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슈퍼스타K 오디션 도전기

탈락 또 탈락! 4번의 예선에서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by 기타치는 권작가
기적을 노래하라, 슈퍼스타K


2009년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슈퍼스타K3 예선이 열린다는 홍보물을 보는데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그래! 나도 한 번 참가해보는 거야!!"


<슈퍼스타K 첫 번째 오디션>

예선 당일 날에는 프로그램의 인기를 증명하듯 수많은 참가자들로 북적거렸다. 벡스코 안에는 예선을 보는 공간인 천막 부스들이 가득했다. 20개가 넘는 부스 안에서 참가자들은 예선을 통과하고 말겠다는 각오로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부스 바로 앞에는 대기자들이 한껏 긴장된 상태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그만큼 긴장도 많이 됐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시간을 기다리고서야 겨우 내 차례가 되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 후 부스 천막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스 안에는 방송 관계자 한 명이 앉아 있었고 그 뒤에는 나의 모든 걸 적나라하게 담으려는 듯한 카메라가 세워져 있었다. 방송 관계자는 나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고는 바로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다.


"준비한 노래 시작해주세요."


그런데 사람이 너무 긴장을 하게 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고 하지 않던가? 노래는 물론이고 부스 안으로 들어간 이후부터의 상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첫 예선이라 얼떨떨했는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예선 이후 합격 소식을 전해줄 연락을 기다렸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예선 탈락이었다. 아쉽긴 했지만 큰 기대를 한 건 아니라서 그렇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런 경험을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시즌3의 인기에 힘입어 1년 뒤 슈퍼스타K4가 시작됐다. 슈퍼스타K4에는 참가 신청을 하지 않고 그냥 방송만 꾸준히 챙겨봤는데 본방 사수를 하던 어느 날 왠지 낯익은 예선 참가자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내가 아는 사람 같았다. 설마 하고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초등학교 동창인 B였던 것이다. 티브이 앞에 바짝 다가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눈여겨봤다. B는 무난하게 예선을 통과했고 TOP10 진출을 결정짓는 관문에까지 올랐다. 각 라운드를 계속해서 통과하는 걸 보면서 B를 응원하기보다는 솔직히 떨어지기를 간절히 빌었다. 질투가 났기 때문이다. 성격상 남 잘 되는 걸 못 본다. 더군다나 다른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 분야에서 지인이 저렇게까지 활약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거다. 그 질투가 나를 다시 슈퍼스타K 오디션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열심히 연습해서 제대로 한번 해보자. 저 무대에 나도 꼭 서보자.’



<슈퍼스타K 두 번째 오디션>

슈퍼스타K5에는 아는 동생과 함께 듀엣으로 참가했다.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실용음악학원을 찾아갔다.


"슈퍼스타K에 참가하려고 왔습니다."


한 달 간 맹연습을 한 후 예선 전 당일 아침 일찍 부산 벡스크로 향했다. 4시간을 기다려서야 겨우 예선을 볼 수 있었다. 목을 가다듬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전에 한 번 해봐서 그런지 부스 안의 풍경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다. 간단하게 팀 소개를 한 후 바로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부른 노래는 Alicia Keys의 ‘If I Ain't Got You’라는 곡이었다.


"Some people live for the fortune, some people live just for the fame."


노래를 다 들은 방송 관계자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더니 한국 노래로 한 곡 더 불러보라고 했다. 다음 곡은 부활의 ‘사랑할수록’이라는 곡이었다. 노래를 듣더니 역시나 별 반응이 없었다. 생각과는 다른 전개였다. 당황스러웠다. 다음으로 잘하는 거 있으면 아무거나 해보라고 했다. 동생은 그때 한창 유행하던 셔플댄스를 췄고 나는 마술을 보여줬다. 노래 오디션에서 마술을 보여주겠다고 카드며 지팡이며 이것저것 챙겨간 내가 지금 생각해도 참 우습다. 그래도 그땐 뭐라도 어필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장기자랑이 끝이 나고 마술도구를 주섬주섬 챙겨 부스를 나왔다. 뭔가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찌됐던 예선은 끝났다. 이제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며칠 동안 종일 휴대폰만 쳐다보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올 때마다 예선 합격 전화가 아닐까 싶어 심장이 벌렁거리곤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동생이 말했다.


"행님, 왜 연락이 안 오죠? 우리 떨어지는 거 아니겠죠?"


"당연하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합격하지 누가 합격하겠노.
걱정하지마라. 분명히 마지막 날에 전화 온다."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땐 무조건 합격할 거라 믿었다. 이런 나의 기대와는 달리 결국 연락은 오지 않았다. 두 번째 예선 탈락이었다. 처음 예선에서 떨어졌을 때와 달리 충격이 컸다. 허탈하고 또 속상했다.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에서 슈퍼스타K와 관련된 뉴스와 소식들을 검색해봤다. 보다 보니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뉴스가 하나 있었다. 내가 인터넷 뉴스 기사에 실려 있던 것이다. 사실 예선을 보고 나왔을 때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하며 우리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사람이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서는 오디션과 관련된 질문에 답을 했는데 그때 했던 얘기가 신문 기사에 그대로 실려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실제로 인터넷 기사에 실린 내용이다.


인터넷 신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예선 탈락의 아쉬움을 달래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탈락했던 부산 예선에 이어 며칠 뒤 대구 예선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예선 신청을 한 후 곧바로 대구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슈퍼스타K 세 번째 오디션>

대구 예선은 엑스코에서 열렸다. 세 번째 도전인 대구 예선에서는 신용재의 ‘평범한 사랑’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연습이 부족했던 탓인지 그만 음이탈이 나고 말았다. 실수를 만회하고자 뱅크의 ‘이젠 널 인정하려 해’라는 곡을 자원해서 한 번 더 불렀으나 전세를 역전시키기엔 이미 늦어버린 듯했다. 예상대로 세 번째 도전도 예선 탈락이었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많이 꺾였고 내 정도의 실력으로 예선에 통과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에 이제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던가? 독한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그 다음 해인 2014년 슈퍼스타K6에 또 다시 도전했다.



<슈퍼스타K 네 번째 오디션>

이제 이만큼 했으면 그만할 법도 한데 벌써 네 번째 예선 신청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참 헛웃음이 나왔다.


다시 가게 된 부산 벡스코 예선 현장. 예선을 네 번쯤 보다보니 별로 긴장이 되지도 않았다. 그 덕분에 눈을 감고 내 목소리에 집중하며 차분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내 노래를 들은 방송 관계자는 뭔가 아쉬웠는지 몇 곡 더 불러보라고 했다. 준비한 3곡을 연달아 불렀다. 그런데도 조금 애매했는지 다른 곡으로 더 불러보라고 했고 즉석에서 생각나는 노래 3곡을 더 불렀다. 불렀던 노래가 다 락 발라드였는데 성시경 노래처럼 감미로운 발라드를 불러보라고 했다. 하지만 바로 생각나는 노래가 없어 준비한 게 없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예선이 끝난 후 이번에는 예선을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연락을 기다렸다. 혹시나 했지만 결국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또 다시 예선 탈락이었다. 이렇게 네 번째 예선 탈락을 끝으로 나의 슈퍼스타K 도전기는 막을 내렸다.

슈퍼스타K 오디션에서 한두 번도 아니고 네 번이나 참가했다. 네 번 다 예선에서 탈락했다. 속상했다. 하지만 탈락했기 때문에, 실패했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다. 무엇을 배웠냐고? 그건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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