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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디자인 사례 연구 - 방위산업에서의 모듈화

사례로 보는 모듈러 씽킹, 모듈화의 빛과 그림자

by 심야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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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usni.org/magazines/proceedings/2023/may/beware-allure-mission-modularity

재미있는 기사이자,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글입니다.


생소할 수 있으나, 모듈러 디자인의 관심이 높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산업 중 하나가 방위산업입니다.

“왜 무기를 모듈화 하지? 사용자도 한정되어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의아함을 느낄 사람도 많을 겁니다.


방위산업 외 타 산업에서 모듈러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양성을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다양한 제품을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서 모듈러 디자인을 활용합니다. 큰 줄기로 보면 방위산업 또한 동일합니다. 다만, 표현을 달리할 뿐이죠.


방위산업 쪽에서 모듈러 디자인, 모듈화에 관심을 갖는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능동적이고 안정적인 획득 (구매) 전략을 펼치기 위함입니다.


획득 전략이라는 말이 생소할 수 있는데, 구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기는 한번 구매하면 장기간 사용을 합니다. 그리고, 상당히 가혹한 조건에서 운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지 보수가 용이해야 하죠. 그리고, 실전에 투입될 때는 최대한 예상한 성능을 내야 하고 품질에 문제가 있어선 안됩니다. 당연하겠죠. 전쟁 중인데 성능이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인명과 직결이 될 테니까요. 혹시나 대응해야 하는 무기를 이기기 위해서 적용할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면 그것 또한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상황에서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무기를 공급했던 기업이 없어졌다면? 무기를 공급했던 기업이 공급이 늦어진다면? 당장 전쟁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말이죠. 여러 가지 이유로 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무기를 구매한다는 것은 한번 구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무기를 폐기하기 전까지 그것을 만들어낸 공급망을 관리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능동적이라는 것은 만약 공급 업체가 역량이 떨어지거나 비용 측면의 메리트가 떨어지면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업체로 교체가 용이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는 일부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신들이 운용하는 무기 체계에는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만들어야겠죠. 비가용시간을 줄이거나, 업체를 확대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효과도 결국 획득 전략에 포함됩니다.


두 번째, 유연한 작전 운용을 펼치기 위함입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전은 첨단 기술과 첨단 기술 간의 경쟁입니다. 상대방을 교란하고 상대방의 무기를 무력화하고, 자신들의 공격력을 배가하는 것은 이제 기술력의 차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운용 중인 무기에 대해서 첨단 기술을 적용하여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유리하고, 업그레이드 시에 최소한 시간과 비용만 투자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기 체계를 원하는 작전에 따라서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이제 웬만한 첨단 무기는 시스템 규모가 아니라, 시스템의 시스템 규모입니다. 한번 만들 때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자되고,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이 짧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다양한 작전을 운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추게 만드는 것이 유리하겠죠.


본 기사에서도 위와 같은 두 가지 장점이 있기에 모듈러 디자인, 모듈화를 적극적으로 함정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있는 모듈러 디자인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능동적인 작전 운용을 위한 유연한 모듈 교체, 조합을 수행할 수 있음

보급품 보충, 업그레이드, 유지 보수를 현장이 아닌 오프사이트에서 진행할 수 있음

선체의 설계 및 구조는 모듈의 설계 및 구성과 디커플링이 되므로, 신규 및 개선 기술 적용을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음

최소의 리소스로 신규 기능을 현장에서 테스트 수행 가능함

모듈 업데이트와 모듈 유지관리를 오프사이트에서 진행 가능함

해변에서 승무원을 배치하여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된 패키지를 오프사이트에서 인력 교육 가능함

모듈에 대한 공급망을 간소화함


재미있게 본 부분은 보급품 보충, 업그레이드, 유지 보수를 현장이 아닌 오프사이트 (육지)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점과 승무원 교육을 오프사이트 (육지)에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함정이 완성이 되면,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승무원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바다로 나가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모듈러 건축과같이 온 사이트와 오프사이트로 나눠서 최대한 육지에서의 활동을 확보한다는 점도 모듈러 디자인의 장점으로 볼 수 있겠죠. 함정이 운영되는 바다는 대표적인 가혹 조건입니다. 함정에게만 가혹 조건이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에게도 가혹 조건이죠. 그것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서 모듈 단위로 육지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여기서 끝냈으면 모듈러 디자인에 대한 찬사의 글이었겠으나, 저자는 만병통치약으로서의 모듈러 디자인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은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정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설계로 함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또는 다양한 함정 종류의 요구사항을 반영해야 하므로, 오히려 복잡성이 증가할 수 있음. 그것으로 인해서 단일 함정의 성능, 무게, 크기 등의 특징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

모듈을 더 넓은 시스템에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특정 모듈의 개발에 집중하게 되고, 하나의 모듈에 모든 기능 요구사항을 반영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음.


저도 공감이 되는 부분인데, 모듈러 디자인을 잘 적용하는 것은 꼭 모든 사양/모든 차별화된 기능에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듈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최적화된 시스템 하에서 공용화할 수 있는 모듈을 놓치지 않고 공용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듈러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무조건 모듈 종수를 줄이는 것, 하나의 모듈로 표준화하고 공용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하면 어쩔 수 없이 일정 수준의 과잉 스펙, 과잉 크기, 과잉 무게가 발생합니다. 그것을 최소화하면서도 적용 범위를 넓혀서 효율적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최적화 문제입니다. 무조건 하나의 모듈로 모든 제품이나 시스템을 대응하는 것은 과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양성으로 인한 복잡성을 줄이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시스템 자체의 성능을 떨어뜨리고, 시스템의 복잡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래서, 운영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범용을 만들겠다는 유혹은 결국 시스템을 아무런 소용없는 것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용 범위와 대상은 명확하고 단순해야 합니다. 누가 봐도 표준화하고 공용화해야만 효율적이라는 부분부터 접근해야 합니다. 그 수준이 올라간 후에 한 단계 진입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을 그렇지 하지 못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무작정 범용으로 만들겠다고 하여 적용 범위에 대한 과욕을 부리는 것은 결국 모듈러 아키텍처, 플랫폼, 모듈의 생명을 짧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주로 정부를 대상으로 무기 체계를 개발하던 우리의 방산 업체들이 수출에 관심을 돌리면서 모듈화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고객, 정부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시키는 대로 만들고, 손해만 안 보게 만들면 되는 상황이었으나, 수출을 한다는 건 다수의 고객을 대응해야 한다는 점, 원가 절감의 필요가 생겼다는 점에서 모듈러 디자인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는 미 국방부 중심으로 획득 전략 개선,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 향상을 통한 작전 유연성 향상 등의 이유로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한 오픈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모듈러 디자인의 많은 사례가 방위산업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 방위산업의 모듈러 디자인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모듈러 씽킹

모듈화는 불가피한 과잉 스펙, 과잉 크기, 과잉 무게에 대한 고려

시스템 군의 최적화와 시스템 간의 최적화 간의 조율

모듈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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