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새벽 4시쯤 갑자기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마자 왼쪽 종아리에 통증에 느껴졌다. 이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깬 것이 분명했다. 처음엔 쥐가 난 줄 알았다. 금세 나아질 줄 알고 누워서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도통 통증이 가라앉질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종아리를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었다.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를 정도로 너무나 아팠다.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일단 일어나야겠다 싶어서 방바닥에 발바닥을 대고 일어섰는데 그 순간 통증이 멎었다. 단순히 쥐가 났던 걸까? 의아했지만 그냥 그대로 잠들기엔 너무나 이상했다.
불안한 마음에 집안을 이리저리 걸어봤다. 한 10보쯤 걸었을까. 갑자기 왼발이 저리기 시작하더니 저림이 다리를 타고 올라와 온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머리끝까지 저렸다.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면서 호흡도 거칠어졌다. 약간 어지러우면서 순간적으로 시야도 흐려졌다. 이 모든 게 태어나서 처음 겪는 증상이라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왜 이러지 하던 그때 문득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했던 게 떠올랐다. 그때 생각했다. '아, 이거 뭔가 잘못됐구나.'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 검색창에 '아스트라제네카 혈전'을 검색했다. 혈전일 경우 나타나는 여러 증상 중에는 종아리 통증도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온몸이 오싹해졌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몰려왔다. 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증상과 상황을 설명하는데 이상하게 혀가 꼬이고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공포심에 호흡이 가빠져 횡설수설했던 것이다.
10분 뒤쯤 119구급차가 왔다. 차를 타고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온 몸에 오한이 왔다. 결코 날씨가 쌀쌀해서가 아니었다. 몸 안에서 올라오는 떨림이었다. 이가 딱!딱! 하고 부딪힐 정도로 온몸이 떨렸다. 응급실에 도착했다. 증상을 얘기한 후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CT촬영 등을 했다. 이상이 없단다. 수액을 맞으며 한두 시간 누워있다가 응급실을 나왔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어두컴컴했는데 어느덧 날은 밝아있었다. 몸은 여전히 이상했다. 불안한 마음에 바로 집으로 가지 못하고 한 시간가량 병원 주위를 맴돌다 괜찮겠지 생각하고 일단 집으로 갔다.
새벽에 그 난리를 쳤더니 피로가 몰려왔다. 잠을 청해야겠다 싶어 잠자리에 누웠다. 느낌이 이상했다. 또 다시 몸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놀란 마음에 벌떡 일어났다. 다시 누워봐도 증상은 똑같았다. 도저히 누울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잠들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혼자 살다보니 이대로 쓰러지면 구해줄 사람도 없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결국 직장에 며칠 휴가를 내고 어머님이 계신 본가로 내려갔다. 그날 이후 코로나 백신이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나를 괴롭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 어느덧 2달
백신 이상증세를 겪은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두통, 오한, 발열, 근육통 등 접종 직후 누구나 겪는 그런 흔한 증상이 아니다. 손발저림, 다리통증 및 화끈거림, 무기력함, 두통, 어지러움, 뒷목땡김, 가슴통증, 호흡곤란, 가슴두근거림, 오한, 얼굴 및 머리저림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증상을 겪고 있다. 쉽게 말해서 온 전신에 증상이 없는 부위가 없다. 처음에는 이런 증상이 백신 때문인지 긴가민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백신이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백신 접종 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특이한 증상들이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나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백신이 문제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 약도 잘 먹지 않던 내가 부작용을 겪은 이후로는 참 많은 병원을 다녀야 했다. 신경과, 신경외과, 혈관외과,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류마티스내과, 이비인후과 등을 내원했으며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근전도검사, CT, MRI, 초음파검사, 자가면역질환검사 등 별의별 검사를 다 받아봤다. MRI검사는 2번이나 받았고 피검사만 4번을 했다. 지금까지 병원비만 300만 원이 넘게 들었고 소요된 시간과 에너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제 병원이라면 지긋지긋할 정도이다. 할 수 있는 검사는 다해봤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이상없음.백신이 인체에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현대 의학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듯했다. 의사들도 말했다. 이런 사태가 처음이다 보니 백신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고. 그러니 더 물을 것도 없었다. 몸 상태를 봤을 땐 이상이 없을 수가 없는데도 검사상으로는 어떤 특이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과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일상이 무너지고 말았다
증상초기에는 손발저림, 다리통증, 극심한 피로감, 무기력함 등이 주 증상이었는데 해볼 만한 검사는 다 해봤으니 시간이 지나다 보면 낫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으로 버텼다. 이때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다. 문제는 증상발현 50일이 지났을 때쯤이었다. 그동안 없던 두통과 흉통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신체 중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래도 팔다리에 통증이 있는 건 좀 낫다. 이상이 있다 하더라도 시간을 두고 치료하면 호전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머리와 가슴은 다르다. 뇌 또는 심장질환이 발생하게 되면 치료도 어렵거니와 즉사할 위험도 크다. 남들은 내게 너무 예민해서 몸이 아픈 거라고 말하곤 했지만 결코 예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두통과 흉통으로 인한 불안감이 상당했는데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심에 몇 날 며칠을 벌벌 떨어야 했다. 종일 가슴이 두근거렸고 특히 자려고 눈을 감으면 두근거림이 더욱 심하게 느껴져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겨우 잠든다 하더라도 새벽마다 깨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안 죽고 살았구나.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정도로 나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오죽하면 정신건강과를 다 찾아갔겠는가.
약을 처방받아 복욕했지만 약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했다. 겉잡을 수 없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생각을 바꿔야 했다. 문득 책 한 권이 생각났다. 교통사고로 인해 전신 55%에 3도 화상을 입고도 기적처럼 살아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이지선 님의 책 <지선아 사랑해>였다.
이미 두 번을 읽은 책이다. 보통 책은 한 번만 읽는데 이 책은 너무 가슴에 와 닿는 책이라 두 번 읽었다. 그리고 이번에 3번째로 읽기 위해 다시 책을 꺼내 들었다. 예전에 읽었을 땐 화상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는 저자의 모습이 가슴 아파 눈물을 찔끔 흘리곤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며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저자의 자세에 감탄했다.
사고 직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던 저자는 몸을 조금씩 회복하면서 느끼게 된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얼마나 귀중한지, 피부 한점 한점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하여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몸소 깨닫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나도 생각했다.
'비록 몸이 많이 안 좋지만, 일도 제대로 못하고 편히 앉아있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 다행이야. 기운이 없어 입맛은 없지만 그래도 먹고 싶은 음식을 내 손으로 떠먹을 수 있어 다행이야.'
오래 전부터 매사에 감사하며 매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아온 나였다. 하지만 백신 부작용으로 인해 몸이 아프면서 세상에 감사할 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잠시 잊고 있었다. 그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일깨울 수 있었다.
위 글은 책 내용 중 특히나 와 닿았던 글이다. 나도 한번 써봤다.
전에는
키 크고 잘생긴 사람이 부러웠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부러웠습니다.
이제는
편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두려운 마음 없이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마음껏 걷고 뛸 수 있는 그 건강함이 부럽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불평하던 나에게 누군가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웃어도 하루고 찡그려도 하루인데 이왕이면 웃는 게 안 낫나?"
그랬다. 아프다고 울어도 하루고 아프다고 웃어도 하루다. 이왕이면 웃는 게 낫겠지?
사실 당장 몸이 아픈 것보다 더 속상한 건 따로 있었다. 몸이 안 좋아지면서 그동안 해왔던 복싱, 공부, 글쓰기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프지만 않았다면 즐겁게 운동을 할 텐데, 아프지만 않았다면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취득했을 텐데, 카페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가을 하늘을 보며 했던 저자의 생각을 보며 나도 혼자 되뇌어보았다.
'속상해하지 말자. 운동하고 공부하고 카페에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올해만 있는 게 아니잖아. 난 살아 있으니까 내년, 내후년 그리고 앞으로도 쭉 할 수 있을 거니까 속상해하지 말자.'
코로나 백신 부작용을 겪은 지 오늘로서 63일차이다. 누워있으면 손발이 저리고 앉아있으면 다리가 아프다. 저번주와 이번주 직장에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편히 앉아 있지도 누워 있지도 못하니 옳게 쉬지도 못한다. 앉았다가 누웠다가 섰다가 걸었다가 그렇게 계속 반복중이다. 도대체 이게 뭔 일인가 싶기도 하고 왜 백신을 맞았을까 하고 후회와 절망으로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만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버텨내야지.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가다보면 나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