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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Aug 22. 2019

나랑 맞는 친구 만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관계는 더 힘들기만 하다 

진정한 친구 1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예전엔 무심코 흘려들었던 이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구나'라는 걸 요즘 들어 많이 느끼고 있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진정한 친구 1명을 만드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진정한 친구 1명을 가진 사람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겠는가.


나는 친구가 없다. 진정한 친구는커녕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 자체가 거의 없다. 주말에 딱히 연락할 친구도 없고 술 한 잔 하고 싶을 때 불러낼 친구도 없다.


평생 가는 친구는 보통 학창 시절에 만난 사람들인 경우가 많은데 나는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같이 학교 다니며 지낼 땐 당연하다는 듯이 어울려 놀았지만 성인이 되고 난 이후부터 조금씩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서로 성향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중학교 친구들은 다들 체격이 좋았고 술과 담배를 즐겼으며 욕도 잘하는 거친 스타일이었다. 부드럽고 섬세한 나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술집보다는 카페를 좋아했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친구들이었는데 나와 성향은 비슷했지만 관심사가 많이 달랐다. 


중학교 친구들도 고등학교 친구들도 다 나와는 좋아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달랐고 서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가치관도 많이 달랐다. 한 마디로 통하는 게 없었다. 그렇다보니 얘기를 나눠도 할 말이 없었다. 같이 있어도 편하지가 않았다. 다들 잘 지내는데 나만 못 어울리다 보니 '내가 문제인가?' 싶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걸 어쩌겠는가.


보통은 대학교에 가서도 중·고등학교 친구들 못지않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한다는데 나는 대학을 중퇴하는 바람에 대학 친구도 없다. 군대를 안 가서 전우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도 없다.


주위에 사람이 없다보니 외로웠다. 가끔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우울했다. 특히 주말만 되면 외로움에 몸서리를 쳤다. 평일엔 괜찮은데 토요일 밤에 아무런 약속도 없이 집에 혼자 있을 때면 괜히 나만 소외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들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며 즐겁게 노는데 나만 이렇게 쓸쓸하게 있는 것 같았다. 가슴이 텅 비어버린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렇다 보니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사람 욕심이 많아졌다. 좋은 사람을 많이 사귀고 싶었다.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랐다. 같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넘쳐나길 바랐다. 누구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살지만 20대의 나는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비슷한 사람과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금세 친해지지만 나와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어떻게 해도 친해지기가 힘들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의 관계는 형성할 수 있지만 노력만으로 성향이 완전히 다른 사람까지 포용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맞지 않는 사람까지 억지로 친해지려는 노력은 그만두기로 했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평소에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는 말

이런 나를 보며 지인은 언제 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에 관계를 잘 맺어두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했지만 언제 필요할지도 모를 그날을 위해 수많은 날들을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라 생각했다. 평소에 사람관계를 잘해야 하는 건 맞지만 싫은 사람까지 억지로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친한 사람 챙기기도 바쁜데 나랑 안 맞는 사람들까지 신경 써가며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서서히 관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연을 끊어버리겠다는 게 아니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사람들과 두루 친해지기 위한 노력은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친해지기 힘든 사람이나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을 굳이 억지로 맞추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인위적인 관계가 아닌 자연스러운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관계에 더 집중했다.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질 수 있었다.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람관계에 대한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부작용도 생겼다. 잘 맞는 사람들만 만나다보니 그만큼 관계의 폭이 좁아진 것이다. '내 사람'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두 명씩 제외시키다 보니 남아있는 사람이 없었다.



자기 편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들

사소한 걸로 사람에게 서운함을 느끼곤 한다. 그중 하나가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이다. 전화하면 항상 잘 안 받는 사람들이 있다. 문자를 보내면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답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쁘거나 연락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이해한다. 하지만 바빠서가 아니라 자기가 편할 때만 답을 하는 사람들은 싫다. 그게 눈에 보일 정도로 상습적인 사람들이 있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연락하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편할 때 연락하는 게 당연하지만 습관적으로 답이 늦는 사람들이 있다. 전화를 못 받았으면 나중에라도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거나 카톡을 하루 이틀 뒤에서야 답을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만큼 너는 나를 생각하지 않는구나.'


이뿐만이 아니다. 나만 연락하는 게 싫었다. 매번 내가 먼저 보자고 말해야 하는 것도 싫었다. 사람관계는 장사가 아니라고, 그러니 그냥 내가 좋아서 연락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려 해도 상대방이 나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인간관계는 탁구와 같다고 생각한다. 주거니 받거니 해야 그게 관계다. 일방적인 관심과 노력만 있는 관계는 더 이상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혼자 논다. 혼자 노는 것도 이제는 익숙하다. 이런 삶도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는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각오했기 때문에 내가 책임져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그 사람과의 연을 그렇게 져버려야했나 하는 순간도 떠오르지만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람은 일찍이 정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휴대폰에 저장 되어있는 사람들을 정리하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온다. 나는 그걸 남들보다 좀 더 일찍 그리고 여러 번 겪었을 뿐이다.



사람은 사람 속에 있어야 한다

사람에게 너무 지쳐있을 때가 있었다. 굳이 사람들을 만날 필요 없이 자기계발만 열심히 하며 살아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어떤 성취를 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도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되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혼자만의 만족으로는 마냥 행복하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함께 기뻐해주고 축하해줘야 내가 도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응원해주고 박수쳐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기쁨이 두 배가 될 수 있었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상대방이 내 마음 같지 않아 서운함이 느껴져도 내가 바라는 것만큼 해주지 않아 섭섭함을 느껴도 결국은 사람 속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사람 속에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


언젠가 한 번은 어디에서 얻는 행복이 가장 큰지에 대한 설문을 본 적이 있었다. 돈을 통해 얻는 행복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1위는 바로 사람에게서 얻는 행복이었다. 돈! 돈! 하는 세상이지만 결국엔 그 돈도 사람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같이 먹어줄 사람이 없다면, 멋진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해도 함께 드라이브를 즐길 사람이 없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지금도 여전히 사람 관계는 어렵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아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관계 맺기는 더 어렵고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더더욱 힘들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다른 방법으로 계속해서 시도해볼 뿐이다.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사람을 사귀어보려 한다. 나의 기준으로 타인을 쉽게 판단하지 말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연습을 더 많이 해보려 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살고 싶다. 그렇게 유대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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