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갔다. 음료를 주문한 후 결제를 하기 위해 카드를 손에 들고 있었다. 카페 직원이 내게 말했다.
- 카페직원: 총 금액은 10,000원이십니다.
- 나: ...?!?!
신발을 사러 신발 매장에 갔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새하얀 스니커즈가 내 있었다. 직원에게 사이즈가 있냐고 물었다. 직원은 찾아보겠다고 하며 창고에 들어가서 확인 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직원: 손님, 그 신발은 지금 품절이십니다.
- 나: ...?!?!?!@#
휴대폰 요금제 변경을 위해 114에 문의를 했다. 상담직원이 나에게 새로운 요금제를 추천해줬고 그 요금제가 어떻게 좋은지 나에게 설명을 했다.
- 상담원: 이 요금제가 지금 사용하시는 요금제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혜택도 더 많으세요.
- 나: .....?!*&^%$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뭔지 아마 눈치채셨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잘못된 높임말이다. 이러한 잘못된 높임말을 사용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잔돈이십니다", "주문한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 옷은 가격이 좀 있으세요"와 같이 사람인 나보다 상품이나 제품을 더 높여 부르는 사례를 일상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내가 무슨 커피나 신발에게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다.
나는 사람들이 잘못된 높임표현을 쓰는 걸 들을 때면 이상하게 그게 그렇게 불편하다. 솔직히 말하면 상당히 귀에 거슬린다. 프로불편러답게 가끔은 짜증이 나기까지 한다. 높임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그렇게 말을 하는 건지, 아니면 학교에서 어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건지 의아할 때가 많다.
아래 사진은 공공화장실 벽에 붙어있는 것을 찍은 사진인데 올바른 높임말 쓰기에 대한 내용이다.
"'-시-'자를 넣는다고 무조건 높이는 말이 되지는 않습니다. 높임말은 사람에게"라고 나와있다. 잘못된 높임말을 쓰는 것을 나만 불편하다고 느끼는 줄 알았는데 이런 걸 보면 또 나만 그런 건 아닌 듯하다. 일상 속에서 잘못된 높임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화장실에 이런 글이 붙어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위 사진에 나오는 정도의 내용은 잘못된 높임말이라고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아래 사진에 나오는 높임말이 잘못된 표현이라고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기다리실게요", "이쪽으로 오실게요", "주사 맞으실게요" 등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또한 잘못된 표현이라고 한다. "기다리세요", "오십시오", "주사 맞으시겠습니다"가 바른 표현이다. 사실 이 정도는 모를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어쨌거나 병원에 갈 때마다 이러한 잘못된 표현을 쓰는 간호사들을 볼 때면 마찬가지로 마음이 영 개운치 않다.
가게 직원들이 잘못된 높임말을 쓰는 이유?
예전에 뉴스 기사에서 사람보다 물건은 높여부리는 것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높임말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한 가게 직원의 인터뷰를 본 적 있었다. 가게 직원이 한 번은 손님에게 "5,000원입니다."라고 말했더니 손님이 대뜸 "왜 존댓말을 안 하냐."라며 따진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일 이후로는 상품에 대한 높임표현이 잘못 됐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인터뷰를 보고 나니 "높임표현이 뭐가 맞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왕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에 잘못된 높임말을 요구하는 무식한 사람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하고 가게 직원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는 했다. 하지만 완전히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그런 요구를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몇 명 되지도 않는 그런 손님들 때문에 직원들이 잘못된 높임표현을 사용한다?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아르바이트생 및 직원들은 왜 그렇게 잘못된 높임표현을 사용하는 걸까? 나도 잘은 모르겠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경험으로 추측해 보자면 높임말 어미인 '-시-'자를 넣어 말하지 않으면 왠지 상대방을 존대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일가게 직원으로 1년 정도 일한 적이 있었다. 평소에 의식적으로 "3만 원입니다", "여기 잔돈있습니다", "오늘 물건이 되게 좋습니다"와 같이 올바른 표현을 사용하려 하지만 가끔은 사람보다 물건을 더 높여 부르는 표현이 나도 모르게 나올 때가 있다. 상담원과 통화를 할 때도 그렇다. 은행, 보험, 카드사 상담직원과 통화를 하며 이것저것 물어볼 때 나도 모르게 상품을 더 높여 말할 때가 있다. 지나친 높임말인 걸 알면서도 실수를 하는 나를 볼 때면 스스로가 상당히 낯설게 느껴진다. '왜 그런 표현을 썼을까.' 하고 다시 생각해보면 거기에는 -시-를 넣어야만 상대방을 존대한다는 생각이나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뿐만이 아니라 잘못된 높임말을 쓰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잘못된 높임말인 걸 모르고 쓰는 것일수도 있고 아니면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사람을 높이든 상품을 높이든 사는 데 크게 문제는 없다. 소통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언어를 바르고 정확하게 구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날, 인터넷으로 인해 언어체계가 망가지고 있고 알 수 없는 이상한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국어가 파괴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또는 이러한 언어도 하나의 문화라고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말과 글을 세종대왕님께서 아신다면 정말 대로[大怒]하실 일이다. 우리 모두가 올바른 언어사용을 습관화하길 바란다.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있다. 또 변해서는 안 되는 고유한 것들이 있다. 우리의 말과 글 또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