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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Sep 01. 2020

두피탈모센터에서 거금 250만 원을 결제한 이유

우리 아버지는 머리가 벗어지셨다. 고로 나도 탈모가 될 확률이 높다. 탈모는 한 다리 건너 뛰니까 괜찮은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머리가 더 많이 벗어지셨다. 한 마디로 난 완전히 빼박이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많을 때 미리 탈모를 관리해야 할 것 같아 두피·탈모 관리센터를 방문하기로 했다. 


몇 군데 방문한 후 마음에 드는 곳에서 정확하게 상담을 받았다. 먼저 두피 상태를 확인했다. 상태체크 후 비용을 물어봤다. 주일에 한 번 관리를 받는데 총 12번 해서 100만 원이라고 했다. 3달 100만 원인 셈이었다. 6개월 정도는 받아야 어느 정도 효과를 본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2달 동안 다녀야 하니 200만 원이는 셈이었다. 두피에센스 비용까지 추가하면 6개월에 약 250만 원의 비용이 다는 계산이 나왔다.

금액이 너무 부담스러 관리를 받아야 할지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돈을 들인 만큼 무조건 효과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효과를 장할 수 없어 고민이 더 많았다. 


'어떡하지.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250만 원이 적은 돈도 아닌데.'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카드를 꺼냈다.

"결제할게요."


100%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고 한 것 아니었다. 웬만한 직장인 한 달 월급과도 맞먹는 그 돈을 과감하게 결제한 이유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언젠간 나도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날이 올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그런 걸 어쩌겠냐마는 그때 가서 적어도 이런 후회는 하고 싶지 않다.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탈모 관리를 받아볼 걸.’


주위에서는 그렇게까지 돈을 들여서 할 필요가 있냐고 했다. 하지만 돈이 들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을 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젊을 때 돈을 200만 원을 들이든 300만 원을 들이든 뭐라도 해보기라도 해봤으면 나중에 머리가 많이 빠져도 ‘그렇게 다 해봤는데도 머리가 빠지면 어쩔 수 없지 뭐.’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라마틱한 효과는 아닐지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분명 좋을 것도 같았고 또 탈모를 방지하진 못하더라도 늦출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수천 만 원을 줘도 스무 살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이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나에게는 돈 들여서 효과를 볼 수 있을 때 하는 게 중요했다. 지금 들인 200~300만 원의 돈이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비용으로 쓰인다면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6개월 동안 관리를 받은 후 기계로 두피상태를 체크했다. 사장님은 머리 상태가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했지만 원래부터 머리숱이 많아서 그랬는지 육안으로 봤을 때 큰 변화는 없었다. 그래도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 해봤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후회없는 삶을 위하여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스스로에게 "지금까지 잘 살아왔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삶은 후회를 덜 남기는 삶이다. 인생의 현자들이 말하기를,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괜히 했다.'라는 후회보다는 '그때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더 많이 한다고 한다. 인생을 길게 살지 않더라도 누구나 느꼈을 법한 생각일 것이다. 나도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직까지도 '그때 눈 딱 감고 한번 해볼걸.' 하는 순간들도 떠오른다. 그런 후회가 마음 속에 오래 남는 것을 알기에 이제부터는 후회없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 물론 완벽한 선택은 없다. 다만 최대한 후회를 덜 남기는 쪽을 선택할 뿐이다. 그래야만 먼훗날 내 삶을 되돌아봤을 때 '그래도 참 잘해왔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로서 구독자가 1,000명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잘것없는 평범한 글이지만 이렇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공감의 글, 위로의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제 브런치를 구독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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