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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Sep 15. 2020

나로 살기를 원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한 가지

자신만의 기준이 결여된 공허한 나로 살기


"나만의 기준대로 살 거야."

"그냥 내 방식대로 할 거야."

"누가 뭐라든 이제부턴 그냥 나로 살래."


이렇게 나로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의 기준대로 살아가겠노라 다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러 세대층 중에서 특히 2030 청춘들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나로 살기라는 삶의 방식이 남들이 말하는 획일화된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주관대로 살겠다는 점에서는 나 역시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신경을 쓰며 사는 우리네들에게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박수쳐주고 싶기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정말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그렇게 말을 하는 건지 의아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며 사회가 정해놓은 균일화된 길만 걸어온 사회초년생들이 과연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 건지 의문이다.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닐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타인의 말을 무조건 꼰대 취급하며 자신의 두 눈을 가리고 두 귀를 막고 있는 건 아닌지. 


사회초년생들, 특히 20대 청춘들을 어리다고 무시하는 게 아니다. 내가 이렇게 나로 살겠다는 사람들을 걱정과 동시에 의심을 하는 이유는 나도 느껴봤기 때문이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어보니 다 큰 줄로만 알았던 20대 때의 내가 사실은 세상 모르던 풋내기였음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20대 때 나는 내가 완전한 어른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것이 정답이고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오만이었다. 그땐 삶에 대한 나만의 관점도 가치관도 없었다. 그저 젊음과 패기만으로 꽉 차 있었을 뿐 내가 아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마치 인생을 다 아는 것마냥 떠들어대며 마이웨이를 걸었다.


30대가 되고 보니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많이 느끼게 된다. 옛 말에 틀린 말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곤 한다. 아직 인생을 반도 못 산 지금도 이럴진대 앞으로 40대, 50대가 되면 아마 새로 깨치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겸손한 자세로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배우고 익히려 한다.


나로 살고자 한다면 필요한 한 가지

나로 살기 위해, 나만의 기준대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경험이다. 유행따라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나로 살기 위한다면 경험은 필수이다. 그렇다면 나로 사는 데 있어서 왜 경험이 중요한 것일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눈으로만 봐서는 모른다. 직접 먹어봐야 무슨 맛인지 안다. 맛을 알아야 내 입에 맞는 음식이 어떤 건지 알 수 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먹어봐야 입이 아니라 내 몸에도 잘 맞는지까지 알 수 있다. 화장품도 여러 브랜드의 화장품을 써봐야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알 수 있고 옷도 여러 스타일을 입어봐야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옷을 코디할 수 있게 된다. 어디 이것뿐이랴.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일도, 사람도, 여행도, 독서도 다 직접 경험해봐야 자기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일정 정도의 경험치가 쌓여야 자기만의 기준이 생겨나는 것이다.


자기만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 일화가 하나 있다. 몇 년 전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닐 때 일이다. 학원에서 만난 J와 K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둘의 공부방식은 전혀 달랐다. 우선 K는 남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공부하려 했다. 휘둘리지 않고 자기 식대로 하는 건 좋았지만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고 말해줘도 무시해버리는 게 문제였다. 같이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공부방법에 대한 내 생각이나 다른 학원생에게 들은 얘기를 해줘도 K는 그때마다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 얘기 들을 필요없어. 그냥 내 방식대로 하면 되는 거지, 뭐."


아마도 K는 누군가 자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처음엔 그런 모습이 줏대있어 보였지만 그건 줏대가 아니라 고집이었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해본 적이 없어 공부방법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끝까지 그렇게 자기 식대로만 공부하겠다는 K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제 고집대로만 하던 K는 결국 시험에서 낙방하고 말았다.


이런 K와 달리 J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먼저 보였다. 공부를 안 한지 오래돼서 머리가 굳었다고 말하던 J는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공부방법이 있으면 다 시도해보려 했다. 사소한 정보에도 귀를 기울였고 어떤 사람이 어떻게 조언을 줘도 다 새겨들었다. 여러 방법들을 하나씩 다 시도해봄으로써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만을 쏙쏙 뽑아내 실전에 적용했다. 다수가 아니라고 해도 단 한두 사람이라도 좋다고 하면 일단 해봤다. 그러기를 몇 달이 지난 뒤, J가 말했다.


"이제 어떻게 공부하면 될지 알겠다!"


그랬다. J는 남이 말하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따라했던 게 아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여러 방법들을 시도했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감을 잡게 된 J는 그때부터 학원 모의고사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공무원 시험에서 최종합격이라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런 J를 보면서 생각했다. 자기만의 기준이라는 것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양한 방법을 직접 실천해보고 그중 나에게 맞는 방법만을 골라 적용하는 것이 진짜 나만의 기준이라는 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시험에 떨어진 K가 자신만의 방식대로 하겠다는 건 그저 핑계에 불과했던 것 같다. 하루에 12시간씩 공부하는 사람도 있으니 우리 더 열심히 하자고 해도 K는 자기 페이스대로 하겠다며 하루에 4~5시간씩밖에 안 했다. 친구 만날 거 다 만나고 쉴 거 다 쉬면서도 그는 이게 자기 방식이라고만 얘기했다. 공부에 집중하려면 무조건 집을 벗어나서 도서관이나 독서실에 가야 한다고 누군가 조언을 해줘도 K는 집에서 해도 상관없다며 학원 수업이 있을 때 말고는 집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물론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이 적다고 해서 시험에 무조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도서관이 아닌 집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반드시 불합격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어야 했다. 공부방법을 모르겠다면 속는 셈 치고라도 좋다고 하는게 있으면 다 해봤어야 했다. 레이스에서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내 페이스대로 달리겠다며 우겼던 K의 시험 불합격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J와 K, 이 두사람을 보면서 시도를 통한 다양한 경험이 나로 산다는 것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크게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 자기만의 방법을 구축하려는 사람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분명히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경험만 한 스승이 없다. 어떤 경험이든 좋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상관없다.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다 자산이 된다. 성공보다는 오히려 실패 속에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사람이 나이를 괜히 먹는 게 아니다. 연륜 속에는 경험이라는 유의미한 가치가 녹아있다. 인생의 풍파를 많이 겪어본 사람이 더 강한 법이다. 무엇이든 많이 겪어본 사람만이 더 단단해질 수 있고 자신만의 기준도 더 확고하게 세울 수 있다. 그렇게 진정한 자신만의 기준이 생길 때 삶을 더 가볍게 살아나갈 수 있다.


"그냥 나로 살래."라고 말하는 당신,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나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나의 기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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