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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의 역설

익숙함이 생각을 게으르게 만든다

by 심야서점

#1. 만원 버스 또는 지하철에서 사람들 사이에 부대 끼며 출퇴근하다가, 직접 운전을 하면 그렇게 편할 수 없습니다. 물론, 도로 위 러시아워, 정체가 답답하긴 하지만 직접 사람들과 불편하게 통근하는 것에 비할 수 없겠죠.


그렇게 자차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의 불편함은 더욱 견디기가 어려워집니다. 이처럼 편리함이 지속되면 과거의 불편함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집니다. 혹시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온 경험이 있으신가요?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불안감에 떨곤 하죠. 스마트폰을 놓고 와서 그렇게 난리를 치고 일찍 집에 가서 스마트폰을 확인하면 부재중 통화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보면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은 어떻게 살았을까?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2. 관점이란 말이 있습니다.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를 관점이라고 부릅니다.


개인 별로 세상을 보는 관점은 모두 다릅니다. 그렇게 다른 관점은 배우고, 경험하고,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데 그것은 점차 강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녀의 차이에 대한 관점, 성소수자에 대한 관점, 종교에 대한 관점, 지역에 대한 관점, 돈에 대한 관점, 집에 대한 관점 등등…


한번 자리 잡은 관점은 바꾸기가 어렵고, 다른 관점을 접할 경우는 불편함, 더 나아가서는 불쾌함을 느낍니다. “나는 안 그렇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주변에 자주 만나는 사람, 자주 보는 유튜브, 자주 보는 책을 정리해 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관점 스스로 익숙한 것을 찾아가는 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3. 그런 의미에서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란 의미는 그래서 자신의 관점이 틀릴 수 있다는 것, 관점을 강화뿐만 아니라 전환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굳어지지 않은 관점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을 주는 것일지도 모르죠.


일부러 불편함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지만, 차이로 인한 불쾌함을 이겨내고 익숙하지 않음에 불편함을 견디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에 만나는 사람도 비슷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특히 일부러 시간을 내는 사람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사람입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내가 갖는 경험, 시각, 생각, 관점이 강화되는 쪽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4.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루의 한 가지는 불편함을 일부러 경험을 하는 겁니다. 해보지 않았던 행동이어도 되고, 읽어보지 않았던 책, 보지 않았던 영상, 자주 보지 않았던 사람과의 대화여도 상관없습니다. 일부러 다름을 겪고 내가 가지고 있는 관점이 한쪽으로 굳어지지 않게 만드는 활동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인터넷상에 있는 글이나 영상을 볼 때, 습관적으로 댓글은 안 읽으려고 합니다.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극단적인 의견이 많아서 감정 소모가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읽으면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다는 의견을 접하기도 합니다.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이를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기 때문이겠죠.


#5. 익숙하다는 것은 편안하다는 것의 다른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익숙한 것만 계속하면 스스로를 익숙함의 틀과 경계에 묶어둠으로써 자신을 편협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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