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크기가 나의 크기를 결정하지 않도록

용산 오피스 시대, 명함 뒤에 숨지 않는 법에 대하여

by 심야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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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강남, 소호 사무실의 공용 회의실에서


2017년 4월의 공기는 유난히 서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제 발로 걸어 나와 마주한 곳은 강남 어느 빌딩 구석의 작은 소호 사무실이었습니다. 면접조차 우리 회사가 아닌, 누구나 빌려 쓸 수 있는 공용 회의실에서 진행했었죠.


당시 직원이라곤 대표님 한 분뿐이었기에 주변의 시선은 날카로웠습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1인 기업으로 향하는 저를 보며 누군가는 불안해했고, 누군가는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엔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하나 있었습니다. 면접의 마지막 순간, 제가 대표님께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일은 끊임없이 할 수 있는 겁니까?”


규모가 작아도 괜찮았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건 내 실력을 증명할 무대(Project)가 끊이지 않느냐는 것뿐이었죠. 끊임없이 부딪히며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소호 사무실의 좁은 책상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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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통증', 그 사이의 풍경들


시간이 흘러 서울의 한 대학원 건물 내 벤처보육센터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때는 '이전'이라기보다 '졸업'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아직은 누군가의 보호 아래 있다는 안도감 속에서 동료들이 하나둘 늘어났습니다.


성장의 과정에는 늘 통증이 따랐습니다. 많은 이가 들어오고 또 떠나갔죠. 당시 동료들이 남긴 말들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사무실에 가고 싶지 않아요.” “프로젝트가 없을 땐 재택을 하고 싶어요.”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벤처보육센터 안의 초라한 사무실과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못하는 회사 이름에 마음이 다쳤을지도 모릅니다. 그 서운함을 알기에 마음이 아릿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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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용산, 도약의 발판 위에 서서


그리고 지난 2025년 12월, 회사는 용산으로 세 번째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입사 후 세 번째 맞이하는 이 공간은 단순히 평수가 넓어진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외부 협력 관계는 다각화되었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류하며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의 규모와 범위도 확장되었습니다. 이제 회사는 명실상부한 '도약의 발판' 위에 올라섰습니다.


새로운 사무실에서 2026년의 첫 해를 맞이하며, 저는 조용히 스스로를 비춰봅니다.

"회사가 이만큼 성장하는 동안, 나는 얼마나 성숙해졌는가?"

명함의 화려함이 아닌, 이름의 무게로


회사가 새 출발을 하고 멋진 공간을 갖게 된 지금, 저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를 빛나게 하는 것은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이 아닙니다. 우리를 들뜨게 만드는 것도 화려한 건물 안의 멋진 사무실이 아니며, 반대로 우리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 역시 비좁은 사무실이나 생소한 회사 이름이 아닙니다.


만약 자신의 이름 석 자만으로 명함을 빛낼 수 없다면, 우리는 언젠가 초라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내가 머무는 공간의 화려함에 따라 내 모습이 달라진다면,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 채 태양 주위를 맴도는 달과 같은 존재에 머물게 될지도 모릅니다.


회사는 성장하고, 사무실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회사나 사무실이라는 배경에 기대지 않으려 합니다. 오직 제 이름 석 자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도록, 8년 전 그 좁은 소호 사무실에서 가졌던 초심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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