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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있는 엔지니어는 상품을 만든다

컨셉카가 상품이 아닌 이유

by 심야서점


공과 대학 수업 중에는 시험 대신 프로젝트로 평가를 받는 과목이 있습니다.

주제를 정해주거나,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그것을 만족하는 과제물을 만들어 내야 하죠.


과제를 받은 학생들은 요구사항 리스트를 받아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지 상관없이 어쨌든 구현해 내야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험과 과제가 겹치는 경우에는 영혼이라도 갈아 넣어서 완성하고 싶을 정도로 절박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어떨까요? 학교에서 하던 방식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학교는 보통 기능 요구사항을 제시하지만, 회사는 그것뿐만 아니라 만족해야 하는 비기능 요구사항도 많습니다. 좋은 의미로 제품이라고 봐준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상품이 되긴 어렵죠.


예를 들어서, 기능이 잘 작동하더라도 품질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고, 가격을 안 맞을 수도 있고,, 양산성이 떨어져서 대량 생산이 어려울 수도 있고, 마감 처리가 안 되어서 누가 봐도 상품처럼 안보일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완결성이 떨어서 누가 봐도 시제품으로 밖에 안 보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기능이 시스템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최우선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한번 만들어 보는데 그치고 맙니다.


왜 그렇게 될까요? 기능이 제품, 또는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기능은 제품, 시스템이 가치를 갖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능성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 판매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경우만 가능합니다.

오히려 상품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기능 요구사항뿐만 아니라 비기능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오히려 성숙기 제품인 경우는 기능 요구사항은 기본이고, 비기능 요구사항이 더욱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기능 요구사항은 무엇일까요?


비기능적인 요구사항은 기능적인 요구사항을 제외한 모든 요구사항을 통칭합니다. 시스템이 지켜야만 하는 제약조건 또한 큰 틀에서는 비기능적인 요구사항에 속합니다.


대표적인 비기능적 요구사항의 예시로 비용, 품질, 시간, 규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만약 원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떤 엔지니어가 지금보다 훨씬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지켜야만 하는 원가 수준이 있죠. 품질도 그렇고요. 품질은 너무 낮아서도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너무 높으면 양산성이 떨어져서 판매하기가 어렵습니다.


엔지니어는 예술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비기능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합니다.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비기능 요구사항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아키텍처입니다.)


정말 실력 있는 엔지니어는 기능 요구사항뿐만 아니라, 비기능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력 있는 엔지니어는 제품뿐만 아니라,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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