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타치는 권작가 Feb 25. 2024

글쓰기 슬럼프

글쓰기 슬럼프가 찾아왔다. 공모전에서 떨어진 뒤부터다. 며칠 전 책5개 출판사가 함께하는 연합공모전이 있었다. 대부분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작은 출판사였지만 신청해보기로 하고는 그동안 써왔던 글을 모아 에세이 분야에 접수했다. 크게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막상 떨어지고나니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낙선에 대한 실망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희망을 잃었기 때문이다. 책 출간을 목표로 계속 글을 써왔는데 공모전도 떨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 출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막막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이다. 서른두 살에 나의 첫 책을 출간한 후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열심히 썼다. 또 재밌게 썼다. 내가 쓴 글이 Daum 홈페이지에 노출이 되는 게 신기했고 조회수가 팍팍 오르는 걸 보고 신이 났다. 매일 카페에 갔다. 퇴근 후에 카페 가서 글을 썼고 주말에는 종일 카페에 살다시피 하며 글을 썼다.


그렇게 2년 정도 바짝 글을 쓰고 나니 글쓰기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로나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심하게 와 1년 넘게 앓으면서 글쓰기를 놨다. 건강 회복 후 다시 글을 써보려 했지만 예전처럼 써지지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풀어 쓰고 나면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는 그 기분에 글을 썼는데 글을 많이 쓰고 보니 더 이상 글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다. 사실 글 쓰는 것 자체가 귀찮고 피곤해졌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노트북을 켜 글을 쓰려고 하면 속이 답답했다. 이게 다 잘쓰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글을 쓰다 보니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더 잘쓰고 싶은데 생각만큼 되지 않으니 글쓰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글쓰기에 권태기가 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이 유독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글로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왔는데 '내가 글로 성공할 만한 사람은 못되는 건가? 나도 다른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 걸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서웠다. 처음엔 그저 글이 좋아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 작년부터는 글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글로 성공하는 게 뭐냐고? 돈이다. 명예다. 글이라는 숭고한 작업으로 어떻게 돈을 벌 생각을 하냐고, 자본주의에 잠식된 인간이 아니냐고 말해도 상관없다. 암만 좋은 글 지혼자 쓰고 지혼자 읽어봐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글도 남이 봐줘야 의미가 있지. 그런 일기장 따위 쓰고 싶지 않다. 나는 내 글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고 읽히기 위해선 팔려야 한다. 책을 많이 팔아서 돈도 벌고 인기도 얻고 싶다. 베스트셀러 작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스스로를 바꿔나갔고 그렇게 글을 쓰면 뭐가 돼도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내가 쓴 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주제도 없고 콘셉트로 약했다. 글은 쓸 수는 있겠는데 기획력이 부족하니 내가 봐도 이걸로 책을 쓸 수 있을까 의심이 듦. 그러다 공모전에 떨어졌고 내가 글을 써서 출판사에 투고한다고 해서 계약이 될지 의심이 들면서 한순간에 마음이 확 꺾이게 된 것이다.


며칠동안 무기력하게 보냈다. 글을 안 쓰니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바보처럼 멍하니 있었다. 할 거 없어 누워잤다.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될 것을 그렇게 사니 우울했다. 뭐라도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다. 아무래도 난 남들처럼 퇴근하고 술먹고 티브이보고 자고 하는 그런 평범한 삶은 못살 인간이다.


성공하고 싶다. 돈과 명예를 얻고 싶다. 26살 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매일 책을 읽으며 성공을 꿈꿨다. 각종 모임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도전했다. 10년 정도 성공에 대해 탐구하다보니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아는 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요즘 여러모로 안정이 됐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직장도 있고 워라밸도 보장돼있고 크게 어려운 것도 없고 하니 간절함이 사라졌다. 간절함이 없으니 뭘 할 생각이 안 든다.


성공의 도구가 꼭 글쓰기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 재주 중에는 그래도 글쓰기가 가장 가치 있는 일이면서 명예로운 일이다. 그래서 글로 성공하려는 거다. 글쓰기가 그만큼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글쓰기 슬럼프가 곧 내 인생의 슬럼프다.  

 

그런데 말이야. 생각해보면 참 웃긴 거지. 내가 뭘 그렇게 노력을 했다고 이렇게 우울해하냐는거야. 아니 내가 뭘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때까지 그래 글은 잘 써왔지. 두 번째 책 쓰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 잡은 것도 몇 달 안 됐고 글로 돈 벌겠다는 마음 먹은 것도 몇 달 안 됐는데 뭐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이렇게 혼자 바보처럼 있는 게 나 스스로도 한심한 생각이 좀 드는 거지. 자기계발서 많이 읽었잖아. 자기계발서만 최소 100권은 읽은 거 같다. 성공한 사람들은 다 그렇더라고. 일에 뼈를 갈아넣을 정도의 노력. 혼을 다 할 정도의 열정. 그게 있어야 하는데 난 그정도는 아니거든. 내가 진짜 책써서 성공하고 싶으면 맨날 서점에 가야지 가서 트렌드도 보고 흐름도 파악하고 글도 매일매일 써서 출판사도 여러군데 투고해봐야지 백군데 안되면 이백군데 그래도 안되면 오백군데 천군데 다 투고해봐야지 그정도로 해보고 나서 우울하디말디 해야되는데 난 멍청하게 뭐 하나제대로해보지도않고 이러고 있는거지 또 책을 다섯권 열권 쓴 작가도 그렇게 돈을 많이 벌지 못하거나 그렇게 유명하지 못한 사람도 천지인데 고작 한권쓴내가 뭘 그렇게 욕심이 많니 내 생각을 정리하고자 이 글을 두서없이 쓰지만 결국 난 나한테 이런 얘길 하고 싶었던 거야 해보기나 하고 우울해하라고


에디슨이 1,092번째인가 발명을 그정도로해서 했다더만. 오늘 뉴스기사보는데 다이슨이 청소기 발명하는데 실패한것만 5,000번이 넘는다네 5,127번만에 개발 성공했다던데 나는 5천번은커녕 50번이라도 해봤냐이거야 노력을 해야지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정을 불살라야지.


사회적 성공에 비교했을 때는 내 스스로가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절대적 기준에 맞춘 개인적 성공으로 보면 난 충분히 성공한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라서 노가다도 뛰고 오만 일 다 해봤는데 결국 공무원 돼서 안정직 됐지. 어딜가도 직업얘기하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니 좋은 거지. 또 대학 자퇴해서 고졸딱지붙이고 살았는데 뒤늦게 대학가서 대학교도 졸업해서 대졸됐지 책도 썻잖아 책 쓰는 게 쉽니 요즘 책 그렇게 많이 써도 책 쓰는 사람 비율이 대한민국 1%라더라. 나 우리나라1퍼센트임 그리고 예전엔 말라가지고 왜 이렇게 말랐냐고 무시 많이 받았는데 이젠 운동해가지고 몸무게도 많이 늘림 55kg에서 15kg 증량해서 70kg 됨 제법 보기 괜찮은 몸 됐으니 이것도 성공한 거고. 얼굴이 쏙 들어가서 비아냥거리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볼도 통통해져서 어디가서 말랐단 소리는 안들으니까 좋지. 또 지금은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만한 사람도 옆에 있으니 나 이정도면 정말 제대로 성공한 거 아니냐?


우선 나 자신을 긍정하자. 나 충분히 잘 해왔다고 이만하면 성공한 거라고. 이런 긍정을 바탕으로 새롭게 다시 시작해봐야지 대박을 바라는 건 아니고 그냥 중박정도 매달 100만 원씩만 인세로 들어오면 좋겠음. 도서관 같은 데서 강연도 해보고. 이정도면 중박 이상인가? 아무튼 그렇다


그냥 쓰자. 쓰다 보면 또 좋을 날 오겠지. 차근차근 하자. 지금 유명한 영화배우도 무명을 몇 년씩 한 사람도 많더라. 욕심부리지말고 하나씩 해보자.

책출간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어려우니 멘토를 구해 수업료를 지불하고 책출간을하면 좋은방법이 될수도잇는데 굳이 몇 백 되는 그비싼돈 쓰나 싶기도 하지만 막상 수업들어도 내가 사람들이 원하는 괜찮은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서 선뜻 시작은 안 됨 지인은 돈 쓰는 게 곧 투자고 더 크게 돌아올 수 있다말하는데 모르겠다


일단 무기력한 마음부터 다시 올리고보자 기운차리고나서 다시시작해봐야지

둘중하나다 열심히 노력하거나 그냥 이런정도로

 적당히 쓰며 살거나

어찌됐건 잘되고싶다 돈도 인기도얻고싶다

그래야 서점에 있는 베스트셀러를봐도

 브런치를 통해 출간했다는 다른작가의 소식을들어도 배가 덜아플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카페에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