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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거미의 이치』를 읽고

교고쿠도 시리즈, 그 장광설 속 진실을 찾아서

by 심야서점
ChatGPT Image 2025년 6월 3일 오후 10_56_11.png


교고쿠도 시리즈를 읽는다는 것


교고쿠 나츠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저는 두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


첫 번째는 잔혹함의 일상화입니다.

물론 과거 시대의 배경을 반영한 설정이지만, 특히 여성에 대한 잔혹한 상황은 읽는 내내 불편함을 동반합니다. 단순한 장치로 보기에는 그 수위와 빈도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장광설 속 진실 찾기입니다.

이 시리즈는 저자의 폭넓은 지식, 특히 민속학, 철학, 과학 등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해결해 나갑니다. 문제는 그 지식의 양이 너무나도 방대하다는 점입니다.

읽다 보면 이게 미스터리 소설인지, 민속학 개론서인지, 철학 에세이인지 헷갈릴 정도죠.

아마도 중간부터 책을 펼친 독자라면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거, 정말 소설이 맞아?”

읽기 어렵고, 불편한데도… 끝까지 읽게 되는 이유


읽는 내내 불편하고 어렵습니다.

줄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집중력이 필요하고, 책 후반부엔 거의 항상 작가 자신을 빙의한 교고쿠도가 등장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구조로 마무리됩니다.


전작 『철서의 우리』에서는 불교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석했다면, 이번 『무당거미의 이치』는 기독교적 모티프가 한 축을 이룹니다. 정확히는 배경이라기보다는 ‘소재’에 가깝다고 해야겠죠.


낮았던 기대, 그래도 한 발 앞선 완성도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꽤 망설였습니다.

전작 『철서의 우리』가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광골의 꿈』이 교고쿠도 시리즈의 정점이라는 평을 들은 터라, 다음 권인 『무당거미의 이치』에 대한 기대치는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철서의 우리』보다는 한층 나아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담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복잡한 인물 관계, 복잡한 구도, 그리고 끊임없는 장광설은 책에 몰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야기의 얼개


책은 두 개의 주요 사건으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눈알 살인자’에 의한 연쇄 참극,

다른 하나는 여학교에서 벌어지는 저주 사건입니다.

처음엔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던 두 사건이,

결국 하나의 축으로 수렴되고,

마지막 장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을 조종한 ‘거미’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흥미로운 건, 살인범은 초반부터 이미 독자에게 공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참극’의 진짜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반전 위에 반전, 그리고 또 다른 반전이 이어집니다.

도대체 몇 명의 흑막이 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말이죠.


마무리하며


어쩌면 이 작품은 두 번은 읽어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철서의 우리』보다는 완성도와 몰입감이 개선되었다는 점입니다.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을 찾고 있다면,

혹은 작가의 박식함과 장르 혼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술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무당거미의 이치』는 분명 시도해볼 만한 작품입니다.

단, ‘읽는 수고’를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말이죠.


� “이 책은 미스터리인가, 민속학인가, 아니면 장광설인가.”

교고쿠 나츠히코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서사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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