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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Oct 03. 2020

이번 추석에도 연락 한 통 없었다

이번 추석에 지인들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전화는커녕 추석 연휴 잘 보내라는 문자조차 없었다.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 308개. 카카오톡 목록에 있는 친구 56명. 어느 누구도 나에게 안부를 묻지 않았다. 연락이 없는 건 괜찮았다. 지인들 대부분이 나한테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따위야 이젠 뭐 익숙하다. 씁쓸했던 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아무에게도 안부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이다. 평소에 연락을 하지 않던 사람에게도 추석이나 설날, 연말연초 때만큼은 안부인사를 하며 먼저 연락을 해왔다. 명절 잘 보내라는 식으로 한두 줄 써서 대충 보내지 않고 못해도 5줄 이상은 써서 보냈다. 형식적인 안부가 아니라 글 속에 진심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오랜만인 사람에게 어색함을 무릅쓰고 전화를 걸기도 했다. 20~30명 정도 연락을 하고 나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했다. 지인들에게 매번 내가 먼저 연락하고 한 번 보자고 나만 그렇게 말하는 게 싫었지만 그래도 명절 때만큼은 주저없이 먼저 연락을 해서 안부를 묻곤 했다. 그럴 때라도 연락을 해야 사람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였다. 


그랬던 내가 이번 추석은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도 올해 설날까지만 해도 못해도 두세 명한테는 연락을 한 것 같은데 이번 추석에는 한 명도 연락하지 않았다. 바빠서도 아니요, 깜빡한 것도 아니다. 굳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전부터 혼자서만 인연의 끈을 이어가려는 것 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고 점점 지치다 보니 결국 나도 이렇게 변하고 만 것이다.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래도 명절에 안부연락 하나 없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맺지 못한 게 아니냐며 나의 인성을 의심할수도 있겠지만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주위 사람들을 봐도 명절에는 가족들하고 얼굴만 잠깐 볼 뿐 이번 기회에 지인들에게 연락을 주고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갈수록 세상이 바뀜에 따라 명절 문화도 변하고 있다. 고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사람이 많아졌고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크리스마스 날이면 항상 "요즘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안 나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는데 이제는 명절도 마찬가진 것 같다. 명절 분위기도 안 난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있고 점점 개인주의가 되어간다고 하지만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안부 한 번 묻지 않고 사는 걸 보면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사람이 정을 나누며 살아야지'라고 말하며 꾸준히 연락을 해온 나마저도 이렇게 변해버렸다는 게 그게 가장 마음이 그렇다. 앞으로 혼자 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걸까? 어쩐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내려놓아야 할 것만 같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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