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넘치는 심리 게임
인상 깊었던 등장과 강렬했던 인상, 오랜만에 본격 추리 극을 보여줬던 블랙 쇼맨 시리즈의 시작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안양과 천안 출장을 오가면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금요일 외진 국도를 달리며, 듣는 정통 추리극, 마술인지 초능력인지 알 수 없는 주인공의 능력에 감탄한 순간, 범인이 누구일지 집중하며 들었던 강한 인상이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살인 사건이라는 무거운 범죄를 소재로 시작한 블랙 쇼맨 시리즈는 두 번째 책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에 이어서 범죄보다는 인간의 심리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책 또한 무거운 주제보다는 가벼운 사건 위주의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볍다고 하여 내용이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첫 번째 "천사의 선물"은 죽은 유명 작곡가의 이혼한 전처가 작곡자의 아이가 생겼다면서 유산 상속권을 주장하고, 조카 마요가 작곡가의 어머니로부터 이러한 사정을 듣고, 블랙 쇼맨에게 의뢰를 하면서 쇼맨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졌으면서 금전적인 욕심 때문에 유산 상속권을 주장하는 여자와 이를 파헤치는 쇼맨의 활약에 대한 뻔한 이야기로 생각되겠지만, 여기서부터 반전이 있습니다. 사실은 유산을 주장하는 내면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고, 이를 알아낸 쇼맨은 그 결과를 극적으로 밝혀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유명 마술가로서 익힌 뛰어난 관찰력과 손기술로 실타래처럼 얽힌 사건을 해결하는 쇼맨의 활약이 계속됩니다. 물론, 첫 번째 블랙 쇼맨의 활약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사소한 일을 해결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못 마땅할 수 있고, 실망스러울 수 있겠으나 나름대로 인간미가 느껴지는 소설이라서 읽기에 나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