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용기 들고 빵집 가봤니? 제로 웨이스트 도전기

by 기타치는 권작가

얼마 전 빵을 사러 빵집에 들어갔다. 한 손에 커다란 밀폐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빵을 담아가기 위해서였다. 비닐이며 종이봉투며 빵을 다 포장해주는데 왜 굳이 통에 빵을 담아가냐고? 얼마 전에 알게 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제로웨이스트, 사전적 의미로는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원칙'이라고 나와있다. 처음에 이 단어를 봤을 때 곧바로 뜻을 알지 못했다.


'제로가 Zero인 건 알겠는데 웨이스트는 뭐지? 낭비를 뜻하는 Waste인가?'


곧바로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내 예상이 맞았다. ZeroWaste였다. 무슨 뜻인지 더 자세히 찾아보니 제로웨이스트 챌린지라는 것도 있었다. 쓰레기 배출을 ‘0(제로)’에 가깝게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일상생활에서 쓰레기 발생을 줄인 사례를 공유하는 캠페인이라고 한다.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된 건 한 신문기자가 쓴 기사에서였다. 기자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제로웨이스트 도전기를 몸소 체험한 생생한 경험담을 기사를 읽게 되었다. 여러 실천 내용 중 밀폐용기의 대명사인 락앤락 통을 들고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포장하는 것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텀블러를 쓰자거나 빨대 사용을 줄이자는 것과 같은 것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밀폐용기에 음식을 포장해오는 것은 너무나 이색적이었다. 평소 자연과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밀폐용기에 음식을 포장을 하는 것에 상당히 끌렸다. 그 기자의 기사를 본 후 나도 실천해보기로 했다. 


김해 삼정동 김덕규과자점 빵집 제로웨이스트.jpg

빵집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줄 서서 계산을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은 유명한 빵집이었다. 위 사진 속에는 사람이 몇 사람 안 보이지만 몇 명 없을 때 재빨리 사진을 찍었을 뿐 실제로는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밀폐용기를 옆구리에 낀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황금빛으로 물든 크루아상과 각종 견과류가 알알이 박힌 식빵을 하나씩 골랐다. 허리춤에 있던 밀폐용기의 뚜껑을 열었다. 빵을 담았다.


밀폐용기를 가지고 빵집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막상 통에 빵을 담고 보니 그제서야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웬 통인가 했더니 빵 담으려고 저걸 들고 여기까지 온 거야?'라며 누군가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곁눈질로 연신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겨우 카운터 앞에 도착했다. 마음같아서는 얼른 계산하고 나가고 싶었지만 계산을 하기 위해 6~7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었던 터라 나도 그 틈에 끼어 내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이 빵집은 빵 하나하나를 투명비닐에 다 포장해서 담아줬기 때문에 포장부터 계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날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졌다. 기다리는 내내 누가 볼세라 밀폐용기를 감추듯 품에 꼭 안았다. 줄 서 기다렸던 3분의 30분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직원이 날 보더니 살짝 멈칫했다. 보통은 말 없이 곧바로 빵을 비닐에 담아주는데 내가 빵을 담을 통을 들고 있으니 뭔가 이상했나보다. 내게 물었다.


"비닐은 필요 없으세요? 그 통에 담아가실 건가요?"


직원이 내가 들고 있던 밀폐용기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하던 그 순간 나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랐다. 유별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혹여나 뒷사람이 쳐다볼까 싶어 밀폐용기를 가슴 쪽으로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평소 남을 잘 의식하지 않는 편인데 이때만큼은 큰 잘못이라도 한 사람마냥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계산해주던 직원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예에..."


결제를 한 후 도망치듯 빵집을 빠져나왔다.


20210214_155615.jpg

위 사진 속 빵이 통에 담아왔던 빵이다. 견과류가 든 식빵은 원래부터 비닐로 포장되어 있어서 굳이 밀폐용기가 필요없었지만 그래도 크루아상은 밀폐용기 덕분에 비닐 하나를 아낀 셈이었다. 평소에 빵을 먹고 난 후에 버려지는 비닐을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번엔 비닐 배출 없이 빵만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밀폐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텀블러 사용하기, 빨대 사용 자제하기, 페이퍼타올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시장갈 때 비닐봉지와 장바구니 챙겨가기 등등 평소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다보니 밀폐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천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는 취급을 받을까 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찰나에 제로웨이스트 도전기를 쓴 기자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생각만 하던 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길 바란다. 낭비를 줄이고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고 공유하길 바란다. 내가 신문기자의 제로웨이스트 도전기를 보고 용기를 내어 통에 빵을 담아왔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제로웨이스트 챌린지에 영감을 받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해나간다면 좋겠다. 그래서 제로웨이스트가 도전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 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는 일일 것이다. 현재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자연 훼손이 인간에게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경각심을 가진다면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조금은 쉬워질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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