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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마술』을 읽고

과학 대신 인간을 그린 갈릴레오 시리즈의 변주

by 심야서점

과학 대신 인간을 이야기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금단의 마술」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기존 작품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유가와 교수는 언제나 차갑고 이성적인 과학자로, 불가해한 사건을 물리 법칙으로 풀어내는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과학적 논리 대신 인간적인 감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줄거리의 핵심


이야기의 출발점은 한 남자의 비극입니다. 유력 정치인의 영향으로 누이를 잃은 그는 복수를 결심합니다. 유가와 교수는 대학 시절 인연이 있었던 동아리 선배이자, 우연히 도움을 건넨 이후 교류를 이어오며 그 남자를 가까이서 지켜보게 됩니다. 결국 그의 복수 계획을 눈치채게 된 유가와 교수는 그를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게 됩니다.


플롯 자체는 단순합니다. 치밀한 추리 구조나 과학적 트릭 대신, 인간의 감정과 선택이라는 무게가 중심이 됩니다.


색다른 유가와 교수의 모습


이 작품은 기존 갈릴레오 시리즈와 달리 미스터리 해결의 쾌감보다는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논리로만 재단하던 유가와 교수에게서 인간적인 고민과 정서가 드러나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차갑고 이성적’이라는 단일한 캐릭터성을 넘어 더 입체적이고 따뜻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가와 아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오신 독자분들께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과학적 장치를 통한 추리나 예상치 못한 전개의 즐거움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탐정 갈릴레오’를 떠올리며 책을 펼치신 독자라면 기존과는 다른 방향성에 다소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단의 마술」은 시리즈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가와 교수라는 인물이 단지 과학적 사고의 화신이 아니라,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작 작가로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이는 변주의 한 형태로,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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