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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으로 인한 복잡성

다다익선?

by 심야서점

집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가장 먼저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한다. 단순히 수북하게 쌓여 있는 물건 사이에서 버릴 물건을 찾는 게 아니라, 남겨둘 의미가 있는 물건을 찾는다. 나머지는 아쉽더라도 과감하게 버린다.


기업도 꾸준히 성장하다 보면 남겨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쌓이게 된다. 그것들은 복잡성을 일으키고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앞선 글에서 복잡성은 시스템의 특징으로 성장의 부산물이라고 했는데, 복잡성 자체는 정의도, 측정도, 가시화도 불가능하다. 즉, 직접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복잡성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복잡성을 일으키는 요인을 직접 조절하는 것 밖에 없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제어가 가능한 복잡성의 대표적인 요인은 다양성이다. (혹자는 조직 문화 측면에서 구성원들의 다양성 개념이 아니라고, 문제 삼는 경우가 있는데 Diversity, Variety를 한글로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촌극이다. 여기서의 다양성은 Variety를 가리킨다.)


다양성으로 인한 복잡성이라고 하면 낯선 느낌이 있지만, 주변에서 관련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기종을 한 가지로 운영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 있다. 항공사가 단일 기종이므로 정비사나 정비기술, 관련 부품을 소수로 운영할 수 있어서 정비 시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스트코에서 결제 수단을 현금과 단일 카드로 한정하는 것, 카테고리별 제품의 종류를 소수로 운영하는 것, 맛집에서 메뉴를 소수로 운영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부분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복잡성의 정의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복잡성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구성요소와 구성요소 간의 관계의 함수 관계로 발생한다.


복잡성 수식.png


복잡성을 일으키는 요인은 제어 가능한 요인과 제어 불가능한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제어 불가능한 요인은 일일이 나열하기 불가능하므로 생략하고, 제어 가능한 요인만 설명하면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의 수, 요소 간의 관계, 관계의 강도가 있다. 여기까지는 단일 시스템, 단일 시스템의 아키텍처와 관련된다. 그 외에 요소의 종류 수, 요소 간의 관계의 종류수가 있다. 여기 두 가지는 다수 시스템, 다수 시스템의 아키텍처와 관련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복잡성은 정의, 측정, 가시화할 수 없기 때문에, 복잡성을 절감하기 위해서 복잡성 요인을 제어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래서, 위에서 제어 불가능한 요인은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신경 쓸 수도 없다.


그렇다면, 복잡성 요인을 제어하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이후 나오는 시스템은 제품으로 한정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 제품을 구성하는 요소의 수, 요소 간의 관계, 관계의 강도는 단일 제품의 복잡성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단일 제품의 복잡성 절감하는 대표적인 활동은 불필요한 구성요소를 절감하고, 구성요소 간의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하는 등의 제품 아키텍처 (Product Architecture)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듈러 디자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하는 활동이 제품 구조 단순화 활동이다. 즉, 다수의 제품의 다양성을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단일 제품 복잡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위 요인들을 제어하는 것은 모듈화 활동과도 연관이 있다. 모듈화 활동은 제품을 구성하는 요소와 요소 간의 관계를 모듈과 모듈 간의 인터페이스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모듈화를 하는 것은 제품 복잡성을 절감하는 활동이 되기도 한다.


두 번째, 요소의 종류 수, 요소 간의 관계의 종류 수는 다수 제품 (Product Porfolio)의 복잡성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이 요인으로 인한 복잡성을 다양성으로 인한 복잡성 (Variety-Induced Complexity)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절감하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가 있다. 요소의 종류 수, 요소 간의 관계의 종류 수를 직접 절감하는 것, 복잡성의 함수 관계 f를 조정하는 것이다.


전자의 방법이 단순화, 표준화, 공용화를 의미하는 3S (Simplification, Standardization, Sharing)이 대표적이고, 후자의 방법은 다양성 메커니즘 (Variety Mechanism)을 조정하는 것이고, 플랫폼 전략과 모듈화 전략이 대표적이다.


복잡성은 성장에 따른 부산물로 비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절감해야 한다. 절감하는 방법은 복잡성 자체를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복잡성을 일으키는 요인을 제어해야 한다. 우리가 관심 있는 복잡성은 단일 시스템이 아닌 다수 시스템 내 다양성으로 인한 복잡성이기 때문에 복잡성 요인 중에서 다양성 (Variety)를 제어하는 것을 주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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