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위로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by 기타치는 권작가

나로 살기 열풍이 불더니 언젠가부터는 위로와 힐링이 대세입니다. 유행을 반영하듯 서점에 가보면 비슷한 내용의 책이 많습니다. 책 제목 역시 글자는 다르지만 의미는 엇비슷합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장르의 책이 있으면 반대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책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힐링에세이 또는 위로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위로와 힐링은 그때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패해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대충 살아도 돼,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등등 요즘 위로에세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장들입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책 속에서 이러한 문장을 읽게 되면 묘하게 위로가 됩니다. 분명 좋은 말이지요.


하지만 그것도 그때 뿐일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다시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온기는 온데간데없습니다. 넘어졌던 곳에서 또 넘어집니다. 실패했던 지점에서 다시 좌절합니다. 위로가 가진 한계지요. 왜 일까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 위로는 그저 위로에 지나지 않습니다.


불안했던 20대 시절, 나를 일으켜세운 것은 위로보다는 충고였다

20대 때의 저는 불안했습니다. 일, 직업, 인간관계 등등 여러 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습니다. 예민하고 부정적인 성격 때문에 매사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렇게 살아선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방법을 강구했어요. 책을 읽었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좋은 말씀도 새겼습니다.


오랜 시간 방법을 찾고 실천함으로써 몰라볼 정도로 많이 바뀌었어요.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보다 유연해졌고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대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위로와 힐링이 되는 이야기도 많았고 거침없는 독설도 많이 들었지만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저를 변화시킨 것은 후자였습니다. 나의 생각과 행동을 바꾼 것은 따뜻한 위로가 담긴 에세이보다는 촌철살인과 같은 조언과 충고가 담긴 자기계발서였지요.



서점에 가면 여러 신간을 훑어보곤 합니다. 얼마 전 새로 나온 위로에세이를 펼쳐봤는데요. 괜찮다는 말이 도배되어 있더라고요. 살짝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괜찮다는 위로, 그래 당장 듣기엔 좋지.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걸까? 괜찮다고 위로만 하고 나면 다 해결되는 걸까?'


물론 위로의 말도 중요합니다. 적절한 쉼이 있어야 또 다시 힘내서 일을 할 수 있듯 삶에는 채찍만큼이나 당근 역시 필요하지요. 나 역시도 위로에세이를 통해 힘을 얻은 적이 왕왕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위로의 말만 들으려는 사람입니다. 힐링되는 달달한 이야기만 들으며 자신의 무지와 게으름을 합리화 하는 사람입니다.


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

저는 생각합니다. 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요. 노력하는 사람, 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힘 닿는 데까지는 해보는 사람, 불평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실천해보고 말하는 사람 등등 입니다. 더 괜찮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넘어졌을 때는 넘어져도 괜찮다는 위로가 통합니다.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에게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안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줍니다. 반대로 변화를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위로만을 바라는 사람에게 힐링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어리광을 피우게 만들 뿐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놓은 책 제목이 있어요. 바로 '하나도 안 괜찮습니다' 입니다.


책을 여러 권 쓴 한 작가님이 글쓰기 특강 때 했던 말입니다. 요즘 온통 실패해도 괜찮다거나 대충 살아도 괜찮다는 식의 말이 많다보니 '괜찮다'는 말에 피로감을 느껴 생각한 책 제목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격하게 공감이 됐기 때문입니다.


넘어져도 괜찮다, 실패해도 괜찮다, 이런 위로는 분명 다시 나아갈 힘과 용기를 줍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난다면 제자리에 머물 뿐입니다. 넘어졌으면 넘어진 그 구간에서 또 다시 넘어지지 않도록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실패했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실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위로와 힐링을 자기합리화가 아닌 변화의 도구로 사용할 때 진정한 위로의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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