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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Apr 28. 2022

뜻밖의 새벽기상, 어쩌다 독서와 글쓰기

4월 28일 목요일 아침 5시 30분에 스터디카페에 왔다. 어제 일찍 잠을 잔 덕분에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날 수 있었고 이렇게 카페에 와서 잠깐의 독서 후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쓰고 있다. 새벽형 인간은 아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젯밤 일찍 잠을 잤기 때문에, 아니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제였다. 퇴근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 무엇을 하며 저녁시간을 보낼까 고민을 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까? 아니면 카페에 가서 글을 쓸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글을 쓰는 건 귀찮았고 독서는 내가 책을 읽고 있다는 위안만 줄 뿐 독서를 통해 어떤 위대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도저도 결정하지 못한 나는 방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얼마 전부터 보일러를 꺼두었던 터라 방바닥은 차가웠다. 블루투스 스피커에 휴대폰을 연결한 후 노래를 틀었다. 눈을 감고 잔잔한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몸이 노곤해져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이대로 잠들면 안 되는데, 좀 전에 먹은 밥을 소화시키고 자야하는데." 하는 걱정과 '눈만 잠깐 붙이다 일어나면 돼."라는 막연한 낙관이 서로 부딪히다 결국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쯤 잤을까. 왠지 모를 불편함에 잠에서 깼다. 손등이 간지러웠다. 모기였다. 두어 군데 정도 물린 듯했다. 더 자고 싶었지만 모기한테 더 뜯길 걸 생각하니 잠을 잘 수 없었다. 결국 안방으로 들어갔다.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출몰한 모기때문에 미리 꺼내두었던, 매트리스를 깔아놓은 모기장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아, 이대로 잠들면 아침까지 잘 거 같은데, 이럼 안 되는데.' 하는 생각도 잠시, 순식간에 잠이 들어버렸다.


몇 번을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소변이 마려워 아예 일어났다. 그때의 시각 새벽 4시였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거실 방바닥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잠을 좀 더 잘까, 아니면 뭘 좀 할지 고민했다. 당장은 잠을 더 자고 싶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젯밤에 그렇게 잠드는 바람에 저녁시간을 다 허비한 게 아깝기도 했고 지금 더 자봐야 나중에 더 피곤할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도 이런 식으로 늘어져 있는 내 자신이 싫었다. 고민 끝에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서게 되었고 생각보다 바람이 차가워 다시 집으로 들어가 이불 속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런 유혹까지 이겨내고 겨우 집 근처 스터디카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인기로 결제를 한 후 스터디카페 안으로 입장하는데 마음이 조금 서글퍼졌다. 오고 싶었지만 그동안 올 수 없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기 위해 자주 들르던 이곳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던 장소였다. 하지만 급격한 건강악화로 인해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듯한 통증이 심해졌고 결국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되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곳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그때가 1년 전인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라고 혼잣말을 하며 애써 나의 뇌를 속여보려 했지만 의자에 몇 분 정도 앉아있으니 금세 다리가 저리고 화끈거렸다. 이 고통이 언제 끝날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면서도 그래도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하고 세상 풍경을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생각하니 부정한 마음은 금세 사그라들고 긍정의 기운이 마음 속에서 돋아남을 느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아침을 시작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다시 예전처럼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책도 읽고 글도 써야 할 텐데 왜 이렇게 의욕이 떨어진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뭐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해야겠지.


출근시간이 임박했다. 어서 짐을 챙기고 직장으로 출발해야겠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야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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