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 비용, 다양성 비용, 총비용 정리 한번 더...
모듈러 디자인을 수행할 때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가 모듈러 디자인 효과를 어떻게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입니다. 제가 자주 말하는 거지만, 모듈러 디자인 활동은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수행하므로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단기적으로 그것도 내 임기 내에 효과를 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보통 기업들의 임원이 보장받는 임기가 2~3년이 고작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이 눈에 안 차는 건 당연하겠죠.)
모듈러 디자인을 수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정량 효과 산출이 왜 어려운 지 모듈러 디자인과 관련된 비용 개념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서 언급하고자 합니다. 이전 글에서 한번 다뤘는데 중복 내용이 많지만 중요한 내용이므로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이전 글에선 좀 더 쉽게 표현하려고 비용 간의 관계를 단순화했지만, 실제로는 안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모듈러 디자인과 관련한 비용은 복잡성 비용 (Complexity Cost), 다양성 비용 (Variety Cost), 총비용 (Total Cost)입니다. 하나씩 살펴보죠.
첫 번째, 복잡성 비용은 기업이 갖는 복잡성이 기업의 역량을 넘어설 때,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불하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사실 복잡성 비용은 실제로 산출할 목적으로 만든 비용 항목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입니다. 산출하려고 만든 비용 개념이 아니므로 산출도 불가능합니다. 몇몇 사람들이 복잡성 비용을 산출한다고 노력을 했었는데, 부질없는 행동입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복잡성 문제를 겪는다, 복잡성 문제를 이겨낼 정도의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이 복잡성 비용입니다. 복잡성 비용은 정확하게 얼마라고 산출을 못하고, 총비용으로 표현하는 결과로만 알 수 있습니다.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비용 개념을 왜 만든 걸까요? 복잡성의 문제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복잡성을 왜 절감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명확히 하기 위해서 만든 비용 개념입니다. 측정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직접 와닿으면 그것의 목적을 다한 셈입니다.
두 번째, 다양성 비용은 제품, 부품, 조직, 프로세스 등 다양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단일 제품, 단일 조직, 단일 프로세스 등이었을 때는 지불하지 않았을 비용이 다양성으로 인해서 발생할 때, 그 비용을 다양성 비용이라고 말합니다. 다양성 비용은 복잡성 비용과 달리 산출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산출이 가능할까요? 그것은 비용을 분류하는 항목과 비용을 산출하는 방식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만약 현재와 같이 제품 단위, 기능 단위로 비용 항목을 분류하고, 집계하고 있으면 산출하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제품을 기획, 개발, 양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현재와 같이 집계할 수 있겠지만, 다양성 비용은 어떤 제품이나 어떤 기능 부서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만 콕 집어서 발라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즉,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현재 체계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네요.
복잡성 비용과 다양성 비용과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우리가 관심 있고 해결하고자 하는 복잡성은 다양성으로 인한 복잡성입니다. 그래서, 복잡성 비용의 많은 부분이 다양성 비용 중 일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잡성 비용은 복잡성이 조직의 역량을 넘어서면 발생합니다. 다양성 비용은 다양성 수준에 따라서, 조직의 역량에 따라서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겠으나, 언제든 발생한다고 봐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복잡성 비용은 하나의 개념으로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다양성 비용은 비용 관리 방식에 따라서 집계할 수도 있습니다. 상당히 어려울 뿐입니다. 조금 어렵다면 복잡성 비용이 다양성 비용을 포함한다고 단순화해서 외워도 상관없습니다.
세 번째, 총비용은 말 그대로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업을 운영하는 데, 제품군 입장에서 보면 제품군을 기획, 개발, 생산, 판매하는 데 필요한 총비용을 의미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복잡성 비용, 다양성 비용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포함한 총비용은 산출이 가능하죠. 기업 입장에서 나가는 돈을 모두 집계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기업이 아니라 제품군이나 제품으로 따지면 어떻게 될까요? 역시나 집계하기 어렵습니다. 직접비는 어떻게든 산출할 수 있겠지만, 간접비는 다양성을 고려하여 배부 기준이 정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정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모듈러 디자인 활동을 통해서 총비용이 어떻게 개선했는지 알려달라는 것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다양성을 개선해서 직접 귀속하는 비용이 절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배부받는 비용은 분리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듈러 디자인 활동에서 각각의 비용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먼저, 복잡성 비용은 개념으로만 활용합니다. 복잡성을 절감한다는 취지를 직관으로 이해하는 목적으로만 활용합니다. 그 외의 산출하려는 노력은 헛수고입니다.
다양성 비용 또한 비용 관리 체계를 바뀌지 않는 한 산출이 어렵습니다. 다만, 다양성 비용의 세부적인 예시들은 개선 효과로 쓸만하므로 활용합니다.
총비용은 모듈러 디자인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관점을 유지하는 데 사용합니다. 제품 단위가 아니라, 제품군 단위로, 기능 조직 하나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비용을 개선한다는 생각으로 총비용 관점을 활용합니다.
하나 같이 산출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정량 효과는 어떻게 산출할까요?
정량 효과는 전사로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량 효과 산출 방법은 없습니다. 개별 과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표준화/공용화를 해서 정량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특정한 과제, 단순화를 통해서 정량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특정한 과제 등으로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범위의 과제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모듈 표준화를 해서 얼마를 얻겠다, 모듈을 단종하여 얼마를 얻겠다는 식으로 일반화하는 건 현실적이지도 않고, 활동의 취지를 크게 왜곡할 수 있는 행동으로 권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