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타강사 전한길의 쓴소리를 좋아하는 이유

촌철살인 같은 전한길의 팩트폭행

by 기타치는 권작가

내 인생의 멘토를 꼽으라고 한다면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국내외에서 즉문즉설을 통해 대중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법륜스님이고 다른 한 사람은 한국사 강의로 유명한 강사 전한길이다. 오늘은 스타강사 전한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전한길을 알게 됐던 것은 한 동영상을 통해서였다.


"개X랄 같은 문제예요!!"


"이따구로 출제하면 안 되죠!! 이거는 반성해야죠! 씨X, 이렇게 내면 어떡합니까?! 출제하신 분은 알고 냈어요?!!"


강사 전한길이 문제풀이 도중 욕이 섞인 거친 발언을 한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이 영상은 9시 뉴스에도 전파를 타며 공무원 시험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가 분노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공무원 시험에서 변별력이 전혀 없는, 그래서 공부를 한 사람도, 안 한 사람도 다 맞출 수가 없는 문제가 출제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2018년 서울시 7급 공무원 필기시험 한국사 7번 문제였다.


고려후기 역사서를 시간순으로 옳게 배열하라는 문제였는데 서적의 제작 순서가 불과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 한국사를 이해하는 데 알아야 할 문제라고 보기 어려웠다. 문제가 너무 난해해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던 문제였다고 한다.


욕을 하며 출제자에게 일침을 가하는 전한길에게 나는 탄산음료와 같은 청량감을 느꼈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란 것을 직감했다. 유튜브에서 전한길을 검색해봤다. 여러 동영상이 나왔다. 수업강의보다 전한길유머, 전한길독설 등과 같은 동영상이 더 많았다. 재밌는 사람이었다. 수험생들에게 위로의 말보다는 과감하게 쓴소리를 날릴 줄 아는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때리치아라 임마. 그래 공부해가지고 니는 합격 못 한다!!"


사이다 마신 듯 속이 시원해지는 대사가 아닐 수 없었다. 영상을 보면서 뜨악한 순간이 종종 있었는데 쉬지 않고 욕설을 난무할 때였다.


"이런 씨X, 개 빠가ㅅㄲ들. 자가진단해서 안 될 것 같은 ㅅㄲ들은 당장 떠나라니까!!"


처음엔 강의 중에 어떻게 이렇게 심한 욕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너무나 현실적인 말이었기 때문이다. 강사 전한길의 말은 직설적이다. 솔직하다. 할 거면 똑바로 하고 대충 할 거면 빨리 때려치워라, 행하지 않고 잘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인생에 핑계대지 마라, 노력해라, 최선을 다해라, 독하게 공부해라, 죽기살기로 공부해라 등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가 많다.


하면 되고 안 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삶의 진리를 전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 어떤 말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의 뼈있는 말이 하나하나가 가슴에 팍 꽂혔다. 진짜 이건 맞는 말이야 라고 생각하며 절로 고개를 끄덕여졌다.


김구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날카로운 독설을 내뿜지만 그것이 모함하기 위한 독설은 아니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는 진심어린 마음이 담겨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표현이 과격할 뿐 수험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을 흥감할 수 있었다. 욕은 행동변화를 촉구하는 옵션일 뿐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는 일종의 전기충격기이다.


TED, 세바시 등등 유튜브에는 자기계발에 도움되는 수준 높은 콘텐츠가 많다. 하지만 나는 세계적인 명강사들의 강연보다 전한길의 영상을 더 많이 본다. 그의 말을 들으며 지금의 나를 되돌아본다. 있는 그대로 직시한다. 게을러진 나를 바로잡는다. 그렇게 더 나은 방향으로 경로를 수정한다.



대책 없는 막연한 위로와 힐링이 난무하는 세상

내가 전한길의 쓴소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 역시도 대책 없는 낙관적인 위로가 사람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위로와 힐링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유행처럼 쏟아지는 위로에세이, 힐링에세이는 아예 읽지 않는다. 위로와 힐링은 그저 그때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흔히들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그래 맞다. 실패해도 괜찮다. 그런데 괜찮다고 하면 뭐가 달라질까? 당장 듣기엔 좋다. 하지만 괜찮다고 위로해주면 안 되던 일이 갑자기 풀리기나 할까? '넘어져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와 같은 위로를 들어야 할 사람은 매사에 성실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어떤 노력과 실천도 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사람은 위로받을 자격이 없다.


위로를 자신의 게으름을 합리화하기 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내가 위로에세이를 싫어하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따뜻한 위로를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는 감언이설에 지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앞전에 썼던 "내가 위로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편을 참고해 주시길.)


https://brunch.co.kr/@taehyun0629/163


전한길이 위로 대신 팩트폭행을 하는 이유

혹자는 말한다. 왜 그렇게 독하게 얘기를 하냐고, 그냥 좀 따뜻하게 말해주면 안 되느냐고 말이다. 전한길은 말한다.


"씨X놈. 나를 욕하더라도 그게 올바른 소리야. 진짜야. 왠지 알어? 환자가 찾아봤는데 의사가 진단해 보니까 암이야. 근데 환자가 놀랄 거 같아, 암이라고 이야기하면. 그래서 의사쌤은 그 놀라운 걸 말하기 싫으니까 '감기입니다.' 또는 '위 속에 보니까 뭐 염증이 좀 생겨서 소화 잘 안 되는 모양인데 이 약 드시면 괜찮을 겁니다.' 그 환자가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손도 못 써보고 암 말기로 죽게 돼요. 그것은 환자 탓이 아니라 의사 잘못입니다."


그는 한껏 흥분된 채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수험생을 가르치는 강사 역시 무조건 너는 합격한다, 무조건 합격한다, 여러분 자네들은 무조건 될 겁니다 라고 하는 것은 감언이설입니다. 수험생을 속이는 겁니다. 듣기에는 좋죠? 니 합격한다, 합격한다, 수험생들 듣기에는 오~~하겠죠? 막상 떨어져 보라고. 그것은 저주가 된다고! 차라리 시바 안 될 새끼들 빨리 떠나!! 자가진단 딱딱해서 안 될 거 같으면 빨리 떠나라고!!! 이렇게 해주는 것이 오히려 아까 암을 발견한 의사의 진단하고 똑같은 겁니다."


이 영상 속에서 전한길이 왜 그렇게까지 독하게 얘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평소 핑계대는 걸 제일 싫어하는 나는 속사포 랩과도 같은 전한길의 말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속이 다 시원했다. 묵은 체중뿐만 아니라 갓 불은 체중까지 내려가는 듯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

전한길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건 수험생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겠구나. 어쩌면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겠구나.'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서 욕심만 큰 사람, 행동하지 않으면서 요행만 바라는 사람,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남탓만 하는 사람, 변화를 위한 그 어떤 의지도 없으면서 세상 욕만 하는 사람,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참 많다. 노력 따위 개나 줘버리라며 망연자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넘어져도 괜찮다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할 수 있으니 힘내라는 막연한 위로와 용기를 준다면 삶에 바뀌기나 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입에 쓴 게 몸에는 좋다고 했다. 온기가 담긴 말 한마디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진정으로 사람을 변화하게 만드는 것은 현실적인 충고가 아닐까 싶다. 위로와 힐링이 주는 달콤함은 잠깐이다. 나의 무지를 일깨워주는 것은 이성적인 조언이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좀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싶다면 이제는 사탕발림 같은 위로가 아닌 뼈를 때리는 예리한 충고를 더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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