브랜드 간 시너지 극대화 방안


5가지 활동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1) 첫 번째는 통합 구매입니다.


예전에 브랜드별로 개별로 구매하던 부품이나 컴포넌트를 그룹 차원에서 동일한 부품과 컴포넌트는 동시에 구매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이 좋아질까요? 시장에서 과일을 한 봉지 살 때보다, 한 상자를 사면 덤으로 더 주거나 가격을 깎아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죠? 동일한 원리입니다. 브랜드별로 구매를 할 때보다 통합 구매를 하면 상대적으로 구매량이 늘어나서 바잉 파워가 생기고 단가를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애플이 부품사에게 말도 안 되는 단가로 구매를 요청할 때가 있다고 하죠? 그것도 애플이 적게는 수십 만개, 많게는 수백만 개를 구매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바잉 파워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자, 이렇게 통합 구매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동일한 부품이나 컴포넌트가 많아야겠죠? 아무리 통합 구매를 하더라도, 동일한 기능을 하는 부품이 여러 종류라면 종전과 다를 바가 없을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통합 구매와 함께 수행해야 하는 활동이 부품 단위, 컴포넌트 단위 표준화/공용화 활동입니다. 여기서의 표준화/공용화 활동은 절대적으로 단위 구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이 됩니다. 이러한 활동은 특정 시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용차의 전동화는 통합 구매의 가능성, 효과를 극대화하겠죠.


전동화를 통한 부품 수 절감, 맞춤화 향상


위 그림에서 보듯이 기존 상용차가 전동화가 되면 기존보다 11% 정도 부품 수가 줄어들고, 반면에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부품 수가 줄어들고, 제품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해지면서 맞춤화가 용이해지기 때문이죠. 이런 트렌드만 보더라도 통합 구매할 동인은 충분합니다.


2) 3) 두 번째 모듈화와 세 번째 조인트 개발은 같이 설명하겠습니다.


사실 첫 번째 통합 구매부터 조인트 개발까지는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부품 단위로 표준화/공용화를 한 후에는 핵심 서브 시스템 단위로 표준화/공용화를 하고, 이후에는 최종적으로는 모듈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이 폭스바겐 그룹이 모듈화 전략을 수익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TRATON 그룹이 자체적으로 모듈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로 볼 수 있습니다.


모듈화는 수익성 향상을 위한 핵심 툴이다


TRATON 그룹은 크게 4가지를 모듈러 시스템 도입의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1) 부품, 모듈 공용화를 통한 복잡성 절감

(2) 재료비 절감

(3) 정제된 성능 평가 단계를 통한 고객 제안 최적화

(4) 미래 기술 투자를 위한 R&D 리소스 여력 확보


모듈러 시스템 도입 이유만 보더라도, TRATON의 가치 증대를 위해서는 모듈러 시스템 도입이 달성해야 하는 목적지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여기서 잠깐 TRATON 산하의 SCANIA 사의 모듈화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SCANIA 사의 모듈화 전략은 폭스바겐 그룹이 Modular Toolkit Strategy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성공사례와 경험을 제시할 정도로 구체적인 성과를 냈으며, TRATON 그룹 내에서도 SCANIA 사의 모듈화 전략 체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스카니아 모듈화 예시


SCANIA 사 모듈화 전략의 핵심 가치는

(1) 개별 고객을 위한 맞춤형 운송 솔루션 제공,

(2) (1)을 저비용으로 실행,

(3) Time-To-Market 최소화입니다.


즉,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저비용, 빠른 속도로 공급하기 위해서 모듈화 전략을 적용한다는 것이죠.


이런 가치를 준수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모듈화 원칙을 세워두고, 철저히 실행을 하고 있습니다.


(1) 균형 잡힌 성능 확보 및 평가 단계를 갖는다.

아무리 모듈화가 잘 되어있어도, 품질이나 성능이 좋지 않으면 오히려 제품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만듭니다. 그래서, 고객의 니즈에 따라서 모듈을 교체하더라도,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듈 단위 평가, 모듈 조합 제품 단위 평가 단계를 준비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2)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유지한다.

모듈화의 핵심은 시스템을 모듈로 나누고, 모듈 간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듈 간의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듈은 바뀌더라도 모듈 간의 인터페이스는 바뀌지 않아야만 변경할 모듈 외에는 변경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거나,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모듈을 자유롭게 조합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3) 동일한 니즈에 대해서는 동일한 솔루션 (부품, 모듈 등) 제공한다.

고객의 니즈가 동일하면, 표준화된 공용 모듈을 제공해야만 합니다. 모듈의 종류는 여럿이 있어도 되지만, 동일한 사양에 대해서는 표준 모듈 한 종류만이 존재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원칙을 제품으로 표현한 모습의 일부가 위의 그림입니다. 사양에 따른 여러 종류의 모듈들이 존재하고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이를 조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인 것이죠.



SCANIA 사의 모듈러 시스템을 기초로 TRATON도 TRATON 자체의 모듈러 시스템을 갖추고자 합니다. 그런데, 한 번에 모듈러 시스템을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SCANIA 사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내부 저항을 이겨내면서 갖춘 체계일 테니까요. 그래서, 다음 3단계의 바텀업 방식을 취합니다.


바텀업 방식이란 부품 - 모듈 - 서브 시스템 - 아키텍처 순으로 표준화하는 식으로 모듈러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처음에는 실행하기 쉬운 활동부터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지만, 저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부품이나 컴포넌트 단위로 표준화/공용화하는 활동은 속도 면에서나 범위 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품이나 컴포넌트 단위 활동을 병행하되, 시스템부터 내려오는 탑다운 방식을 추천합니다.


그렇다면, TRATON 그룹은 왜 바텀업 방식을 수행하는 걸까요? 아마도 안정화된 브랜드 별로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SCANIA라는 이미 모듈러 시스템을 갖춘 곳의 경험과 결과물이 있기 때문에 바텀업 방식을 취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1단계는 앞서 설명한 통합 구매, 부품이나 컴포넌트 단위 표준화/공용화 활동입니다. 실질적이고 빠른 시일 내에 효과를 낼 수 있는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이겠죠. 그런 후에 핵심 서브 시스템 위주로 공용화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서브 시스템 정도 되면 기존 차량의 내장된 서브 시스템을 기초로 표준화하고 공용화하는 활동은 어려울 겁니다. 신규로 만든 후에 이후에 개발, 생산되는 차량에 적용하는 공용화 중에서도 공통화 활동을 수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위와 같은 파워트레인 같은 서브 시스템을 공용화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죠. 파워트레인이 중요한 이유가 상용차의 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시스템이기 때문일 겁니다.



당연히 성능은 기존 파워트레인보다 좋아야 할 것이고, 가격도 저렴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개발한 파워트레인은 개별 브랜드에 언제 적용할 것인지를 계획해두어야겠죠. 이와 같은 공용화 프로젝트를 위해서 그룹 차원에서 조율하며, 브랜드 간 역할을 적절히 나누고 협력해야겠죠.



파워트레인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이 다양한 컴포넌트에 대한 공용화 활동은 지속될 것입니다. 몇 차례에 걸쳐서 공용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한 후에 표준화/공용화하는 활동을 수행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처음에는 Urea Tanks, batteries를 표준화/공용화하다가, 2차에서는 Propeller shaft 등을 표준화/공용화하는 식으로 몇 차례에 걸쳐서, 공용화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최종적으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TRATON 그룹 자체의 모듈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미지처럼 말이죠.



중앙에 모든 브랜드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심 모듈이 존재하면서 지역 특성과 브랜드 특성에 맞춰서 확장하여 다양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발 및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모듈화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 그룹 내 공통 조직을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Common Layout Team이라고 불리는 공통 조직은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고객의 니즈를 기초로 균형 잡힌 성능 평가 단계를 정의하고, 수행하며, 모듈 간의 인터페이스 표준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해당 공통 조직은 모든 브랜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글로벌 조직입니다. 모듈화를 위해서는 제품, 프로세스, 조직이 모듈화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저항을 받게 되고,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이 정도로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통합 구매, 모듈화, 조인트 개발을 통해서 다양한 모델을 만들면서도 각 모델 별로 공용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일 겁니다.



4) 여기까지의 활동으로 R&D 리소스, 비용에 대한 여유가 생겼다면 다음은 네 번째 신 기술 도입입니다.


사실 신기술 도입도 복잡성 절감 영역과 관련이 큽니다. 개별 브랜드 별로 신기술을 각각 도입하게 된다면, 도입 시점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그룹 내부에 다양한 종류의 솔루션, 아키텍처, 모듈 등이 산재하면서 복잡성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이 자율 주행, 연결성, 전동화 트렌드 맞춰서 브랜드별로 개별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서 기술을 개발/도입, 적용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중복 투자하는 경우도 줄어들고,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얻겠죠.



해당 로드맵에 맞춰서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갖는 하나의 아키텍처, 하나의 플랫폼, 하나의 솔루션을 가지고 전체 브랜드를 총괄할 겁니다.



5) 마지막은 생산, 물류 최적화입니다.


개별 브랜드, 개별 지역마다 생산 기지가 있겠죠. 위와 같이 통합 구매하고, 표준화/공용화하고, 모듈화를 하면 모델 변경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지는 유연성을 갖게 될 겁니다. 빠르게 생산 기지를 변경해야 하거나, 특정 모델의 생산량을 늘려야 하거나, 모델 스위칭하는 등의 전략적 판단을 좀 더 쉽게 수행할 수 있게 되겠죠.


지금까지 TRATON 그룹의 통합의 이유와 이를 통해서 효과를 얻기 위한 활동을 설명했습니다.


다음 그림은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요약한 그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룹과 브랜드 간 협업 대상


그룹 차원에서 브랜드 독립적으로 적용할 플랫폼/모듈, 솔루션을 개발 및 관리하고, 이를 가지고 각 브랜드는 모델을 개발, 생산, 판매하는 구조를 갖습니다. TRATON 그룹 사례가 재미있는 이유는 브랜드 간의 복잡성을 절감하기 위해서, 신 기술을 효율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 조직의 통합을 수행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브랜드 간의 협력으로 표준화, 공용화, 모듈화를 하라고 했다면 서로 할 일을 미루면서 자기 장사에 집중했을 겁니다. 그것을 방지하고자 TRATON 그룹을 신설한 것이죠.


다음 글부터 다룰 폭스바겐 그룹의 모델 운영 전략 또한 TRATON 그룹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상용차 특성에 맞춰서 TRATON 그룹이 그것만의 전략을 수립했을 수는 있으나, 모듈화 전략을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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