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해답을 찾아내는 사람
제 업무에 대해 한참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할 때는 업의 기준이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정해진 스펙에 맞춰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제 일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정해진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저는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준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나름 열심히 일하고 정성을 들였다고 생각했던 프로젝트에서 평가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고,
반대로 스스로는 그렇게까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좋게 나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직업에는 과연 명확한 기준이라는 것이 있을까.
나는 정말 실질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고객의 평가가 컨설턴트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모든 요청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고민을 거친 끝에, 저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컨설턴트의 일은
“고객에게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 해답이 완벽한 정답인지, 아니면 나중에 돌아보면 오답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고민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
그것이 컨설턴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준을 스스로 세우고 나니
내가 해야 할 일과 일의 방향이 훨씬 명확해졌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도 분명해졌습니다.
엔지니어로 일할 때와 컨설턴트로 일할 때는 일하는 자세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엔지니어는 고객의 요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불가능합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그 이상의 요구가 없다면, 거기서 역할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컨설턴트는 다릅니다.
고객의 요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말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고객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문제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찾아 제시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컨설턴트,
혹은 엔지니어 출신의 컨설턴트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도 바로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고객의 요청을 듣고 이렇게 말해버리는 것입니다.
“그건 안 됩니다.”
사실 어려운 문제를 찾아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컨설턴트를 부르는 이유는
그 문제를 식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컨설턴트의 역할은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 대안이 어렵다면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컨설턴트는 주어진 문제의 답을 찾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답이 존재하지 않을 때는 고객의 가치를 기준으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고객이 현재 사용 중인 ERP를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검토해보니 ERP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운영상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 엔지니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ERP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혹은
“전환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로 자신의 역할을 끝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컨설턴트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먼저 고객이 왜 ERP를 전환하려 하는지를 파악합니다.
전환했을 때의 이점과 위험 요소를 함께 분석합니다.
그리고 ERP 전환이 정말로 고객에게 가치를 만들어주는 선택인지 다시 확인합니다.
만약 전환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선제 조건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조건들을 단계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고객을 설득해야 합니다.
반대로 ERP 전환이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면
다른 대안을 찾아 제시하고 고객을 설득해야 합니다.
처음에 고객이 던진 문제는
“ERP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컨설턴트가 분석한 결과
진짜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컨설턴트는
새롭게 정의된 문제에 대한 답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끔 이런 불만을 듣기도 합니다.
“기술적으로 안 되는 걸 자꾸 요구한다.”
하지만 고객이 기술적인 판단만 듣고 싶었다면
컨설턴트가 아니라 기술자를 불렀을 것입니다.
컨설턴트의 역할은
가능과 불가능을 판단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의 가치를 기준으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컨설턴트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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