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디자인은 설계를 제약하는 활동 아닌가요?
모듈러 디자인 Q&A
모듈러 디자인을 소개하다 보면, 설계자 분들에게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모듈러 디자인은 설계를 제약하는 활동이 아닌가요?”입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유도를 주어야 할 영역과 제약할 영역을 명확히 하는 활동이라고 말합니다만,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아래와 같이 말을 했을 겁니다.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면, 공학 내의 설계는 제약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입니다.
한정된 비용 내에서, 한정된 기간 내에서, 한정된 품질 조건에 따라서 최적의 결과를 내는 활동이 설계입니다. 특히 공학은 품질, 비용, 기간을 빼놓고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시장 출시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약을 배제하는 설계를 이야기할 땐 가슴 한편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단지 하나의 제품만 잘 만들어서, 이익을 내는 것으로 끝내면 안 됩니다. 회사가 만드는 다수의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하고, 전체 비용을 절감해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듈러 디자인 같은 활동을 하는 겁니다.
물론, 의도하는 바가 그런 것이 아님을 압니다.
정해진 기간, 비용, 품질 수준을 달성하는 것도 빠듯한 데, 지키라는 것이 많으니까 여유가 없어서 그렇겠죠. 지키라는 규칙도 많고, 준수해야 하는 표준도 많습니다. 설계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겠죠.
생산, 구매, 서비스 고려해야 설계에서 뭔가를 해주길 기대합니다. 그렇다고 충분한 리소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습니다. 상업화라는 설계가 갖는 숙제가 있고, 이익을 내야 한다는 근본적인 목적도 있으니 지켜야 하고,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설계는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활동입니다. 그만큼 좋은 제품, 잘 팔리는 제품, 이익을 내는 제품을 만드는 데 설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크기 때문에 회사에서 더욱더 신경을 쓰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이 설계자만의 책임일까요?
회사는 고려할 것이 많은 설계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은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규칙과 표준은 뒤떨어지지 않도록 검증하고 보완해야 하며, 굳이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지킬 수 있도록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해야 할 겁니다. 지킬 만한 조건을 만들어 주고 나서, 지키지 않았을 때 주의를 줄 수 있는 겁니다. 설계자가 설계라는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과 리소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