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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Feb 29. 2020

자존감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이유

자존감을 얘기 할 때 흔히 하는 말이 있지요.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는 자신만의 기준이 없어서 그래요."

"나와의 관계가 돈독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세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하겠어요."


사람들이 하는 이런 말들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자존감 저하가 자신만의 기준이 없어서 그렇다구요? 언뜻 보기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저는 모르겠어요. 기준을 세우고 줏대만 가진다면 자존감이 단번에 향상된다는 말인가요?


나와의 관계가 돈독하지 못하다는 말 역시 맞는 말인 듯 보이지만 과연 어떻게 하면 나와 돈독하게 지낼 수 있단 걸까요? 타인과의 관계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하물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나 자신과 어떻게 친하게 지낼 수 있단 말인지, 이것도 잘 모르겠네요. 이런 식의 모호한 표현은 자존감 향상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데요. 그런데 저는 이 말을 좋아하진 않아요. 누구나 하는 대중적인 말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자존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자존감으로 힘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존감이 조금 흔들려본 적은 있을지언정 바닥까지 떨어져 괴로워해본 적은 없다고 생각해요. 자존감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낮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자존감때문에 정말 힘들어본 사람은 솔직히 그런 말 못해요.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자존감을 향상시킨 사람도 있겠지만 자존감 하락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어요.


저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정신과 전문의도 아니고 상담전문가도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자존감에 대해 감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시기와 최고를 찍었던 시기를 다 경험해봤기 때문입니다. 둘 다 겪어보니 자존감의 향상과 하락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죠.


자존감을 무너지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비교와 욕심이다.


비교하는 마음이 열등감을 키운다

자존감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를 미워해서 생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나를 미워하는 걸까요? 바로 타인과 비교하기 때문이죠. 나보다 더 나아보이는 사람과 나 자신을 자꾸만 비교하다보니 스스로가 부족해보이는 것이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나 자신이 싫어지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보죠.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돈을 딱 100만 원씩만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봐요. 그런데 내가 돈이 100만 원밖에 없다고 해서 자존감이 떨어지게 될까요? 다 똑같은 차를 가지고 똑같은 집에 사는데 자존감이 무너질 일이 있을까요?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직장에 다니며 일하는데 자존감이 낮아질까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먹고살기 어려운 나라, 예를 들면 방글라데시, 인도, 아프리카와 같은 나라의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사람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못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 곳에서 자존감이 떨어지니 무너지니 하는 말은 없을 거라 생각해요. 다 똑같이 못 사는데 자존감이 올라갈 게 뭐가 있고 낮아질 게 뭐가 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존감 저하는 비교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결국 자존감은 먹고살기가 나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졌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욕심이 커질수록 자존감은 낮아진다

마음건강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욕심입니다. 욕심을 부릴수록 자존감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유는 상상속의 나와 현실속의 나 사이에 괴리감때문입니다.


10억을 가진 사람보고 나도 10억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뭔가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한 돈을 벌기란 어렵습니다. 건물주인 사람을 보며 나도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를 한다고 해서 모두가 건물주가 되는 건 아닙니다. 키가 크고 예쁜 연예인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쁘게 꾸며도 연예인만큼의 미모를 가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손흥민 선수처럼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고 싶다는 것, 명문대에 입학하고 싶다는 것,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것 이 모든 게 다 욕심입니다.


욕심이라는 것이 꿈을 가지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목표를 버리라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내에서 목표를 세우며 단계적으로 밟아나가야 하는데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만 보며 목표를 너무 높게 잡습니다. 그것이 욕심입니다. 거대한 목표를 잡을수록 실현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좌절하게 되고 좌절은 곧 열등감을 낳게 됩니다. 그 열등감이 자존감을 무너뜨리게 되고 그때 이런 말이 나오게 되는 거지요.


"역시 나는 해도 안 돼."

"그럼 그렇지. 내가 제대로 하는 게 뭐가 있겠어."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하면 됩니다. 작은 목표를 세우면서 하나씩 달성해나가면 됩니다. 성공하면 더 큰 목표를 세워나가면 되고 실패하면 방법을 연구해서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자존감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사람들 말처럼 예전엔 나를 사랑해야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꼭 사랑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를 미워하지만 않아도 자존감은 많이 좋아집니다. 내가 세상 모든 사람을 다 좋아해야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미워하지만 않아도 관계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듯이 내가 나 자신을 미워하지만 않으면 자존감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나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비교하는 마음과 욕심을 버리면 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때문에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남의 것만 보며 부러워할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장점을 보는 연습,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버린다고 해서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동시에 채우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예뻐지고 싶다고 해서 스스로에게 예쁘다고 주문을 건다고 예뻐지는 건 아닙니다. 외적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화장을 하는 방법도 있고 옷을 예쁘게 입는 방법도 있습니다. 의학의 힘을 빌려 성형을 하는 방법도 있지요.


자존감도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을수도 있고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외국어를 배우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취미생활을 해보는 것도 좋지요. 운동 역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동호회나 모임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해보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요.



내가 브런치에서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이유

글 잘 쓰는 브런치 작가들보면 솔직히 저도 부럽습니다. 구독자 수가 많은 작가들을 보면 질투도 많이 납니다. 그런 작가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제가 너무 싫어집니다.


"왜 나는 글을 이렇게밖에 못 쓸까?"

"나는 구독자가 왜 이렇게 적은 거지?"


이런 생각에 빠져들다 보면 글을 쓰기 싫어집니다. 자존감도 급격히 떨어지지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이 들 때마다 재빨리 생각을 바꾸려 합니다. 이렇게요.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쓰는 게 어디야. 충분히 나는 잘하고 있어."

"나보다 구독자수 적은 사람도 많는데 이만큼 구독해주는 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겁니다. 다른 브런치 작가들과 나를 비교하면 글도 쓰기 싫고 그만큼 자존감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을 보면 힘이 납니다. 잘 써야한다, 구독자를 더 많이 모야아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매일 조금씩 쓰다보면 글이 써집니다. 자연스레 자존감은 올라갑니다.


자존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자신을 한 번 찬찬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제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훌륭한 강의를 듣는다 하더라도 자신을 볼 줄 모른다면, 비교하는 마음과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자존감을 회복하기란 어렵습니다. 어쩌면 자존감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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