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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 거들뿐

컨설팅 무용론에 반하여

by 심야서점

한때 지식경영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회사마다 지식경영을 한다고, 지식관리시스템 (KMS)을 보일러 들여놓듯이 설치했고, 그러고 나서는 우린 지식경영한다고 홍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규모와 관계없이 일반 기업들은 당연히 지식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생각했고, 관공서부터 심지어 일부 군 기관까지 지식관리시스템을 구축했었습니다.

사원들에게는 우리가 지식관리시스템을 설치했으니, 당신들의 지식을 시스템에 입력하라고 강요하기도 하고, 달콤한 유인책으로 어찌어찌 글을 쓰면 그것으로 우리 회사의 활성화된 지식경영 사례로 크게 떠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앞다투어 구축했던 지식관리시스템의 잔재는 남아있으나, 시스템 자체는 사실상 사장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기업들은 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도입 목적이 있을 겁니다. 시스템 구축 자체가 목적이 아니겠죠. 앞서 소개한 지식관리시스템 같은 경우는 지식경영을 통해서 조직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을까요? 지식관리시스템은 그것을 위한 툴일뿐이고요.

이것을 알고 있지만, 많은 경우는 시스템만 도입하면 시스템만 구축하면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 받는 컨설팅은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죠.

“그냥 시스템만 구축해 놓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굳이 비싼 돈 써가며 컨설팅 받을 필요가 있나요?”

물론, 불필요하게 비용만 사용하게 만들고, 결과물을 내놓지 않은 컨설턴트도 적지 않습니다.

그로 인한 불신으로 컨설팅 업계가 싸잡아서 비난을 듣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지만, 컨설팅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 즉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그 수단 중 하나가 시스템 구축이 되어야 하고요.

지식관리시스템을 예로 들어볼까요?

고객은 당장 지식관리시스템을 설치하길 원합니다.

그런데, 컨설턴트는 먼저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파악을 합니다.

고객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 개별 기술 등을 표면화하고 이를 전파하여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길 원합니다.

컨설턴트는 해당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

구성원들의 주요 임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개별 구성원들의 인터뷰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하고, 보유 중인 시스템 및 데이터 현황을 분석합니다.

그 후에 해결해야 하는 이슈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수립합니다.

고객과 합의를 이룬 해결 방안에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조직, 데이터 관련한 과제들이 쌓여있습니다. 해결 과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추진 로드맵 또는 계획을 수립한 후에 하나하나씩 실행해 갑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프로세스 상의 활동을 개선하고, 활동에서 만드는 데이터를 정비하고, 조직을 재정비하고, 최종적으로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지식관리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합니다.

기업마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다르듯이 도입을 원하는 시스템의 형태도 다르겠죠.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이라면 설계한 프로세스에 따라서 시스템의 기능을 갖추도록 만들면 될 것이고, 기존 판매하는 솔루션을 도입할 예정이라면 커스터마이징해야 할 부분을 정의해서 추가 개발을 해야 할 겁니다.

구축이 완료되면 구축된 시스템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제대로 대응하는지 검증을 해야 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원에 대한 교육을 포함한 변화관리를 수행해야 할 겁니다.

대충 말했지만, 이러한 활동을 담당하는 것이 컨설턴트입니다.

컨설턴트는 문제 해결사이고, 문제 해결하는 툴이 시스템일 뿐입니다.

드라마에서 보면 내가 고용한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구를 사용하죠. 돋보기, 암호 해독기, 지문 채집기 등등…

그런데, 의뢰인이 탐정을 돈 아깝다고 배제하고 대신 탐정의 도구만 활용하는 경우는 없잖아요?

의뢰인이 원하는 건 도구가 아니고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니까요.

똑같습니다.

시스템 도입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잖아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고,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컨설팅에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시스템 구축 비용에 극히 일부분 밖에 안되잖아요?

대신 제대로 된 컨설턴트를 써야겠죠.

제대로 된 컨설턴트를 썼다면 당신은 깡통인 시스템이 아니라,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시스템을 갖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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