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살던 본가를 떠나 타지역으로 독립을 해서 산 지 2년이 지났다.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주말마다 집에 내려가는데 주말을 본가에서 지낸 후 엄마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설 때마다 엄마가 나에게 항상 하는 말과 행동이 있다. 내가 차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고 할 때 엄마가 창문 안으로 손을 내밀며 하는 말이다.
"아들~~ 손~~"
내 손을 한번 잡아보자는 말이다. 그것도 아주 다정하게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까지는 항상 손을 잡아줬다. 혹시 이런 상황을 보고 나를 마마보이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혹 효자났나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전혀 아니다. 매번 엄마에게 승질부리는, 철 없는 보통의 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나는 엄마의 손을 잡아주는 게 싫었다. 싫어서 싫은 게 아니라 손을 잡아줄 때마다 뭔가 내가 애가 된 거 같고 마마보이가 된 거 같은 그런 밍숭맹숭한 기분이 싫었다. 더군다나 내가 집에 한 달에 한 번 오는 것도 아니고 주말마다 오는데 그렇게 애틋하게 "아들~"하고 부르며 내 손을 잡으려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손 잡아달라는 게 불편하게 느껴졌던 건 평소의 엄마의 말투의 영향도 있었다. 평소에 엄마와 자주 통화를 하는데 할 때마다 엄마는 내게 달달한 목소리로 "아들~~"하고 부르곤 하신다. 끊을 때도 "안녕~~"하시며 연인들이 서로를 부를 법한 그런 말투와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데 나는 그게 예전부터 듣기가 영 불편했다. 이 역시 내가 마마보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뭘 자꾸 손을 잡냐고, 일주일 뒤에 또 올 건데 라고 말하며 틱틱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도 웃으면서 계속 잡아줬다. '손 잡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겨우 2~3초밖에 안 되는데, 그냥 잡아드리자.' 이런 생각으로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잡아드렸다. 이유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주기 위해서였다. 30년 넘에 한 집에서 같이 살다가 갑자기 아들과 떨어져 사니 마음이 적적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 주말에는 엄마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이제는 손을 그만 잡아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까 말했던, 마마보이가 된 것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을 견디기가 싫어서였다. 그날, 어머니 집을 나서기 전에 손을 달라고 하는 엄마에게 뭐라고 말할지 마음 속으로 연습을 했다.
'차 타고 출발하려고 하면 엄마가 또 '아들, 손~' 하고 얘기하겠지? 그러면 이렇게 얘기해야지.'
차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 나에게 엄마는 역시나 내 예상대로 창문 안으로 손을 들이밀며 손을 달라고 했고 그런 엄마에게 나는 장난인 듯 아닌 듯, 약간은 날카로운 듯 이렇게 말했다.
"아 됐다. 내가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맨날 손!손! 하노. 이제 손 안 잡아줄 거다."
화를 낸 건 아니다.

뭐 대충 이런 이모티콘의 느낌으로 말을 했다.
내 말을 들은 엄마는 내민 손을 거둬들이며 민망했는지 머뭇머뭇하더니 이내 내게 이렇게 말했다.
"손 잡아주는 데 힘이 드는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섭섭하게 시리."
엄마에게 나는 "집에 있는 고양이한테 손 잡아달라 그래."라고 장난치듯 말하며 그렇게 집을 나왔다. 운전을 하며 가는데 엄마의 마지막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섭섭하게 시리.'
엄마가 섭섭하다는 말을 잘 안 하는데 그렇게 말한 걸 보면 정말로 서운했나보다. 그냥 장난스러운 말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섭섭하다는 말을 내뱉는 엄마를 생각하니 계속 마음에 걸렸다.
집으로 올라가기 전 평소 자주 만나던 친한 형과 누나를 만나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그때 내가 형과 누나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먼저 누나가 말했다.
"왜 그러노 그냥 잡아드리지.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내가 예상한 답변이 나왔던 터라 나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누나가 이어 말했다.
"우리 엄마도 그래. 나도 결혼한 이후로는 집에 자주는 아니고 가끔씩 가는데 얼마 전에는 나보고 볼에 뽀뽀해달라고 하는 거 있제. 원래 우리 엄마가 좀 그러는 편이긴 한데 요즘들어 부쩍 뽀뽀해달라는 횟수가 잦더라니까. 그게 다 어머니들이 나이가 들면 아이가 돼서 그런 거야."
다음은 형의 생각을 물었다. 2~3초 정도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음.. 그냥 어머니께서 해달라고 하는 대로 해드려. 그게 제일 좋아."
어머니들이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을 몰랐던 건 아니다. 친누나도 나에게 그렇게 말했고 나 역시도 느끼고 있었다. 단지 한동안 잊고 있었을 뿐이다. 형과 누나의 얘기를 듣고 보니 내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잡아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그냥 잡아줄걸. 내가 마마보이가 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도 그래봤자 몇 초밖에 안 되는데. 그걸 못 참고 왜 그렇게 엄마에게 말했을까.'
그 일이 있고 한 주가 지났다. 본가에서 주말을 보내고 집을 나서는데 손을 잡아드려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됐다.
'다시 예전처럼 손을 잡아드려야 하나.'
'아니야. 뭐 이왕 이렇게 말한 거 그냥 안 잡아줘도 되지 않을까.'
차를 타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결정을 하지 못했고 그냥 어정쩡하게 엄마의 팔을 위로하듯 툭툭 쳤다. 그러곤 운전석에 앉았는데 문을 닫으려고 하는 그 순간에 엄마가 차 안으로 손을 쑥 내밀더니 내 손을 잡았다. 잡았다기보다 한번 쓱 만지고 바로 손을 뺐다. 처음엔 엄마도 손을 잡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엄마의 팔을 살짝 만져주니, 손을 잡는 건 내키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떠나기는 미안해하는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제야 엄마도 그렇게 무심한 듯 내 손을 잡았던 것이다. 아마 내가 고민했던 것처럼 엄마도 손을 잡아달라고 할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다음 번에 어떻게 할지 지금도 고민이 된다. '이제부터는 어머니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드려야겠다.'라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면 참 좋겠는데 역시나 나는 아직까지도 부모 마음을 모르는 철없는 아들인가보다. 창문 안으로 손을 잡아달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내가 왠지 동물원 속에 있는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뭔가 불편하니 일단 그건 싫고, 차 타기 전에 손을 잡아주거나 아니면 팔을 위로하듯 어루만져주거나 뭐 그래야겠다.
어쨌든 이번 일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낀 게 있다.
'어머니도 나이가 드시니 아이가 되어가는구나.'
앞으로는 아이같은 어머니의 마음을 내가 잘 헤아려줘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