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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Oct 20. 2023

"비가 오는 날에는 읽지 말 것", 우중괴담

오디오북으로 들을 것, 듣다가 뒤돌아보지 말 것

http://aladin.kr/p/vQtVE


MBC에 방영되는 심야 괴담회라는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신비로운 경험, 무서운 사연을 받아서, 극화한 후에 출연자들이 자신의 체험인 듯 읽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꽤 재미있습니다. 직접 무서운 경험을 하는 듯한, 또는 친구에게 무서운 이야기는 듣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지 않나요? 야외로 놀러 가서 밤새 노는 과정에,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 무서운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경험 말이죠.


실제로 일어났는지 알 수도 없고, 과학으로 증명하긴 어려운 괴기한 경험이 구전으로 전달될 때, 우린 그걸 괴담이라고 부르고, 그걸 믿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도 들으면 오싹해지는 느낌을 갖죠.


도시 괴담, 학교 괴담, 캠퍼스 괴담 등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괴담이 없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괴담들이 전해지고, 변형되고 확대되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우중 괴담이라는 괴담 소설입니다. 미쓰다 신조라는 일본 작가인데, 괴담에 대한 작가로 익히 잘 알려진 작가라고 합니다. 저는 처음 접해보는 작가인데, 역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오디오북으로 듣는데, 몰입감이 있고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는 한번 들으면 멈출 수 없게 만듭니다. 출근길은 밖에도 밝기 때문에 별다른 느낌이 없지만, 어둑해진 퇴근길 한적한 도로나 터널을 지날 때 울리는 오디오북은 오싹하더군요. 오디오북이라는 특성으로 인해서 음산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잘 전달되고, 앞서 설명한 심야 괴담회처럼 이야기를 전해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더욱 실감이 났습니다.


소설의 이야기를 언급하는 건 소설의 읽는 재미를 반감하므로, “우중괴담”의 몇 가지 특징을 소개하겠습니다.


1. 책의 구성은 작가가 수집한 독립적인 괴담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옴니버스 형식을 취합니다.


책 내에도 작가가 있습니다. 현실 세계의 작가와 극 중의 작가는 거의 동일하겠죠. 괴담을 모으고, 직접 신비로운 경험을 하는 극 중의 작가가 전해 들은 괴담을 3인칭 시점으로 하나하나 소개를 합니다.


책은 “은거의 집”, ”예고화”, “모 시설의 야간 경비”, “부르러 오는 것”, “우중괴담”, 총 5개의 괴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중괴담을 제외하고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에피소드는 결말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고, 열린 결말로 끝나게 됩니다. 말 그대로 미스터리 괴담인 셈이죠.


2. 마지막 괴담에서 앞서 독립적인 괴담을 하나로 묶게 됩니다.


총 6개의 에피소드는 다시 분류하면 5개의 독립적인 에피소드와 5개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은거의 집”, ”예고화”, “모 시설의 야간 경비”, “부르러 오는 것” 5개의 괴담이 마지막 괴담인 “우중괴담”으로 연결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작가가 직접 이야기 속에 참여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작가가 수집한 독립적인 괴담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형식이지만, 마지막 에피소드인 “우중괴담”에서는 작가가 직접 이야기 속에, 괴담에 등장하는 인물로 참여를 합니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독자는 알 수 없습니다. 직접 수집한 이야기인지, 창작한 이야기인지, 실제로 겪은 일인지, 꾸며낸 이야기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서 책 자체를 괴담의 소재로 만든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결국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신비한 체험 또는 저주의 힘이 있다면, 작가가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듣는 독자에게도 그 영향이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역사책, 추리, SF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미스터리/호러 소설도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어두운 퇴근길, 스산한 분위기에 괴담 오디오북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오디오북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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