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쓰레기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누군가의 얼굴들

by 기타치는 권작가

얼마 전 직장에서 조촐한 회식이 있었다. 퇴근 한 시간 전, 일하는 현장 정 가운데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그 위에 상추, 깻잎, 마늘, 김치, 음료 등등 갖가지 음식들을 세팅한 후 본격적으로 불판에다가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과 목살을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어치운 후 테이블을 정리했다. 먹다 남은 음식물부터 캔, 나무젓가락, 비닐, 플라스틱 등 치워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일반쓰레기만 해도 한보따리가 나왔다. 각종 쓰레기들이 쓰레기 봉투 안에서 뒤섞인 채로 꽁꽁 묶여있는 모습을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쓰레기는 대체 누가 어떻게 처리하는 걸까.'


평소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기도 하지만 몇 년 전에 생활 쓰레기를 분류 및 처리하는 공장에 대한 실상을 티브이에서 본 이후로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쓰레기 처리 공장에서 쓰레기를 분류하기 위해서는 종량제 봉투 안에 들어있는 쓰레기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다 쏟아낸 후 하나씩 골라내야 한다고 했다. 일하는 한 직원이 얘기하기를, 쓰레기 봉투를 뜯으면 별의별 쓰레기가 다 나온다고 하는데 음식물쓰레기는 기본이고 죽은 쥐가 들어있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그 영상을 보고 난 이후부터 아마 내가 무자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들에 대해 마음을 많이 쓰게 된 것 같다.


쓰레기 처리에 대한 걱정을 자주 하게 만드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 집이다. 집에서 쓰레기를 버리려고 쓰레기통 뚜껑을 열 때마다 각종 쓰레기들이 엉겨 붙어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새하얀 10L짜리 종량제 봉투안에 각종 쓰레기들이 범벅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인다. 휴지와 같은 일반 쓰레기는 괜찮은데, 달걀물이 묻어있는 달걀껍질이나 이물질이 묻어있어 분리배출이 안 되는 비닐, 청소기 안에 들어있는 먼지덩어리,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돼지뼈나 복숭아뼈 등의 쓰레기를 쓰레기통 안에 버릴 때면 이 쓰레기를 처리하게 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 꽉 찬 쓰레기통을 비우기 위해 종량제 봉투를 꺼내 묶으려고 할 때 봉투 안에 날파리나 곰팡이가 보이면 괜히 죄책감이 들기까지 한다. 평소에 쓰레기를 줄이고 최대한 분리배출을 하는 노력으로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있다

짬뽕이 되어있는 쓰레기를 볼 때면 이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드는 한편, 또 드는 생각이 하나 더 있다.


'이렇게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거구나.'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을 두고 천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과연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우리가 이렇게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쓰레기를 처리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청소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길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쾌적하게 거리를 걸어다닐 수 있는 것이고 마트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도 쓸고 닦아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곤 한다. 흔히 노가다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천한 일을 한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분노하는 마음이 일면서 속으로 이렇게 소리치곤 한다.


'막노동 하는 사람들이 천하다고? 웃기고 있네. 공사장에서 일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들이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거야. 너네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결국 집 지어줄 사람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는 거라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그렇게 다들 의사나 검사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겠는가. 물론 특정 일을 두고 귀하다거나 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따로 있다. 당신이 청소부나 막노동꾼을 우습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당신 따위에게 천한 일을 한다고 무시받고 손가락질 당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이만큼이나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쓰레기가 될 뻔한 고철들이 자원으로 재활용 될 수 있는 것이다. 오물을 처리하는 곳에서 땀 흘려 일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화장실에서 그 더러운 똥을 마음껏 눌 수 있는 것이다. 돈이 적거나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기업이 운영되고 제품을 생산하여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한 아르바이트생이 새벽에 손님들로부터 폭언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티브이에서 본 적이 있는데 손님에게 드는 무례한 말중에 생각나는 말은 "젊은 나이에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냐."라는 말이었다. 그딴 말을 던진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젊은 사람이 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냐고요?모르는 소리마세요. 이렇게 편의점에서 일 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당신 같은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밤낮없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거거든요?"



대한민국 1%는 재벌이 아닌

바로 이분들이 아닐까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위에서 보면 생각보다 많다. 그런 사람들을 천하게 보지 말라며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 자체를 바꿀 마음까진 없다. 순간적으로 무시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깨끗하고 발전된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으면 좋겠다.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적어도 욕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돈이 많든 지위가 높든 간에 남을 무시하고 판단할 자격은 없다.


타인에 대해 "왜 그렇게 천한 일을 하냐",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냐", "전망도 없는 일을 하는 이유가 뭐냐" 따위의 비아냥 섞인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과연 당신이 타인을 욕할 자격이 있나요? 남 걱정 그만 하시고 당신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나 좀 더 해보시길."


통신사나 보험사 등의 콜센터에 전화할 때 상담원과 연결되기 전에 종종 나오는 멘트가 있다.

"지금 통화할 상담원은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폭언이나 욕설 등을 하지 말아주세요."


사람들이 기피하는, 힘들거나 지저분한 일을 하는 사람들 역시 누군가의 가족일 수 있다. 그러니 천하다고 무시하지 말고 불쌍하다며 비웃지도 말자. 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거니까 말이다. 대한민국 1%가 나머지 99%를 먹여살린다는 말이 있다. 그 1%는 흔히 돈이 많은 재벌을 말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알아왔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그 1%는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닌, 어둡고 낮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려 일하는 이름 모를 누군가가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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