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타치는 권작가 Sep 29. 2020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는 방법

"그 정도면 거의 환자 식단 아닌가요?"


나의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지인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그렇게 말할 만도 했다. 나의 식단은 요즘 사람들이 따라하기엔 너무나 철두철미 하기 때문이다. 


식단 조절을 하고 있다. 밀가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자제하고 피자, 치킨,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도 거의 먹지 않는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웬만하면 하루 세끼 사이에 간식도 먹지 않는다. 매일 저녁 7시면 저녁 식사를 마친다. 그 이후로 잘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과식을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릇에 밥을 적게 담는다. 술, 담배도 안 한다. 


물론 이 모든 걸 100% 다 지키는 건 아니다. 가끔 밀가루 음식도 먹고 과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다 그렇게 할 뿐 평소에는 웬만하면 자연 식단으로 밥을 먹는다. 햄, 라면 등과 등과 가공식품을 절제하고 양배추, 브로콜리, 두부, 버섯, 낫또 등과 같은 자연식품으로 식단을 꾸려 먹는다. 그렇다고 비건식을 하는 건 아니다. 하루에 달걀 1개씩 매일 먹는다. 고기도 사먹고 생선도 구워 먹는다. 


누가 봐도 다이어트 하는 사람의 식단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살을 빼기 위해서 이렇게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이다. 큰 병에 걸린 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위장이 약해 음식을 가려먹어야 했는데 불과 2~3년전부터는 갑자기 소화가 안 되고 속쓰림도 심해져 어쩔 수 없이 건강식으로 식단을 바꿨다. 


지금은 건강식으로 밥을 먹는 게 어느 정도 적응이 됐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역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참아야 할 때마다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음식 앞에서 매번 나와의 싸움을 해야 했다. 참아보기도 하고 가끔은 이성을 잃은 채 미친 듯이 음식을 먹어치우기도 했다. 남들처럼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했던 적도 많았고 막 먹다가 속이 아파 고생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그 심정을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음식과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하면서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와 부딪히기도 하고 먹는 것에 대한 나의 욕구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는 방법에 대해 조금씩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눈 앞에 음식이 있으면 '먹으면 안 되는데' 하고 의지력으로만 그 유혹을 이겨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참으려고만 하면 스트레스가 커진다.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의지와 정신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제력은 단기적 전략이지, 장기적 전략은 아니다. 우리는 한두 번쯤 유혹에 저항할 수 있겠지만 매번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는 의지력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가 더 많이 생각나듯이 '안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는 더욱 커진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이어트를 안 하는 사람이나 건강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은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런 사람들은 "아무거나 대충 먹고 살면 되지."라고 말할 게 뻔하다. 그러니 그런 분들은 읽지 않아도 무방하니 정말 음식과의 싸움 때문에 매번 좌절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내용이 되리라 생각한다.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의 내 모습 상상하기

밤 12시인 늦은 시각, 눈 앞에 치킨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먹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것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 순간에 눈 앞에 있는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의 내 모습을 상상해보자. 몸무게가 늘지 않아 기분이 좋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이면 속이 편안하고 일어날 때 몸도 가뿐할 것이다. 그렇게 날씬해지고 건강해진 내 모습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음식을 참기가 한결 쉬워진다. 


음식을 먹고난 이후의 내 모습 상상하기

첫 번째 방법과 반대로 음식이 먹고 싶을 때 배불리 먹고난 이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음식을 절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피자, 치킨, 족발, 보쌈 등이 한 상 차려져있다. 그 많은 음식을 다 먹게 되면 다음날 어떻게 될까? 살이 쪄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고 체하거나 하루종일 속이 더부룩할 수도 있다. 당장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즐거움을 뒤로 하고 먹고난 이후의 살이 찌고 속이 안 좋아진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음식의 유혹을 떨쳐내는 데 도움이 된다. 

먹지 않았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보다 음식을 먹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람은 이익보다 손해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의 외모적, 건강적인 이익보다 마음껏 먹어서 살이 찌고 건강이 나빠지는 손해를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이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최대한 부정적이고 자극적으로 상상하는 것이 좋다. 


질릴 때까지 먹기

어떻게 해도 참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차라리 그냥 먹어버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는 요즘따라 과자가 자주 당긴다. 다른 건 다 잘 참는데 과자만큼은 참기가 어렵다. 그럴 땐 그냥 과감하게 사먹는다. 먹을까 말까 하며 고민하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안 먹으려고 며칠을 참아도 나중에 결국 사먹게 되는 나를 보면서 이제는 한두 번 참아도 계속 생각이 나면 그땐 큰 고민하지 않고 바로 사먹는다. 한 번 먹고나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한 번 먹었는데 오히려 더 먹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면? 그땐 질릴 때까지 먹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질릴 때까지 먹게 되면 일단 입에 물려서 더 이상 그 음식 생각이 잘 안 나게 된다. 또한 배터질 때까지 먹게 되면 결국 살이 많이 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 몸무게가 늘어난 자신을 보며 한 차례 충격을 받고 나면 다음 번에는 절제가 쉬워진다.

 

나도 그랬다. '모르겠다. 일단 먹고보자'라는 생각으로 인스턴트 식품을 배불리 먹고 나면 속이 쓰리고 더부룩할 때가 많았다.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속이 불편할 때면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건 생각나지도 않았다. 입에 갖다대도 먹지 않을 정도였다. 가공식품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먹는다는 건 아직 그렇게 불편한 데가 없다는 말과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은 즐거움보다 불편함을 더 많이 느끼면 알아서 자제하게 된다. 결국 도저히 맛있는 음식을 포기 못하겠다는 건 맛있는 음식을 애써 참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런 방법대로만 한다면 과연 먹고 싶은 음식을 절제할 수 있을까? 아마 안 될 것이다. 생각한 대로 100% 다 지킨다면 제일 좋겠지만 먹거리가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서 완벽하게 절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먹고 싶을 땐 먹으면 된다. 먹는 즐거움도 필요하다. 채찍질만 한다고 해서 말이 빨리 달리는 것은 아니다. 적절하게 당근도 필요한 법이다. 많이 먹었다가 후회하고 그러다가 다시 정신차리고 절제하고, 그렇게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목표로 한 열 가지를 다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면 힘들다. 그중 한두 가지만 잘 지킨다 하더라도 잘한 것이다. 절제하기 위해선 목표를 낮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밀가루 음식 끊기, 앞으로 밤 늦게 절대 안 먹기와 같이 처음부터 목표가 너무 높으면 실천하기 힘들다. 오늘 하루 밀가루 음식 안 먹기, 3일 동안 밤 10시 이후로 금식하기 등과 같이 소소하게 목표를 세워야 실천하기 쉽고 목표를 달성하기도 쉽다. 음식을 절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쁨들을 느끼면서 그렇게 작은 성공을 하나씩 쌓아가다보면 식습관 조절이 그렇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로 살기를 원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한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