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Range (범위)

다양성 절감 테크닉 (1)

by 심야서점

다양성(Variety)을 절감하는 테크닉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명칭은 익숙하지 않더라도 설명을 하면 아마도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테크닉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첫 번째 테크닉은 레인지 (범위)입니다. 부품 사양이나 제품 사양을 특정한 단일 값이 아니라, 값의 범위로 대응하여 부품의 종류나 제품의 종류를 한정하는 테크닉을 의미합니다. 정의만 들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 우리 주변에서 폭넓게 사용하는 테크닉입니다.


아래 그림 중 왼쪽을 보면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에 따라서 구현 사양을 결정하면, 무수히 많은 제품이나 부품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범위를 이용하면 오른쪽처럼 요구 사양에 맞춰서 제공하는 구현 사양의 범위를 결정하는 겁니다.


Range.png

예를 들어서, 신발을 사는데 고객의 발 사이즈가 272mm이면, 272mm 신발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275mm 사이즈의 신발을 판매하는 형태, 271mm, 272mm, 272.5mm, 273mm 등 고객의 발 사이즈가 딱 275mm가 아닌데 270mm 초과하면서 275mm 이하인 고객에게는 275mm 신발을 판매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관리해야 하는 신발의 종류를 mm 단위별로 모두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이 10mm, 또는 5mm 단위로 관리하면 되니까 그만큼 신발의 종류가 줄어들겠죠.


옷도 그렇습니다. 딱 사이즈에 맞춰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XS, S, M, L, XL 등으로 특정 사이즈 범위로 판매를 하는 거죠.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고객에게 맞춤형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이렇게 맞춤형을 판매하려면 제품의 종류, 부품의 종류가 무한정 증가할 겁니다. 그래서, 일정한 범위를 정해놓고, 고객이 원하는 사이즈가 포함되는 범위의 제품을 판매하는 겁니다.


이렇게 범위를 활용하는 경우의 단점은 없을까요?


먼저 고객 입장에서는 자기에게 딱 맞춰진 제품을 못 구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신체 사이즈는 각각이 다르기 때문에 규격화된 기성품이 안 맞는 고객도 있을 수 있겠죠. 부품 사양인 경우에는 보통은 큰 쪽으로 범위를 정하므로, 재료비가 증가하게 됩니다. 종류를 줄여서 절감하는 비용이 증가하는 재료비를 상회하지 않으면 이익을 해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죠.


범위의 사이즈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범위의 사이즈는 경우마다 다르므로, 여기서 얼마로 정하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범위가 너무 클 경우에는 관리해야 하는 부품이나 제품의 종류가 줄어들 수 있겠으나, 범위 중간 정도에 있는 고객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고, 부품 같은 경우는 추가로 소요되는 재료비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범위가 작을 경우에는 재료비도 딱 맞춰서 사용하고, 고객 맞춤형 제품에 가깝게 만들 수 있겠으나 관리해야 하는 부품이나 제품 수가 늘어나는 문제가 있겠죠.


그래서, 범위의 사이즈는 굳이 일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해진 규칙은 없고 상황에 따라서 가격과 비용을 고려하여 결정을 해야 합니다.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범위의 사이즈를 차별화합니다.


제품 사양인 경우는 사용자가 많은 제품 범위에서는 사이즈를 작게 하여 최대한 맞춤형 제품을 판매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범위의 사이즈가 작더라도 단위 범위의 생산량이 적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적은 제품 범위에서는 사이즈를 크게 하거나, 작게 하더라도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예를 들어서 신발 사이즈라면 많이 판매하는 남자 신발의 260mm~290mm까지는 5mm 단위로 제품을 만들고, 잘 판매되지 않는 260mm 이하 또는 290mm 이상은 10mm로 만드는 방식이 될 겁니다.


부품 사양인 경우는 제품 사양과 달리 제품 종류가 많거나, 생산량이 많은 경우에는 부품 사양 범위를 크게 하여 종류를 줄이고, 제품 종류가 적거나 생산량이 적은 경우에는 부품 사양 범위를 작게 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추가로 소요되는 재료비가 증가하더라도 종류를 줄임으로 얻을 수 있는 다양성 비용이 크기 때문에 범위를 크게 하더라도 전체 최적화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에 생산량이 적은 경우에는 늘어나는 재료비를 감당할 정도로 다양성 비용을 줄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가 제품의 경우 철저하게 재료비를 줄여야 하는 이유로, 고가 제품의 경우는 그만큼 고객이 비용을 감당할 의사가 있기 때문에 범위의 사이즈를 작게 가져갑니다.


범위의 사이즈는 불변일까요?


시장 상황은 불변하는 게 아닙니다. 그때마다 범위의 사이즈는 상황에 맞게 조정을 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과거에는 남자 발 사이즈가 260mm~290mm을 주로 신었는데, 체형이 커지면서 270mm~300mm을 주로 신을 수도 있고, 운동화의 경우 크게 신는 경향이 있었는데, 딱 맞춰서 신으면서 주로 신는 사이즈가 작아질 수도 있습니다.


제품 또는 부품의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범위의 사이즈를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양성 절감 테크닉 중에서 범위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다음은 다양성 절감 테크닉 중에서 고정/변동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세 번째 책 “모듈러 아키텍처”가 이제 편집에 들어갑니다. 한언출판사에 출간할 책들이 밀려있어서 일정이 뒤로 밀렸었는데, 출판사 팀장으로부터 이제 편집 작업에 들어간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편집 작업 잘 마쳐서 여러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태어날 수 있게 하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모듈러 디자인은 설계를 제약하는 활동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