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폰 사례로 보는 지속 가능한 설계 사례
https://www.onegreenplanet.org/lifestyle/fairphone-4-sustainability/
페어 폰에 제가 몇 번 소개했던 모듈러 디자인 적용 사례이고, 제가 좋아하는 사례입니다.
일반적인 모듈러 디자인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례이기 때문이죠.
먼저 동영상을 보시면 페어 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페어 폰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페어 폰은 현재 4세대로 1세대부터 재사용, 재활용, 수리 용이성 등 지속가능성 테마를 위하여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한 스마트폰입니다.
현재 출시되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이 완결성이 높은 상태로 특수한 서비스 역량이 없으면 분해나 수리가 어려운 반면에, 페어 폰은 전용 툴만 있으면 분해는 물론, Spart Parts를 파는 온라인 몰에서 해당 부품을 구매해서 교체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스마트폰에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듈러 디자인의 장단점을 알기 위한 가장 좋은 사례가 스마트폰 적용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쓴 “모듈러 디자인”은 구글에서 진행한 아라 프로젝트 사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쓴 “모듈화 전략”에서는 아라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책의 시점이 2년 정도 된 것을 감안하면 프로젝트의 진행과 실패가 2년 정도 안에 결정이 난 겁니다.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하려면 “제품의 완결성”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은 점점 크기가 작아지고, 얇아지고,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배터리 분리형이 일반적이었는데, 배터리 일체형이 대부분입니다. 제품의 사용 주기가 짧아짐에 따라서 재사용이나 공용화에 대한 니즈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한 이점을 크게 볼 순 없죠
그런데, 제품의 모듈러 디자인 적용한다는 측면이 불리하다는 것이지, 모듈러 디자인 관점을 아예 버린 건 아닙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애플 아이폰에 대한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원가 절감 측면에서의 표준화, 공용화 관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내외부에서 모듈러 디자인의 원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외부에서는 복잡성을 절감하는 측면에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표준화 및 공용화/재사용을 활용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서, 앱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모듈러 디자인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어쨌든, 이제는 스마트폰 쪽에서는 대놓고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하는 회사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한 군데 있습니다. 페어 폰은 세대를 걸쳐서 적극적으로 모듈러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 등의 스마트폰 회사보다 플래그십 급의 스마트폰을 출시하지는 못하지만, 지속가능성, 재활용, 재사용, 업그레이드 용이성 등의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서 모듈러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두께나 무게, 사양 측면에서도 타 스마트폰 대비하여 열위에 있는 경향이 있지만,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세대가 지남에도 방향성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페어 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Spart Parts 스토어를 방문하면, 현재 페어 폰을 구성하고 있는 모듈을 알아볼 수 있는데, 여기에 판매하고 있는 모듈 외에 CPU 모듈 또한 사용자가 손쉽게 교체가 가능합니다. (이 회사가 얼마나 지속가능성에 진심인지, 스마트폰 포장 케이스의 재질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
페어 폰은 모듈을 어떻게 나누고 있을까요? 동영상과 Spart Parts Mall을 살펴보면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모듈로 구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배터리
백 커버
Earpiece
디스플레이
Loudspeaker
Rear Camera
Selfie Camera
USB-C Port
이렇게 분해를 쉽게 만들려면,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해야 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부피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피가 늘어나면 무게가 늘어날 수밖에 없겠죠. 이런 단점들을 각오하고, 수리 용이성을 높여서 페이폰 자체의 수명 주기를 늘리고, 스마트폰이 폐기되더라도 스마트폰의 모듈들은 재사용이 가능한 것이죠. 그리고, 재질 또한 분쟁 지역의 광물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 선별했다는 점도 모듈러 디자인과 관계없지만 관심 둘만 하죠.
그러면, 모듈들이 세대 간 재사용이 가능할까요?
그건 불가능한 걸로 판단됩니다. Spare Parts Mall을 살펴보면, 세대별로 부품들이 정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세대 간의 재사용은 어려운 것이죠.
이것으로 봐서는 페어 폰의 수명 주기를 늘리는 것은 모델 단위의 주기를 늘리는 것이고, 폐기된 제품의 모듈은 만약 다른 동일 세대 페어 폰이 있다면, 버려지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제가 소개했던 모듈러 디자인 사례는 다양성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사례였습니다. 페어 폰은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로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