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회 Feb 02. 2023

폭스바겐 그룹 사례

(5) 제품 전략 - 배터리

지난 글까지 메카트로닉스 전략, 소프트웨어 전략에 이어서 제품 전략 중 배터리 관련 전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편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기술에 대한 내용은 그것과 관련된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하므로, 본 글에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배터리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제품 전략 중에서도 배터리 전략이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배터리가 전기차의 성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구입할 때, 사람들이 걱정하는 그것, 주행거리, 충전시간, 충전 인프라 등이 모두 배터리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앞서 아무리 경쟁력 높은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한다고 한들 배터리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모두 부질없는 짓이 됩니다. 그래서, 테슬라를 포함한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이든, 자체 생산공장이든 경쟁력 있는 배터리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이겠죠.


두 번째,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대략 40% 이상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이 비슷하거나 그보다 저렴해야 합니다. 현재는 각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고 어느 정도 맞추고 있다지만, 지속될 수 없는 정책에 의존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겠죠. 그래서, 최대한 원가를 절감하는 활동을 해야 하는 데, 그것의 핵심이 배터리입니다. 

결국은 배터리 전략의 목적은 전기차의 성능 향상과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향상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 더 한다면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서 충분한 배터리 공급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면서, 배터리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앞선 메카트로닉스 전략에서 언급했듯이, 폭스바겐은 전 라인업에 걸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즉, 배터리 또한 전 라인업에 걸쳐서 제작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그 과정에서 각 차량에 맞게, 개별 모델에 맞게 배터리를 설계하고 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성능과 가격에 따라서 배터리의 다양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따라서 배터리 다양성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Unified Cell 개념


그래서, 폭스바겐의 배터리 전략의 첫 번째는 배터리 표준화입니다.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면 배터리의 표준화할 영역과 다양화할 영역을 구분하고 폭스바겐만의 다양성 메커니즘을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다양성 메커니즘의 핵심은 상단 그림에서 보듯이 “Unified Cell”입니다. 셀을 표준화하고, 이것을 조합하여 다수의 전기차를 대응하겠다는 계획이죠. 


그렇다면 왜 “Unified Cell”을 표준화 결과로 정했을까요? 아니, 셀은 무엇일까요?

앞서 배터리의 기술에 대한 지식은 다루지 않겠다고 했으나, 표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한 내용은 삼성 SDI 홈페이지에서 몇 가지 발췌해 왔습니다.


배터리는 아래 삼성 SDI 전기차용 배터리 설명 자료를 알 수 있듯이 셀, 모듈, 팩 순으로 조립이 됩니다. 셀이 모여서 모듈이, 모듈이 모여서 팩이 되고, 팩을 전기차에 장착하게 됩니다. 셀, 모듈, 팩의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삼성 SDI 설명자료 참고)


삼성 SDI 전기차용 배터리 셀, 모듈, 팩 (출처: 삼성 SDI 홈페이지)


셀: 배터리 기본 재료인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을 사각형의 알루미늄 케이서 넣어 만든 배터리 최소 단위

모듈: 셀이 여러 개를 묶어서 외부 충격, 열, 진동으로부터 보호하도록 만든 조립체 

팩: 모듈들을 모아서 배터리 관리 시스템, 냉각 시스템 등 제어 및 보호 시스템을 장착하는 완성체 


전기차의 배터리를 표준화한다는 것은 셀  모듈  팩 순으로 조립되는 계층 구조 상에서 표준화 영역과 차별화 영역을 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팩, 모듈, 셀을 표준화를 할 수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첫 번째, 팩은 차량 디자인과 연관이 크기 때문에 표준화하기 어렵습니다. 차량의 크기, 형상에 따라서 팩의 모양이 영향을 받습니다. 다양한 차량에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팩은 표준화 영역으로 적합하지 않죠. 차별화 영역으로 봐야 합니다. 


두 번째, 셀은 우선 표준화 영역으로 적합해 보이지만, 배터리의 성능 때문에 셀 내부 화학 물질이나 재질이 변화하는 등으로 시간에 따라서 변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현재 표준화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죠.


마지막 모듈은 어떨까요? 모듈은 우선 표준화 가능한 영역으로 적합해 보입니다. 팩은 차별화 영역으로, 셀을 조립하여 만든 모듈은 셀의 지오메트리만 정해두면 표준화에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술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듈을 표준화했지만, 모듈이 사라질 수도 있다면 어떨까요? 지금은 셀을 묶어서 모듈을 만들었는데, 차량의 무게나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셀에서 직접 팩을 만드는 “Cell to Pack”이나 셀을 차체에 배치하는 “Cell to Car”가 도입될 수 있습니다. 현재는 표준화 영역으로 적합하더라도 미래 기술 트렌드를 고려하면 모듈도 표준화 영역으로 적합해 보이지 않습니다.


배터리 시스템 전망


그렇다면 셀, 모듈, 팩 무엇도 표준화 영역으로 적합한 게 아닐까요? 만약 성능과 연관이 적은 지오메트리를 표준화하는 것으로 정한다면 셀이 다시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셀은 배터리 성능 발전에 따라서 변화하는 영역입니다. 표준화한다는 것은 시간 축이든, 공간 축이든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적합해 보이지 않죠. 그런데, 셀의 껍데기, 케이스, 케이스의 지오메트리만 표준화하면 어떨까요? 


Unified Cell의 표준화 영역과 차별화 영역


이렇게 되면, 셀의 껍데기는 그대로 두고, 내부에 들어가는 배터리 물질을 달리함으로써 차량 세그먼트별로, 차량 가격별로 배터리 성능을 차별화할 수 있어 보입니다. 현재는 셀에서 모듈을 조립할 때, 셀의 크기가 일정하므로 모듈을 어느 정도는 표준화할 수 있는 여지도 있고, 향후 모듈이 없어지더라도 셀의 지오메트리가 표준화되어 있으니, 그것에 맞게 적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죠. 셀 자체도 아니고, 셀의 껍데기만 표준화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요? 저는 구체적인 기대효과 로직을 알 수 없지만, 효과가 있다고 폭스바겐 그룹은 주장합니다. 그것의 예를 든 것이 표준 공장입니다.


셀의 껍데기, 즉 셀 사이즈 표준화는 셀 생산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배터리를 생산하는 생산 설비 공정, 라인, 공장을 표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배터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도 얻을 수 있겠죠?


Unified Cell의 이익


표준 공장의 장점


이후에는 이제 표준화한 “Unified Cell”을 적용할 차량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만 남게 됩니다.


Unified Cell의 롤아웃 계획


배터리 전략의 내부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 “Unified Cell”이라면, 외부적으로는 배터리 관련한 밸류 체인과 배터리 유통, 사용, 폐기, 재활용하는 밸류 체인을 구축, 점검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아서 이 정도로 넘어가겠습니다. 모듈러 디자인에서도 공급망을 단순화하고, 표준화하고, 최적화하는 활동이 중요합니다. 그것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제품 구조를 단순화, 표준화, 최적화하는 것이고, 공급망에 정비가 되어야 모듈러 디자인의 효과를 오롯이 산출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관련 밸류 체인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 대한 전략은 셀 표준화와 밸류체인 최적화입니다. 셀 표준화 활동은 “Unified Cell”을 만들어서 적용하는 활동으로 셀 자체가 아니라, 사이즈 표준화에 해당합니다. 셀을 표준화하는 건 향후 기술 방향에 따라서 모듈이 사라질 수 있고, 차량 별 디자인에 따라서 셀 외의 조립체는 표준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셀 내부의 화학 물질은 배터리 성능을 결정짓기 때문에 공간 축, 즉 차량 종류에 따라서, 시간 축, 배터리 성능 개선에 따라서 변화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표준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인 셈이죠.

그리고, 셀의 사이즈만 표준화하더라도 표준 공장, 표준 라인, 표준 공정, 표준 작업, 표준 설비를 도입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건 결국 배터리의 원가를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속도도 향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차량별로 배터리를 달리 가져가야 한다면, 배터리 수급 문제를 모델 별로 가져가야 하고, 배터리 수급 예측을 잘못하면 어느 차량은 배터리가 부족하고, 어느 차량은 배터리가 남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배터리의 셀 사이즈를 통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메카트로닉스 플랫폼을 통합하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겁니다. 


반복해서 보시겠지만, 폭스바겐 그룹의 제품 전략은 대상만 바뀔 뿐이지 같은 원리로 단순화, 표준화, 공용화, 최적화 활동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서비스 전략에 대해서 다루겠습니다.



5편. 서비스 전략

6편. 조직 및 종합

매거진의 이전글 폭스바겐 그룹 사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