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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하기 어려운 기업 경쟁력, 다양성 메커니즘

우리 집 요리사가 식당 개업을 실패하는 이유

by 심야서점

공부 잘하는 학생 곁에는 어김없이 그 학생의 노하우를 알아내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몇 시간을 공부하는지, 어떤 참고서, 문제집을 공부하는지, 어느 학원을 다니는지 알아내고 그것을 따라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효과를 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비법은 드러나는 곁면에 있는 게 아니라, 따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꽁꽁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내면에 있기 때문이죠.


기업의 경쟁력도 동일합니다. 기업 성공의 케이스 스터디, 심층 분석 기사 등으로 특정 기업의 성공 사례를 분석합니다. 우등생의 비법이 몇 권의 참고서로 설명 가능하길 바라는 것처럼 성공의 이유를 몇 편의 글로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길 바랍니다. 실제론 그렇게 단순한 이유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거나,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쟁사의 제품을 뜯어다가 우리 제품과 비교를 해봤어요. 그런데, 우리 제품이 별반 차이가 없거나, 더욱 우수해요.”


“기업이 위치한 국가의 노동 단가가 싸기 때문에 고객사별 대응이 가능한 거예요. 우린 그렇게 못해요.”


“경쟁사를 따라서 제품 구조를 맞춰어요. 그다음은 무엇을 해야 하죠?”


제품 하나하나가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드는 것은 기업이 당연히 가져야만 할 가장 중요한 경쟁력입니다. 그런데, 기업이 자신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키워가려면 하나의 제품만으로 시장에서, 경쟁사와 경쟁할 순 없습니다. 다양한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생산하고, 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의 제품만 잘 만든다는 건 니치 마켓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겠다는 기업 외에는 적절치 않은 기업 방향성인 거죠.


요리에 소질 있다는 사람도 식당을 개업했다가 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의 요리, 소수의 요리를 특정 대상을 상대로 제약 없이 만들어서 대접할 때는 나쁘지 않았는데,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대량으로, 비용, 시간, 재료의 제약을 가지고 만들려다 보니 실력 발휘도 제대로 못하는 거죠.


하나의 제품을 만들던 회사도 제품의 다양성이 증가하는 시점부터 이익이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것을 복잡성 비용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표현하지만, 제품의 증가에 따라서 규모에 맞지 않지 않는 기업 체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불필요한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이 모든 제조 기업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업 경쟁력인 반면에, 여러 가지의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은 성장하는, 성장을 원하는 제조 기업의 경쟁력입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은 넘어서 여러 가지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성장하는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인 셈이죠.


이런 것을 염두하면, 자사만의 다양성 메커니즘 (Variety Mechanism)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경쟁력 있는 자사만의 다양성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플랫폼 전략을 한다, 모듈러 디자인/모듈러 아키텍처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제품군 전략에 따라서 자사만의 다양성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따졌을 때, 모듈러 디자인/모듈러 아키텍처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결론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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