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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Oct 10. 2023

모듈화 설계와 모듈 생산 방식 간의 차이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 용어 구분하기

비슷한 용어가 오히려 잘못된 이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모듈러 디자인에서는 모듈화 설계와 모듈 생산 방식이 그런 예로 보입니다. 모듈화 설계와 모듈 생산 방식이란 용어는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기본 원리를 제외하고는 개념은 다른 용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용어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다뤄봄으로써 이해를 높이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1. 모듈화 설계와 모듈 생산 방식의 공통점


먼저 공통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모듈 생산 방식과 모듈화 설계에서 다루는 모듈의 기본 성격이 동일합니다.


모듈은 모듈 내 응집성이 높고, 모듈 간의 의존성이 낮도록 묶인 제품의 구성요소입니다. 이런 정의에 따라서 모듈 생산 방식에서 다루는 모듈이나 모듈화 설계에서 다루는 모듈은 (1) 제품의 구성 요소이고, (2) 모듈 내 응집성이 높고, 모듈 간 의존성이 낮다는 특성이 동일합니다. 두 번째 특성을 좀 더 상세화하면 모듈 생산 방식의 모듈과 모듈화 설계의 모듈 모두 내부의 기능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고, 모듈 간 인터페이스가 표준화되어 있다는 특성을 갖습니다.


두 번째, 모듈을 구성하는 원리가 동일합니다.


앞서 모듈 생산 방식의 모듈과 모듈화 설계의 모듈 모두 내부의 기능적 유사성이 크고, 모듈 간 인터페이스가 표준화가 되어 있는 특성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듈을 구성하는 원리 또한 해당 특성들을 활용하므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모듈화 설계와 모듈 생산 방식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모듈 내에는 유사하게 모듈 간에는 의존성이 낮도록 묶는 원리는 동일합니다.


세 번째, 두 활동 모두 복잡성 관리가 핵심입니다.


모듈 생산 방식이나 모듈화 설계 모두 복잡성 관리가 핵심입니다. 복잡성 관리를 위해서 모듈화 설계에서는 제품 구성요소의 다양성 관리를 기본적으로 실행하며, 모듈 생산 방식에서는 여기에 더해서 공정과 공급망 내 다양성 관리를 실행합니다. 다양성 관리의 기본인 단순화, 표준화 활동을 대상만 달라질 뿐 모듈화 설계나 모듈 생산 방식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2. 모듈화 설계와 모듈 생산 방식의 차이점


위에 나열한 공통점만 보면 모듈 생산 방식이나 모듈화 설계에서의 모듈은 상당히 비슷한 활동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두 활동은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완전히 다른 활동이 됩니다.


다음은 모듈 생산 방식과 모듈화 설계 간의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해당 모듈을 활용하는 기능 혹은 부서가 다릅니다.


모듈화 설계를 활용하는 부서는 기본적으로 설계/개발 부서입니다. 조금 더 확장하면 상품기획 부서와 생산/구매부서까지 연결이 되지만 그래도, 주된 부서는 설계/개발 부서입니다. 반면에서 모듈 생산 방식의 모듈을 활용하는 부서는 생산, 구매 부서입니다. 모듈 생산 방식 자체가 제품을 모듈화 하여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관리하는 단위는 공정과 공급망입니다. 즉, 공정을 모듈화 하고, 공급망을 모듈화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 구매와 같은 운영 부서가 해당 모듈을 활용하는 부서가 됩니다.


두 번째, 모듈의 활용 목적이 다릅니다.


위 차이점에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차이점으로 연결됩니다. 둘 간의 활용 목적이 다릅니다.


모듈화 설계의 모듈은 첫 번째 다양한 제품군 파생에 따른 제품 복잡성 절감과 개발 효율성 향상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제품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 때문에 모듈화 설계 자체가 효율적으로 제품군을 개발하여 시장에 전개하기 위해서 모듈의 공용화 및 재사용, 모듈의 라이프 사이클 디커플링에 방점을 찍습니다.


반면에 모듈 생산 방식의 모듈은 다양한 제품군 대응, 유연한 생산량 변화에 따른 생산 복잡성 절감과 공급망 복잡성 절감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총 조립라인의 표준화에 따른 안정성 확보, 유연한 규모 증대 등 운영 관점의 개선을 목적에 두고 있습니다.


세 번째, 모듈의 규모가 다릅니다.


모듈화 설계에서는 앞서 모듈의 공용화 및 재사용을 강조하므로, 이론적으로는 모듈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유리합니다. 그런데, 모듈 내 기능적 유사성 때문에 모듈은 설계할 수 있는 기본 단위 정도의 규모를 가져야 하므로, 공용화와 재사용하기 효과적인 단위와 설계 단위를 만족하는 규모에서 결정됩니다.


반면에 모듈 생산 방식은 공정과 공급하는 단위에서 맞춰져야 하므로, 규모가 클수록 유리합니다. 생산과 구매는 제품의 구성 요소 간의 인터페이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입니다. 규모가 작게 쪼개지면 인터페이스가 늘어나므로 생산과 구매에서 실행 및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 넓어지게 되죠. 그렇게 되면 다양성 관리를 토대로 복잡성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규모를 크게 잡고, 제품군이 다양화돼도 표준화할 수 있는 단위로 모듈을 묶습니다. 그런데, 너무 묶어버리면 사내 총조립의 부담은 줄어들지만, 사외 공급망 관리의 부담이 커지게 되죠. 그래서, 전체 공급망을 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에서 모듈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모듈화 설계의 모듈보다 생산 모듈 방식의 모듈이 훨씬 규모가 큽니다. 보통은 모듈화 설계의 모듈들이 묶여서 생산 모듈 방식의 모듈로 결정이 됩니다.


네 번째, 모듈의 구성 방법이 다릅니다.


앞서 모듈화 설계와 모듈 생산방식의 모듈을 구성하는 원리는 동일하다고 했습니다. 이를 실행하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모듈화 설계는 다양성 맵을 기본으로 하여 기능 분석, 인터페이스 분석을 통해서 모듈을 결정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반면에 모듈 생산방식은 변동 공정 분석, 변동 공정 개선, 표준 공정 정의, 표준 공급망 정의, 생산 모듈화 순으로 모듈을 결정하게 됩니다. 원리는 동일해도 실행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3. 모듈화 설계와 모듈 생산 방식 간의 연관 관계


마지막으로 모듈 생산방식과 모듈화 설계 간의 연관 관계를 알아보겠습니다.


모듈 생산 방식과 모듈화 설계 간의 연관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모듈러 디자인, 개발 모듈화, 생산 모듈화의 개념을 먼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1) 모듈러 디자인은 협의의 개념과 광의의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협의의 모듈러 디자인 (이후는 모듈화 설계로 통칭)은 모듈화 설계, 모듈러 설계로 지칭하는 제품을 설계/개발하는 방법론 중 하나를 지칭합니다. 제품을 설계할 때 지켜야 할 설계 원칙, 권장하는 설계 가이드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제품의 구성 요소 간 모듈성을 높이는 것이 있는데, 모듈화 설계는 이것을 준수하여 제품을 설계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광의의 모듈러 디자인은 모듈 단위로 제품 또는 제품군을 기획하고, 모듈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구매하는 전반적인 제품 개발 및 운영 방법론/체계를 의미합니다. 협의의 모듈러 디자인은 광의의 모듈러 디자인에 포함이 되고, 협의의 모듈러 디자인은 관심 범위가 제품이라면 광의의 모듈러 디자인은 제품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조직, 시스템까지 아우릅니다. 그리고, 협의의 모듈러 디자인, 모듈화 설계는 수행 기능이 설계/개발에 국한된다면, 광의의 모듈러 디자인은 사실상 전 밸류체인을 아우릅니다.


2) 개발 모듈화와 생산/구매 모듈화는 광의의 모듈러 디자인 내 활동입니다.


개발 모듈화는 설계/개발 단위에서 제품을 모듈화 하는 활동, 모듈 단위로 기획/개발하는 활동을 통칭하는 의미입니다. 생산/구매 모듈화는 제품과 대비하여 라인, 공정, 작업을 하나의 구성요소로 보고 생산 아키텍처를 수립하고 이를 표준화하고 결과물을 기준으로 운영하는 활동, 공급망을 제품과 대비하여 구매 아키텍처를 수립하고 이를 표준화하고 결과물을 기준으로 운영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개발 모듈화, 생산 모듈화, 구매 모듈화라는 말이 나오면 모듈러 디자인의 개념이 광의의 개념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개발 모듈화의 활동 단위는 개발 모듈, 생산 모듈화의 활동 단위는 생산 모듈, 구매 모듈화의 활동 단위는 구매 모듈이라고 부릅니다. 각각의 모듈은 구성 형태, 규모 면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갖습니다.


3) 개발 모듈화와 생산 모듈화는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발 모듈화는 앞서 설명한 대로 설계/개발 영역에서 다양한 제품군의 대응 또는 제품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적용합니다. 어쨌든 개발 모듈화를 통해서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던, 제품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을 하던 이후 생산과 구매를 포함한 운영 쪽에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즉, 제품의 다양화를 설계/개발에서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운영 부서에서는 그렇게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기존에 대량 생산하여 판매하는 방식에서 고객이 제품의 사양을 선택하여 생산, 구매를 하는 방식을 변화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고객이 사양을 선택하는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선 먼저 설계/개발 쪽에서 제품을 사양 단위로 모듈화를 해야겠죠. 그 상황에서 생산이나 구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예전 방식보다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관련된 부품을 구매하는 데 리소스를 쏟아야 할 겁니다.


즉, 개발 모듈화를 통해서 설계/개발 영역의 복잡성이 절감되고, 효율성이 개선되었다면 그에 걸맞게 생산이나 구매에서도 변화가 있어야만 설계/개발 영역의 복잡성이 전가되지 않고, 개선이 될 겁니다. 이것을 생산/구매 모듈화 활동이라고 부릅니다.


4) 생산/구매 모듈화와 모듈 생산 방식은 수행 활동과 활동의 결과물로 구분됩니다.


개발 모듈화에 대응하는 생산/구매 모듈화는 운영 부서에서 모듈러 디자인 내 수행 활동입니다. 반면에 모듈 생산 방식은 생산/구매 모듈화 활동의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즉, 생산/구매 모듈화 활동 끝에 모듈 생산 방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지 서로 종속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모듈러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모듈 생산 방식 자체를 최종 이미지로 활동을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생산이나 구매 측에서 자사의 생산 복잡성이나 공급망 복잡성을 개선하기 위해서 모듈 단위로 조립하고 구매하는 형태를 갖고자 할 수 있습니다. 즉, 모듈 생산 방식의 모습을 갖고자 하는 거죠.


어느 정도 높은 성숙도를 갖춘 제품군에서는 운영 부서에서 그동안 쌓인 경험을 기초로 자체적으로 생산 모듈을 규정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설계/개발 부서의 지원이 필요로 할 겁니다.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하고 표준화하는 데 설계 측의 활동이 필요할 수 있고, 그것을 유지하도록 상품기획, 설계/개발 부서의 참여가 필요할 겁니다.


참여하는 형태나 활동이 개발 모듈화 활동의 일부와 동일합니다. 즉, 모듈 생산 방식을 유지하기 위한 상품기획, 설계/개발 부서의 활동이 개발 모듈화 활동의 부분 집합이 되는 셈이죠.


즉, 생산/구매 모듈화 활동과 모듈 생산 방식은 같지 않습니다. 생산/구매 모듈화 활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최종 이미지가 모듈 생산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듈 생산 방식을 취하기 위해서 꼭 생산/구매 모듈화 활동 전체를 수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전 글에서 모듈 생산 방식은 모듈화 전략 중 하나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모듈러 디자인 또한 협의이든, 광의이든 상관없이 모듈화 전략 하에 이루어지는 활동입니다.


모듈 생산 방식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여 반드시 모듈러 디자인 활동 또는 모듈화 설계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모듈 생산 방식을 수행하고 있는데, 모듈화 설계를 하고 있다면 그 방식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향후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생산, 구매에서 모듈 생산 방식을 잘 꾸려 놓았는데, 기획이나 설계와 같은 앞 단계에서 그것을 다 틀어버리는 제품이나 제품군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한다면 이전에 쌓아둔 모듈 생산 방식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겠죠. 반대로 설계/개발 단계에서 모듈화 설계를 하고 있고, 효율적으로 제품군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모듈 생산 방식이 이를 운영하는 데 더욱더 효과적일 겁니다.


즉, 어느 한쪽만 잘한다고 기업 성과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설계/개발 부서에서 자신이 다양한 제품군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었다면, 이를 생산이나 구매와 같은 운영 부서가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것이고, 운영 부서에서 만든 기준을 다시 기획, 설계/개발에서 지켜서 제품군, 제품을 만들어야만 처음 의도한 기업 성과로 연결이 될 거란 거죠.


Photo by BOOM �: https://www.pexels.com/photo/people-passing-a-baton-1258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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