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류의 끝과 새로운 시작, 『키메라의 땅』

호모 사피엔스 이후, 새로운 존재에 대한 상상

by 심야서점

인류세, 그리고 그 이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듯, 지금은 인류세이자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묻습니다.

“우리가 이 지구의 주인으로 영원할 것인가? 아니면 더 진화한 새로운 종족이 인류를 대신할 것인가?”

이 도전적인 질문으로 『키메라의 땅』은 시작됩니다.


새로운 종족 탄생 실험과 갈등의 서막


소설 속 과학자 알리스는 인간의 파괴적 본성과 한계를 목도하고, 인류를 대체할 존재를 찾습니다. 그 답은 인간과 동물을 결합한 혼종 실험이었습니다.


하늘과 공기를 상징하는 박쥐

바다와 물을 상징하는 돌고래

땅과 흙을 상징하는 두더지

그리고 인간


이 네 존재가 결합해 ‘더 나은 인류’를 만들려 했으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합니다. 성역을 깨는 시도는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으로까지 번지고, 알리스는 우주 정거장으로 도피해 문명의 종말과 사피엔스의 최후를 지켜봅니다.


혼종 인간과 함께 돌아온 지구, 그리고 인간과의 갈등


알리스는 박쥐 인간, 돌고래 인간, 두더지 인간과 함께 방사선에 뒤덮인 지구로 돌아옵니다. 어렵게 생존한 인간 공동체 속에서 최초 세대가 태어납니다.


최초 박쥐 인간, 에어리얼족 ‘헤르메스’

최초 돌고래 인간, 노틱족 ‘포세이돈’

최초 두더지 인간, 디거족 ‘하데스’

그리고 알리스의 딸, 사피엔스 ‘오펠리’


새로운 종족들은 언어와 생활방식을 배우며 오히려 인간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하지만 이질성에 대한 경계로 갈등은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인간과 혼종은 분리됩니다.


이 장면에서 인간이 낯선 존재를 배척하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어 현실감이 컸습니다.


반복되는 역사, 변하지 않는 갈등


1부 이후 이야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세 종족은 반목과 전쟁, 타협으로 각자 문명을 세워갑니다.


인간과 공존을 택한 종족

인간과 거리를 둔 중립 종족

인간을 하위 존재로 간주해 적대하는 종족


이 과정은 인간 역사 속 권력 투쟁, 신념 갈등, 프로파간다 등장, 우월 의식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결국 새 종족 역시 인간 역사를 반복하는 것으로, 알리스도 죽음의 위협에 놓입니다.


열린 결말에 남겨진 희망과 공포


베르베르는 이 모든 갈등에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마지막에 불을 상징하는 도룡뇽 인간 ‘악셀’을 남깁니다.


그 존재가 희망인지 또 다른 파멸의 서막인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구인류의 종말’을 인간이 초래했다는 공포와, 신인류 또한 인간을 어머니로 둔 존재라는 점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덮으며,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다


『키메라의 땅』은 베르베르 특유의 풍부한 상상력을 담아, 아포칼립스와 인류 멸망의 디스토피아를 현실감 있게 그려냅니다.


새로운 종족이 겪는 갈등은 우리가 걸어온 인류 역사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번역가가 말한 대로, 단순한 SF가 아닌 인류의 가까운 미래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모두가 소름 돋게 될 것입니다.


최근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동시에 위협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인공지능이나 신인류가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은 진화의 끝일까, 아니면 다음 존재를 위한 발판일까?”


#독서 #독서에세이 #책리뷰 #키메라의땅 #베르나르베르베르 #SF소설 #디스토피아 #인류세 #호모사피엔스 #신인류 #혼종 #미래소설 #과학소설 #인공지능 #인류멸망 #진화 #미래예측 #철학적소설 #사회비평 #책추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주의 즐거움, 『드디어 만나는 천문학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