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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Nov 24. 2020

내가 직장선배의 변심을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것

얼마 전 직장 내에서 인사이동 대상자로 분류가 되었다. 현재 군부대에서 근무중인데 부대 내 직렬과 직급이 맞는 자리가 있으면 그쪽으로 옮기면 되지만 자리가 없을 시 다른 부대로 가야 한다. 현재 근무하는 곳이 생활권이 좋을뿐더러 이곳에서 3년 가까이 일하면서 적응도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굳이 다른 부대로 가고 싶지가 않았다. 보통은 한 직급에 5년 정도 있을 수 있고 인사이동 시기에 맞춰 자리만 잘 나면 같은 부대에서 10~15년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3년도 안 된 상황에서 벌써 다른 부대로 가야 한다는 게 나로서는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부대 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이리저리 수소문을 했다. 그러다 같은 직렬에 있는 선배 H가 자신이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을 느꼈다.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약속을 한 후에야 살았다는 생각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며칠 뒤 인사담당자에게 보직희망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 날이 되었다. 약속한 대로 보직희망서를 쓰려고 하는데 갑자기 선배 H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자리 바꾸기로 한 거, 아무래도 어려울 거 같다."


이유인 즉슨, 지금 자리를 바꾸면 선배 H가 다음 인사이동 때 지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적잖은 충격이었다. 약속한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란 예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어안이 벙벙했다. 선배 H가 바꿔주지 않으면 내가 부내 내 갈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결국 다른 부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앞이 캄캄했다.


약속을 어긴 선배를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

다른 사람이 나의 경우였다면 아마 그 선배를 미워하고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반응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선배 H를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았다. 선배의 입장에서 생각을 보니 선배의 변심이 충분히 이해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 선배의 상황이라면 지금 보직이동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겠네. 남을 위해서 자리를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리니까. 그럴 수 있겠네.'


현재 인사규정이 계속 바뀌고 있는 중인데 앞으로 보직이동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바꾸기가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내가 그 선배였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약속을 어긴 것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약속을 했어도 어길 수도 있는 거지 뭐. 하루에 수십 번도 더 바뀌는 게 사람 마음인데 약속 한 번 어긴 게 뭐가 그리 잘못된 거라고. 그럴 수 있는 거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것

사람들은 누구나 갈등을 겪으며 산다.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 입장차이에서 발생한다. 입장이 다르다 보니 생각이 다르게 되고 그렇다 보니 다른 말,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과 갈등이 있을 때 무조건 이해하라는 식의 말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억지로 이해하려 해봤자 '왜 나만 이렇게 이해를 해야 해?'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더 큰 반발심이 생길 수 있다.


특히나 화가 나있는 사람에게 '좋게 생각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게 생각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정말 싫었다. 좋게 생각이 안 되니까 화가 나는 건데 어떻게 좋게 생각을 하란 말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는 좋게 생각하는 방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단순히 억지로 좋게 생각하는 게 방법이 아니었다.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되는 것이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언행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면 그냥 자연적으로 좋게 생각이 되니 억지로 좋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선배 H가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서운한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선배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기 때문에 그나마 미움과 원망이 적어질 수 있었다는 점때문이다. 내가 만약 선배를 미워하면 미워하는 내 마음도 괴롭고 선배도 불편할 것이다.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갈 때도 기분 좋게 떠나지 못할 것이고 현 부서에서 선배와 함께 일했던 시간을 즐겁게 추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내 마음을 고쳐먹자고 마음을 바꾼 것이다. 선배의 입장에서 생각함으로써 선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내 마음까지도 밝게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지내고 있다.


타인과 갈등이 발생했을 때나 상대방의 언행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 화가 나겠지만 일단은 마음을 진정하고 이렇게 한 번만 생각해보자.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말했을까? 왜 나에게 저런 식으로 행동했을까?'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풀리자 않던 문제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쉽게 풀리고 이해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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