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을 봤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의 영상이었다. 잘 살고 잘 늙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360명이 달리는 방향을 쫓아 경주하면 아무리 잘 뛰어도 1등부터 360등까지 있죠. 그런데 남들 뛴다고 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뛰고 싶은 방향으로 뛰면 360명 모두가 1등 할 수 있어요.”
그 다음 말이 명언이었다.
“Best One이 될 생각하지 마라. Only One,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라.”
타인이 가는 대로 무조건 따라가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뜻일 게다.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순간 멍해졌다. 지금까지 나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생각해봤다. 나만의 길을 잘 걸어온 걸까? 평범치만은 않았다. 보통의 친구들과는 길이 달랐다. 남들이 다 대학갈 때 나는 대학을 자퇴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열심히 직장생활 할 때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도, 유럽, 홍콩, 일본 등을 여행했다.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닌데 계속 놀아서 되겠냐는 지인의 걱정에도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생각해 몇 달 동안 놀기도 했다. 다들 대우가 좋고 연봉도 높은 직장을 좇을 때 나는 생산직, 과일가게, 가구시공, 윤활유 납품 그리고 막노동까지 직종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배우고 싶은 취미가 있으면 찾아가 배웠다. 통기타, 영어회화, 독서 등등 여러 모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간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자산이 되었다. 훌륭한 삶을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남들이 정해놓은 일반적인 길을 가지 않은 것치고는 방향을 잘 잡고 걸어온 것 같다.
그래서 Only one이 되는 방법이 뭘까?
문학평론가 이어령의 명언이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든 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나니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Only One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책에서든 미디어에서든 마음을 건드리는 화려한 글귀가 많다.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그런 멋진 말이 많은데 그중에는 겉멋만 가득한 글이 꽤 있다. 말 자체는 감동적이지만 정작 그 말을 어떻게 실천하면 되는지 알 수 없는 말이 많다는 뜻이다.
돈을 쫓지 말고 돈이 쫓아오게끔 하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래, 말은 멋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돈이 나를 쫓아올 수 있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돈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남들이 말하는 일 말고 내 가슴이 뛸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그래, 내가 하고 싶은 일하면 좋다. 그렇다고 하는 일 다 때려치우고 가슴 뛰는 일을 찾아 하면 만사 오케이일까? 내가 너무 표면적으로 말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요즘 시대의 명사(名士)들이 너무 겉멋만 잔뜩 든 말을 쉽게 내뱉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의 명언 역시 말 자체는 멋있지만 어떻게 하면 Only One이 될 수 있는지 그 실질적인 방법은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누군가도 나와 비슷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동안 잊고 살았다. 평소처럼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계속 읽고 쓰다 보니 어떻게 하면 Only one이 될 수 있는지 나름의 방법을 찾게 됐다. Only one이 된다는 건 대체불가한 유일한 사람이 되는 것,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다. 나는 무엇을 통해 실현할 수 있을까? 내게 그 방법은 바로 글쓰기고 책쓰기다.
세상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다. 살아온 삶의 이야기 역시 똑같을 수 없다. 모두가 다르다. 세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어떻게 될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책이 탄생한다.겉보기엔 똑같은 작가다. 비슷한 책이다. 하지만 책에 담긴 스토리는 유일하다. 책 한 권 썼다고 해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는 건 아니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모임에서였다. 멤버 중 동갑내기 여자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책이었다. 웬 책인가 했다. "내가 쓴 책이야." 책 만들기 멘토링이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해 사람들과 함께 공저로 쓴 거라 했다. 책을 받자마자 펼쳐봤다. "우와~~~" 하고 감탄사를 뿜었다. 멋있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는 게. 대견스러웠다. 세상에서 유일한, Only one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게.
지난 2019년 4월에 나의 첫 책을 출간했다. 이후로 잠잠하다. '두 번째 책은 언제 쓸 거니?' 자문했다. 대답이 없다. 글 좀 쓰라고 자해를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다행히 최근에 글을 쓸 마음이 좀 생겼다. 책 출간 욕심도 생겼다. 예전처럼 카페에 간다. 노트북을 열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주위에 돈 있는 사람 많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도 많다. 학벌 좋고 직업 좋은 사람도 널렸다. 책 쓴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의 책 출간 이력을 말하면 놀란다. 지인 중에 책 쓴 사람 처음 본다며 신기해한다. 나는 흐뭇해하며 다짐한다.
'그래, 나만의 무기는 역시 책이다. Only one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나에게는 책쓰기다. 글을 쓰자. 책을 써서 Only one이 되자.'
성공한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기쁨도 잠시,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