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컨설턴트가 입사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회의록 작성하기, 다른 사람이 작성한 장표 다듬기, WBS (Work Breakdown Structure) 관리하기입니다. 입사 전에는 멋있는 컨설팅 업무를 할 것을 기대하고 들어와서는 뒤치다꺼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을 하니까 뭔가 자괴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회사 선배에게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죠?라고 물으면, 내가 신입 때는 다 했어라는 라테를 시전 하니 왠지 더욱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선배 사원 입장에서는 누구나 신입 때 하는 일을 왜 불만을 갖느냐고 요즘 신입들의 마인드가 글러먹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후배 사원 입장에서는 비싼 돈 주고 열심히 공부했더니 자질구레한 일만 시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배는 후배에게 이런 업무들의 중요성을 명확히 알려주어야 하고, 후배는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의 의미를 찾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렇다면, 위에 나열한 업무, 회의록 작성하기, 다른 사람이 작성한 장표 다듬기, WBS (Work Breakdown Structure) 관리하기는 왜 중요할까요?
첫 번째, 회의록 작성하기는 최대한 빠르게 업무를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회의 결과를 요약하는 목적으로 수행합니다.
최근에는 쓸데없는 회의를 줄이자고 하는 추세이지만, 회의야 말로 각자 하고 있는 업무를 공유하고, 토의와 토론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협업의 결정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은 현재 동료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최대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회의 중에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따로 적어두었다고 조사해서 파악하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따로 공부해서 최대한 업무의 이해를 넓힐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회의록을 꼭 적어야만 업무를 파악할 수 있나요?
회의실에 있다고 해서 회의를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발언하고, 경청하고, 다시 발언하고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등의 능동적인 참여가 정말 회의를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듣고만 있고 필요한 것만 적는 건 그냥 구경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신입 사원인 경우에는 더더욱 회의에 참여할 기회가 없습니다. 업무 내용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끼어들 타이밍인지 판단이 안될 수 있습니다.
회의록을 작성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회의록을 쓰려면 회의 내용을 신경을 써서 들어야 하고, 회의 내용을 요약하려면 누구보다도 회의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회의록과 녹취록은 다르기 때문에 회의 내용의 핵심은 무엇이고, 무엇은 넣고 무엇은 빼도 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마지막 목적인 요약하는 연습입니다.
두 번째, 다른 사람이 작성한 장표 다듬는 활동입니다.
선배 컨설턴트들이 만든 장표에 있는 오탈자 잡고, 디자인 보정하는 작업인데 꽤 공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귀찮은 청소 작업 같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중요한 목적이 있습니다. 먼저 다른 사람이 작성한 장표를 살펴봄으로써 장표를 보는 눈을 높이고, 결국은 나중에 자기가 그 이상의 장표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고, 선배가 작성한 장표를 스터디하는 것입니다.
그런 목적을 가지고 이 작업을 하면 정말 대충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고,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참 답답하죠.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하려고 하는 건가, 이 정도 장표 다듬는 수준으로 만족하는 건가 생각이 될 때도 있지만, 그건 각자 판단할 일입니다.
세 번째, WBS를 관리하는 활동입니다.
컨설팅 WBS에는 방법론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일반 회사의 일정관리도 동일합니다. 업무의 방법이 담겨 있죠.
나중에 프로젝트 관리하는 시점에서는 누군가 가르쳐주거나, 다른 문서를 살펴보지 않아도 WBS를 직접 작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직접 작성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니 최대한 접촉을 많이 해보는 겁니다.
하나의 활동 이후에 어떤 활동이 진행되는지, 해당 활동의 산출물이 무엇이 나와야 하는지,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 지를 자꾸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됩니다.
예전 무협 영화에 보면 주인공이 절대 무공을 배우러 와서는 물 긷고, 빨래하는 등의 잡일만 몇 년을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무술을 배우러 온 것이지 이런 잡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면서 주인공이 뛰쳐나갈 때, 사부님이 그렇게 한 비밀을 알려주죠. 체력을 키우고, 무공을 연마하기 위한 기본기를 키우는 것이라고…
약간은 과장이 되지만, 신입 사원이 하는 많은 업무에는 업무의 기본기를 익히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과 관계없는 선배가 귀찮아서 시키는 잡일이라면 시키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아야겠지만, 업무의 기본기를 배울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