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관리자가 되는 건가요?
이번 주에 팀장에게 보고할 자료를 팀원 전체 모여서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치는 건 어떨까?”
“이건 아니야, 다시 해야 해”
“이런 내용을 추가해봐” 등등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사람은 한 명, 답답하기만 합니다.
빨리 수정해야 하는데,
리뷰 내용은 산으로 가고,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의견만 잔뜩 내놓습니다.
회의가 3시간 만에 끝나고, 의견을 잔뜩 낸 팀원들은 자기는 이제 일 다했다며 차 마시러 나갑니다.
선배 생각,
‘자료는 후배 사원이 만드는 거야, 난 검토하고 의견만 주면 돼’
후배 생각,
‘뭘 알고 떠드는 건지, 회의 준비도 없이 들어와서 떠들기만 하면 다인가?’
A 상무는 퇴직하면서 자기가 관리했던 프로젝트 자료를 모두 모아서 나왔습니다.
(지금처럼 보안 의식이나 보안 절차가 강하지 않았던 시기의 이야기로 이해해주세요.)
퇴직 후에 해당 주제에 대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내가 모든 프로젝트에 관여했으니 다 알 것이라고 자신했죠.
그런데, 어떻게 됐을까요?
분명히 자기가 다 리뷰하고, 검토하고, 컨펌한 자료들인데
막상 그걸 만들려고 하니 내용이 이해도 안 가고 응용할 수도 없는 겁니다.
힘들게 모아둔 자료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죠.
자신을 어디 어디 출신 상무로 추켜올리며 전문가 대접을 하던 사람들의 눈초리가 따가워짐을 느꼈습니다.
특히, 임원 시절에는 자신의 의견에 감히 토를 달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조금만 실수해도 감히 공세적으로 나오니 배알이 꼬여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복잡해짐에 따라서 실무자와 관리자의 역할은 분화가 됩니다.
자연스럽게 실무를 하는 다수의 사람과 그들의 업무를 관리하는 관리자의 역할이 나눠지게 되는 거죠.
규모가 커지고 조직의 계층이 늘어나면, 관리자 또한 계층화됩니다.
그런데, 보통 관리자의 소양과 역량을 학교에서 배우고 오진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주 하는 오해가 다음과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실무를 하지 않고 관리만 하면 된다."
"실무를 잘하면 관리도 잘하게 된다."
"실무를 하지 않더라도 리뷰하고 검토하는 것은 선배의 일이다."
관리는 엄연한 전문 영역입니다.
직접 실무를 하지 않더라도, 업무를 기획하고, 리소스를 관리하고, 성과를 책임지는 관리의 영역 또한 하나의 전문 영역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실무를 하듯이, 실무를 잘하면 관리도 잘한다는 생각에서 우선 발생합니다.
실무를 잘하던 팀원도 팀장이 되면 성과를 못 낼 수 있습니다.
서로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무와 관리 영역을 혼동할 때 발생합니다.
분명히 조직에서는 소수의 관리자가 필요한 데, 관리자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차에 따라서 자기의 역할을 실무가 아니라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일컫는 현업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고, 외각에서 평론가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죠.
반대로 전문적으로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해왔는데, 자신의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도 없고
자기가 다 아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실무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등…
To. 실무자
결과적으로 관리자가 아닌데 실무자가 아닌 관리자 역할을 한다거나,
관리자임에도 실무자 수준의 실무 감각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무를 하느냐, 관리를 하느냐는 연차가 아니라, 회사에서 주어지는 직책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직책에 따라서 당연히 요구되는 역량은 다르겠죠.
직급을 올려주는 건 실무에서 빠지라는 의미가 아니라, 좀 더 넓은 시야가 업무를 수행하고,
후배 사원들을 리딩하고 코칭하고 독려해가면서 성과를 내라는 의미입니다.
실무에 빠질 권리를 준 게 아니라, 더 큰 책임을 부여한 것입니다.
회사에서 책임을 부여하지 않은 이상 연공서열로 관리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관리자가 아니면 실무자인 겁니다. 이걸 무시하거나, 모른다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위치가
조직 내의 잉여가 되어버립니다.
To. 관리자
다른 사람들의 힘을 모아서, 빌려서 성과를 낸다는 건 자기가 성과를 내는 것보다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실무를 잘하면 관리도 잘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한다거나, 한동안 관리자를 했지만 과거에는 실무를 잘했으니까, 아니면 내가 관리했던 업무니까 속속들이 잘 알 수 있겠지 생각하는 순간 현실과의 괴리를 느낄 겁니다.
회사는 관리자에게 넓게 보라고 책임을 맡긴 것이고, 실무자는 깊게 업무에 집중하라고 역할을 부여한 겁니다. 내가 넓게는 알고 있을지는 몰라도, 실무자가 아는 속속들이 알기 어렵습니다.
관리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