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회 Oct 18. 2023

인간 중심의 성에 대한 편견을 깨는 "암컷들"

시야를 넓혀주고 관점을 전환해 주는 훌륭한 책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71516&start=pnaver_02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듯, 좋은 책에 대한 기준도 각기 다를 겁니다.


어떤 사람은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흥미를 유발하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모르는 사실을 제시하여 자신을 유식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거나,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좋은 책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점을 넓혀주거나, 그것을 전환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깨 주는 책”


지구의 역사, 우주의 역사에 비교하지 않더라도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굉장히 짧은 삶을 살아온 개인이 가진 생각은 그만큼 편협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석학이라고 부르는 그들도 수준이 상대적으로 작을 뿐 그렇지 않을까요?


좋은 책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만큼 제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안에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깨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글에서 소개할 “암컷들”이란 책은 굉장히 좋은 책임이 틀림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축적된 인간 중심의 성에 대한 분류, 성에 대한 인식이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깨지는 경험을 했으며,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너무나 치우친 주관적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다음은 제가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개하겠습니다.


내 불안의 근원은 성이었다. 이 분야에서 여자는 딱 한 가지를 뜻했으니까. 패배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성에 대한 책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두 가지가 아닐까요? 다루기 쉽지 않은 부끄러움과 답 없는 갈등. 특히 저자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역사적 사실에서 다뤄지는 여성은 기본적으로 여성을 “약자”와 “패배자”로 다루고 있는 듯합니다. “패배자”라는 프레임은 깨지고 있는 듯하지만, 아직은 “여자=약자”라는 인식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다. 착취의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 내부에서 이런 편견에 싸여있는 것도 결국은 진화론의 영향일 가능성도 있고, 우리가 큰 변화의 흐름 위에 놓여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생물학자는 동물에게 젠더가 없다는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 젠더란 성별을 나타내는 사회적, 심리적, 문화적 개념이며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 이 책은 과학 책이지, 젠더에 대한 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책의 시작부에서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인데, 우리가 성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젠더가 사실은 인간에게만 전유되는 개념이라는 사실이란 점이죠.


그렇다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젠더에 대한 개념이 인간에게도 편견일 수도 있는데, 경도된 개념마저도 다른 동물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개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수동적이고, 안정적이고, 모성애가 넘치고, 사회적이며, 친화적이라는 그 개념 자체가 인간에게도 편견이지만, 동물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도 구애하는 수컷과 그것을 평가하는 암컷은 인간이 보기엔 적극적인 수컷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암컷의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진화 트랙을 결정하는 암컷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모든 여성은 ‘타고난’ 어머니이고, 자식에게 필요한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는 신비에 가까운 모성 본능으로 채워진 근원적인 존재라는 오해가 만연하다.
이런 발상의 가장 자명한 문제는 새끼를 돌보는 것이 전적으로 암컷의 책임이라고 가정하는 데 있다.


모성을 강조하는 것도 사실은 어미가 새끼를 낳기 때문에 무조건 가져야만 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그것을 강조하는 사실이 새끼를 돌보는 것이 전적으로 암컷의 책임이라는 것을 가정하는 하나의 발상 일 수도 있습니다.


성은 복잡한 비즈니스다. 앞으로 보겠지만 상호작용하여 성을 결정하고 구분하는 유전자와 성호르몬의 오래된 네트워크에는 남과 여라는 이분법을 무시하고 생식세포, 생식샘, 생식기, 몸, 그리고 행동을 뒤죽박죽 섞어버리는 능력이 있다.


성의 우월적인 위치와 열위적인 위치를 찾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겠지만, 사실 자연계에서 성은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는 비즈니스로 인간의 관점으로만 보면 익숙한 것만 볼 수 있습니다.


생식기관을 결정하는 일은 약 60개의 유전자가 오케스트라처럼 협업하는 과정이다. 성을 결정하는 이 유전자들은 성별에 따라 X 염색체나 Y 염색체에 딱딱 나뉘어 있기는커녕 모두 다 성염색체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이 유전자들은 게놈 전체에 되는대로 흩어져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처럼 남성의 성염색체는 XY, 여성의 성염색체는 XX이죠. 이 두 개의 염색체로 남성과 여성의 특성이 모두 발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성염색체는 지휘자이고, 성에 관련된 형질 정보는 게놈 전체에 흩어져 있다고 합니다.


암컷 들 간의 전략적 경쟁은 영장류 조직의 핵심이다. 영장류 암컷의 사회는 대부분 상속 가능한 안정적인 모계를 특징으로 한다. 통제권을 쟁취하려는 무자비한 싸움을 벌이며 심리적 위협, 전술적 동맹, 잔인한 처벌을 통해 서로 경쟁한다.
동물의 모계 사회는 페미니스트의 에덴동산이 아니다. 생식과 관련된 폭정의 불쾌한 저류가 팀워크와 착취 사이를 모호하게 오간다.


우리가 여성들만 사는 사회는 전쟁도 없고, 다툼도 없을 것이란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여성은 친화적이고, 평화적이라는 편견 때문에 발생하는 생각들이죠. 자연계에서는 암컷 들 간의 경쟁이 수컷들보다 심한 경우도 많으며, 특히 암컷 들 간의 전략적 경쟁은 영장류 조직의 핵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의 모계 사회는 생식과 관련된 폭정의 흐름이 깔려 있다고 합니다.


미어캣의 동지애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협조가 아닌 노골적인 압력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미어캣 사회는 임신하는 즉시 다른 암컷의 새끼를 죽이고 잡아먹는 근친관계 암컷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한 번식 경쟁에 기반을 둔다. 새끼를 잡아먹는 일은 임신한 아랫사람에 대한 일말의 관용도 베풀지 않는 알파 암컷의 전지전능함에 의해 통제된다. 이 여인의 목표는 자신이 통치 기간에 그 어떤 암컷도 번식하는 꼴을 보지 않는 것이다. 대신 자신의 새끼를 돌보게 한다.
조용히 성공적인 문화 안에서 일어나는 이런 극한의 폭력은 번식에 대한 암컷의 강렬한 욕구, 진사회를 뒷받침하고 동물의 왕국에서 가장 탄압적인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끓어오르는 번식 경쟁을 상기시킨다.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미어캣의 모습은 공동육아를 하면서 다른 암컷의 자식을 자신의 자식처럼 챙기고 키운다는 모습을 보이고, 인간의 관점에서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내면에서는 미어캣 사회는 임식 하는 즉시 다른 암컷의 새끼를 죽이고 잡아먹는 근친관계 암컷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한 번식 경쟁이 있다고 합니다. 이 또한 겉으로 보고 느끼는 인간의 생각과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동물 내 경쟁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흥미로운 사례이죠.


마지막으로 한 문장을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암컷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성은 수정구슬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성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정적이지도 고정되지도 아니하며, 역동적이고 유동적인 형질로서 유전자와 환경의 특별한 상호작용으로 형성되고 동물의 발달 과정과 생활사에서 형성되며, 여기에 약간의 우연히 더해진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음을 알게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성도 그렇습니다. 익숙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성은 정적이지도 고정되지도 않고, 모든 형질이 진화의 과정에서 변화하듯이 성 또한 변화하는 것을 인정합니다.


앞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암컷들”의 책은 인간 중심, 포유류 중심의 생각의 틀을 깨고, 자연 상태의 성의 특성, 그중에서도 암컷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사례가 인간 입장에서 바라보는 암컷의 편견을 깨는 것이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 년 제국 로마, 강대국의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