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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Sep 01. 2019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입니다

책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제목: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부제: 한국에서 1년째 장애 아이 엄마로
        살고 있는 류승연이 겪고 나눈 이야기 



장애아이를 10년 동안 키우면서 겪은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장애 아이를 키우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고 어려운지 몰랐다. 평소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관련된 개인적인 부분부터 복지시설과 같은 사회적 차원의 문제까지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또 장애아이에 대해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아이가 알아 들을 수 없는 

언행을 하는 이유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혼자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발달장애인을 누구나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지적장애인들에 대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알 수 없는 외계어를 내뱉는 것은 말을 못하는 장애인이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애쓰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예전에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사람을 볼 때면 장애인이라서 그렇다거나 정신이 이상해서 저러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이해할 수 없는 혼잣말을 하는 장애인을 봐도 전처럼 이상하게만 바라보지는 않게 된다. 말을 못하니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또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니 그들의 언행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발달장애인을 무조건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마치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알리고자 내가 활동하고 있는 독서모임에 이 책을 들고 가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공공장소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장애인을 보면 혹시라도 돌발행동을 할까 봐 두렵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한 여성은 지하철에서 자신이 먹고 있던 고구마를 지적장애인이 낚아채서는 먹어버린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 혹시라도 위험한 물리적인 행동을 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싶었다며 이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듣고 보니 여성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긴 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장애인을 경계하지 말라며 내 생각을 강요할 순 없었다. 사실은 나도 발달장애인이 괜히 신경 쓰일 때가 있는데 여성분들은 오죽하겠는가. 발달장애인의 언행을 보며 경계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장애인이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혼잣말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하는 것만큼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턱없이 부족한 치료시설

장애 아이를 키우다보면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하는데 자신을 더욱 암담하게 만들었던 건 장애아이를 위한 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아이의 치료를 위해 여러 시설에 진료를 예약하면 적게는 몇 달, 많게는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도 좋아지는 속도가 더딘데 치료조차 원하는 때에 마음대로 받지 못하는 사실 때문에 심적으로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부족한 것은 시설뿐만이 아니다. 구청이나 시청에 가서 장애인복지담당을 하는 공무원에게 문의를 해보면 관련 규정과 법규에 대해 자세히 아는 공무원이 그리 많지 않아 복지정보를 얻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한다. 장애인의 부모가 스스로 공부하고 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걱정되서 말한다는 사람들의 말이 

상처가 된다

자신의 아이에게 대놓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저자에게 막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저자에게 상처를 줬던 것은 모르는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가끔은 주위 지인들의 말이 심적으로 더 힘들게 만드는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위로랍시고 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때문이었다. 걱정되서 또는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비장애인인 자신의 입장에서 장애 아이 부모에게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들이 장애아이의 부모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서 한다는 말이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과도한 관심이 상대방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니 간섭하지 말자.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여러 말보다 그냥 말 없이 바라봐주는 게 제일 좋은 위로일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입니다

흔히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에 대해 얘기할 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장애인은 그저 몸이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그들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입니다." 


장애인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리라. 나도 그렇게 들어왔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장애인을 이해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조금 다르게 말한다.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우리도 언제든 장애를 가질 수 있는 예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한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말이었다. 예비장애인이라.. 생각해보니 그랬다. 당장 사고가 나서 다리 하나가 없다면, 앞을 보지 못하거나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머리를 다쳐 지적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예비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금 다를 뿐이라고 말해도 사람들은 다르다는 걸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니 나와 다른 장애인을 차별하고 혐오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일이라도 내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어야 장애인을 외계인 취급하는 일은 조금은 줄어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아가 서로가 다르지 않은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살아가려면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회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장애 아이가 언제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사회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난 속에서 먹고살기 어렵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적 차원에서 또는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많다. 여러 사람들 중 우선적으로 도와줘야 할 사람들은 바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단돈 몇 만 원이 없어서 자살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장애아이가 이유없이 차별받고 무시당하고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려움 때문에 부모가 자살을 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장애 아이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배우다

책에는 힘들고 괴로운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아이가 장애판정을 받았을 때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고 하지만 견디고 보니 장애 아이를 통해 사소한 것에 행복을 누릴 줄 아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됐다고 그녀는 말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난리치지 않고 무사히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혼자서 얌전하게 밥을 잘 먹는 것만 봐도 기쁘다고 말한다. 보통의 아이들보다는 많이 느리고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변화된 모습을 볼 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도 함께 느껴가고 있다고 했다. 저자 류승연은 과거에는 콧대가 굉장히 높은 사람이었다고 스스로에 대해 말했는데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겸손할 줄 모르고 오만방자하게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그녀는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경제가 너무 급격하게 성장한 탓에 정신문명이 물질문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현상을 겪고 있다. 경제성장만을 최우선적으로 삼다보니 그 이면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말았다. 그중 한 사람이 장애인이다. 


장애인도 사람이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손가락질 할 대상이 아니다. 배려하고 존중하며 우리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 할 사람들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우선은 장애인들을 이유 없이 혐오하는 언행만큼은 삼갔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 신체 건강한 사람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이러한 인식이 가진다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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