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을 달리는 두 개의 시선
2014년 방영된 MBC 다큐 스페셜, ‘전봇대 가장, 희망 없는 희망 퇴직 이야기’를 보고 난 후 받은 인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청춘을 바쳐 회사를 위해 헌신한 직장인을, 그가 회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회사가 어떻게 밀어내는지 지켜보며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회사는 그를 가족이나 구성원이 아닌,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무색무취의 부속품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회사의 시선은 냉혹합니다. 현재와 미래의 생산성을 계산하며, 급여는 높고 효율은 떨어지는 직원을 가성비 낮은 정리 대상으로 분류합니다. 반면 직원의 시선은 과거를 향합니다. 지금까지 감내해온 희생과 노력을 생각하며 그에 합당한 대가를 기대합니다. 이처럼 바라보는 시점 자체가 다르기에 회사는 그들의 미래를 책임질 생각이 없고, 직원은 자신의 과거를 담보 삼아 현재를 보장받길 원합니다. 이 평행선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질 뿐입니다. 10년 전의 영상이 지금도 유효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현재의 우리 역시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 앞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스펙을 쌓고 스스로를 PR하며 어렵게 직장 문턱을 넘었습니다. 신입 사원 시절에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벽부터 공부하고 작은 정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업무의 압박과 가장으로서의 무게는 우리에게서 야성을 앗아갑니다. 독자적인 개체였던 인간은 어느덧 회사의 거대한 시스템 속 부속품으로 전락합니다. 그것이 직장인으로서의 생존 방식일지 모르나, 그 대가로 우리는 회사에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갑니다. 결국 직장 밖이라는 야생으로 던져졌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바다에 사는 멍게의 생태는 우리에게 서늘한 통찰을 줍니다. 원래 멍게는 유생 시절에 뇌가 있고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바위에 붙어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 멍게는 영양분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자신의 뇌와 신경계를 스스로 소화시켜 없애버립니다. 안주를 선택하는 대신 사고하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 비극은 직장인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에게 가장 불필요한 능력 중 하나는 바로 ‘자유 의지’입니다. 위계질서 하에서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조직 시스템 속에서, 자유 의지가 넘치는 직원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직장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한 직장에 안주하며 자신의 자유 의지를 스스로 소화시켜 버립니다. 하지만 자유 의지란 곧 홀로서기를 가능케 하는 생존력의 근원입니다. 이를 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한곳에 머무는 것을 넘어, 스스로 자생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누구도, 그 어느 곳도 직장인의 삶을 영원히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다시 자유 의지를 깨워야 합니다. 직장에 매몰되지 않고 꾸준히 외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직업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저성장 시대와 AI의 공습이 인력을 대체하는 혼돈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진정한 인재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지금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으면 합니다. 내가 가장 뜨거운 야성을 품고 있었을 때, 그리고 절박한 의지로 충만했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회사가 당신의 뇌를 소화시키기 전에, 당신 안의 잠든 야성을 다시 일깨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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